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 안병기
해거름녘
꽃 핀 벚나무 늘어선 길가에서
민들레정거장에서 보았다
한 안질방이 노파가 풀석 주저앉아 있는 것을
그렇게 여기 쭈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느냐 물었더니
곤궁한 살림살이 견디지 못해
어느 바람 부는 날
뿔뿔이 흩어져
대처로 훌쩍 떠나버린
자식들을 기다리노라 했다
집으로 돌아가셔서
편안히 앉아 기다리시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올 텐데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하시느냐 물었더니
세상엔 기다림이 삶의 기쁨이 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민들레정거장에
서서히 등이 켜지자
속절없는 기다림에 지친 한 생애가 졸리운 듯이
두 눈을 자꾸만 깜박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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