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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박물관? 한독의약 박물관이라면 매우 만족!

음성에는 어른 아이가 두루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박물관이 있다

등록|2009.04.14 09:33 수정|2009.04.14 09:33
지난 주말, 날씨 쾌청한데다 봄꽃이 사방에서 향기를 피워내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가까운 음성에나 가 볼까, 하면서 집을 나섰다. 우리집이 이천이니 음성이라면 바로 옆동네인 셈이다. 그런데 관광지도를 보던 남편이 제일 먼저 찍은 곳이 바로 한독의약박물관이었다.

한독의약박물관한독약품 안에 박물관 건물이 있었다. ⓒ 이현숙


"먼저 한독의약박물관을 쳐봐!"
"뭐라구?'
"한독 몰라. 한독의약박물관이라구."

나는 남편이 시키는대로 '내비게이션'에 한독의약박물관을 치고 미심쩍어하며 관광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의약박물관이. 그런데 자동차는 중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공업단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박물관에 대한 개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박물관 하면 으레 넓은 땅을 독차지하고 있거나 외곽의 경치 좋은 곳을 차지하기 십상인데 공업단지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차가 멈춘 곳은 한독약품이라는 회사 앞이었다. 정문은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장치가 내려져 있었고, 경비실에다 의약박물관을 보러 왔다니까 차를 옆 주차장에 세우고 오란다. 차를 세우고 경비실로 갔더니 신분증을 출입증으로 바꿔 주고는 따라오라면서 건물로 안내해 준다. 다른 곳에 비해 절차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다.

나는 따라 가면서 퍽 고리타분한 것들을 떠올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약이나 희귀병 같은 것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주로 어둡고 복잡한 실내였다. 햇빛은 따사롭고 봄꽃들은 화사하게 얼굴을 내밀면서 손짓하는데 기껏 이런 걸 봐야 하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그런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졌다.

국제관1층 국제관... ⓒ 이현숙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 다 있다니! 나는 박물관을 고작 박제되어 있는 역사 교실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전혀 딴판이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자료가 많은데다 꼭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었다. 보물 여섯 점을 포함 보존가치가 높은 의약관련 사료들을 무려 1만여점이나 보관 전시하고 있다니 그럴만도 했다.

옛날 의약 기구들옛날에 쓰였던 기구들이다. ⓒ 이현숙


옛날 치과에서 쓰였던 기구 앞에서는 어린시절 누구나 경험했을 치과에 대한 공포가 떠올랐고, 약숟가락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는 약을 먹을 때마다 약숟가락을 피해 요리조리 얼굴을 돌렸던 기억을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옛날 수술기구들를 보면서 또 두개골을 여는데 쓰였다는 기구를 보면서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수술도구수술도구들을 보니 섬뜩한 느낌이... ⓒ 이현숙


서양의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발달한 변천사도 있었고 한의학에 대한 역사도 전시돼 있었다. 서양의 약장사 캐릭터를 보고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요즘 아이들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서양의학발달사서양의학이 들어와 발달한 것을 그대로 전시... ⓒ 이현숙


약장사약장사 캐릭터가 아주 재밌다. ⓒ 이현숙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프레드 플레밍을 기리기 위해 만든 연구실은 특별 전시관이란다. 어느 때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것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류에 기여하게 된다. 작지만 작지 않은 결실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한의원옛날 한의원을 재현해 놓았다 ⓒ 이현숙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우리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어른만 볼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여줘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새로운 꿈을 위한 좋은 기폭제가 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난 박물관이라면 머리부터 지끈거려 잘 가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곳 의약박물관은 예외였다. 이 정도라면 아이들도 공부라는 개념 없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생각되었다.

2층 한국관2층 한국관 모습 ⓒ 이현숙


일산문고1970년 김두종 박사가 기증한 문고들을 전시. ⓒ 이현숙


요즘 우리는 그저 공부만을 강조하고 공부를 잘해야만 장래가 보장된다며 아이들을 닥달하는데, 공부도 좋지만 미래에 대한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 또한 아이를 장래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의약이란 언제까지나 인간에게 유효한 학문이니 아이와 어른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관람한다면 정말 만족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위치도 수도권에서 가깝고 관람료도 없으니 큰 부담없이도 방문이 가능한 곳이다. 모두가 꽃구경 가느라 정신 없는 사이, 차 주차 걱정 없고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아 좋은, 재밌는 박물관 구경이야말로 일석이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 마을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마을 ⓒ 이현숙


돌아오는 길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 들렀다. 지금 한참 복원중이었는데 큰 인물이 탄생한 작은 시골마을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골 냄새도 맡아보고 반 총장의 어린시절도 이야기하면서 오붓한 휴일을 보낸다면 분명 복잡한 꽃 축제와 다른 가슴 뿌듯한 보람도 아울러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주인 4월 18일에는 지금의 꽃동네를 있게 한 최기동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품바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경제적이면서도 신나고 유익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지.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음성 나들목 - 음성나들목 삼거리 우회전 - GS주유소앞 삼거리 우회전 (한독약품 안으로)

휴관일 : 4월-11월 : 국경일
12월-3월 :토, 일요일 및 공휴일

관람시간 : 9시-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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