▲ 솔붓꽃 ⓒ 안병기
산기슭
후미진 비탈에
솔붓꽃 두 송이 오순도순 피어 있다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삼삼은 날 올 가락 길게 마당에 늘여 놓고
베매기 할 때면
할머니 바쁜 일손 거드느라
솔에 풀 묻혀 날 올에 바르던 일
바를수록 더욱 질겨진다고 해서
수십 번도 더 찍어 발라야 했지
세상에 힘든 일 쌔고 쌨다지만
삼베짜기만큼 고단한 일 드물 거라
그 노동 힘겨울 때면 부르시던
할머니 베틀노래 듣고 있노라면
영문도 모르는 어린 마음이 덩달아 심란해졌지
그때
베매기 연장으로 썼던 솔을
저 솔붓꽃의 뿌리로 만들었다는 걸
먼 후제야 알았지
꽃이고 사람이고 간에
거칠고 질긴 뿌리가 밑받치고 있어야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는 걸
오랜 나날이 흐른 다음에야 깨달았지
케케묵은 그 옛날
주먹구구식 실용주의에는 그렇게
거칠고 튼튼한 뿌리라도 있었다는 걸
뉘우침 없이 내달리는 문명을 추종하는
오늘의 세련된 실용주의는 모를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까마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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