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4형제 횟집은 밤이면 도깨비시장이 된다

'손님은 왕'이라는 평범한 영업철학으로 불황 이기는 4형제 횟집

등록|2009.04.16 10:46 수정|2009.04.16 10:46
꽁꽁 얼어붙은 불경기에 온 나라가 아우성이다. 그러나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사형제 횟집' 앞에선 감히 불경기를 들먹여선 안 된다. 물론 든든한 4형제가 버티고 있으니 불경기란 녀석도 옴짝달싹 못하겠지만 단지 4형제 때문만은 아니다. 4형제보다 더 무서운 그들의 영업철학 때문이다.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것 아니잖아요?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해야 그래도 장사 좀 한다는 소리 듣지 않겠어요? 10년… 그렇다면 오늘의 단골손님이 10년 후에도 변함없이 단골손님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이 뭐겠어요? 바로 '손님이 왕'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횟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왕입니다요."

▲ 4형제 횟집의 주인공들. 좌로부터 둘째 선식씨, 셋째 근식씨, 막내 만식씨. 딱 보기에도 형제인 듯 서로가 참 많이 닮아있어 4형제란 말이 참 정겹다. 취재 당일 첫째 현진씨는 급한일로 잠깐 자리를 비웠다. ⓒ 김정혜



4형제가 뭉쳤다, 손님을 위해서

4형제 횟집의 막내 만식씨의 너스레가 다소 익살스럽기는 하나 그 익살 속 투철한 영업철학이 비장하다. 첫째 조현진(45) 둘째 선식(41) 셋째 근식(39) 막내 만식(37). 딱 보기에도 형제인 듯 서로가 참 많이 닮아있어 4형제란 말이 참 정겹다.

첫째 현진씨는 주방장이다. 둘째 선식씨는 장사에 필요한 모든 재료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 근식씨는 첫째와 마찬가지로 주방장이다. 막내 만식씨는 총무다. 그들은 그들이 맡은 분야에서만 최선을 다할 뿐, 형이라 하여 또 동생이라 하여 서로간의 간섭은 절대 금물이다. 

이들 '사형제 횟집'의 영업철학은 막내 만식씨가 말했듯 '손님은 왕이다'이다. 그러나 손님을 왕 대접하는 영업 전략이 영업철학 못지않게 심오(?)하다. 언제나 정직하게, 언제나 아낌없이, 언제나 배부르게…. 하여간 왕 대접에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부모님이 정성스레 보내주신 산수유에 싱싱한 고등어를 장장 6시간 동안 숙성시킨 고등어 회. ⓒ 김정혜


'사형제 횟집'의 주 메뉴는 자연산 활어와 고등어 회인데 이중 고등어 회가 단연 일품이다. '사형제 횟집'의 고등어 회는 한림 전체, 아니 제주도 전체 횟집을 따져보더라도 그 맛이 으뜸이라고 손님들이 입을 모은다.

어찌하여 같은 고등어 회인데 유독 '사형제 횟집'의 고등어 회 맛이 으뜸이라는 건지…. 그것은 고등어를 숙성 시키는 방법이 남다르다는 것인데 바로 산수유 숙성이 그 비결이다.

이들의 고향은 전남 구례. 지금도 두 분 부모님이 그곳에 살고 계시는데 바로 그 산수유를 두 분 부모님이 따서 정성스럽게 말려 자식들에게 보내주신다. 자식들은 부모님이 정성스레 보내주신 산수유에 싱싱한 고등어를 장장 6시간 동안 숙성시켜 그것을 회로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그런 정성스런 경로에 특이한 숙성이 합쳐져 '사형제 횟집'의 고등어 회가 맛있다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그것에 덤이 있다. 아낌없이 마구마구 퍼주는 넉넉한 인심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사형제 횟집'의 고등어 회가 일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쥐꼬리 모아 소꼬리로... 적게 남기고 많이 판다

▲ 전남 구례에서 공수해오는 4형제 어머니표 김치 ⓒ 김정혜


거기에 전남구례에서 공수해오는 김치가 또한 일품이다. '사형제 횟집'에선 아직 한번도 김치를 담가 본 일이 없다고 한다. 이제껏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김치를 담가 주셨기 때문이라고. 전라도 특유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인 어머니 표 김치가 이 '사형제 횟집'의 모든 메뉴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 것이다.     

3만 원짜리 고등어 회 한 접시에 부수적으로 따라 나오는 먹을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생새우에 알밥에 계란탕에 미역에 김에 온갖 야채에…. 거기다 손님들의 부수적인 먹을거리의 무한리필 요구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는 법이 없으니 순간, '논 팔아 장사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에 한치 거짓이 없음을 또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일례로 6명이 3만 원짜리 고등어 회 두 접시에 숨을 헐떡일 만큼 포식을 했다면 더 할말 없지 않겠는가.     

"뭘 하나 먹으려면 배부르게 먹어야지, 뭔가 모자란 듯이 먹게 되면 그 음식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손님은 허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손님들을 보면 우리는 또 괜히 아쉽고. 손님은 허전하고 주인은 아쉽고…. 이거는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형제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눈앞의 이윤에 연연해하지 말고 우리 횟집을 다녀가신 손님들은 언제 어디서나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자랑할 수 있게 해드리자고요. 관광지 특성상 기사분들이나 관광상품점 소개로 오시는 손님들이 많아요.

횟집입장에서는 기사분들이나 관광상품점에 대한 사례를 사실 무시할 수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과감히 그걸 없앴어요. 대신 그 사례비만큼 손님들의 배를 부르게 해드리자는 것이지요."

▲ 20여가지의 부수적 먹을거리. 싱싱함과 맛이 만만치 않아 어느 것이 주 메뉴인지 어느 것이 부수적 먹을거리인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 김정혜


사실 막내 만식씨의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이 8만 원짜리 뿔새우 한 접시의 경우 부수적인 먹을거리가 20여 가지 따라 나온다. 그런데 그것들 모두 싱싱함과 맛이 만만치 않아 어느 것이 주 메뉴인지 어느 것이 부수적 먹을거리인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주 메뉴인 뿔새우가 나오기도 전에 배가 꽉 찬다는 것이다. 정말 이들 4형제는 논 팔아 장사하는 게 아닐까?

"논 팔아 장사하느냐는 소리 많이 들어요. 그렇다고 누가 논 팔아 장사하겠어요. 다만 정말 쥐꼬리만큼 남기는 거죠.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쥐꼬리가 아니고 소꼬리예요. 왜냐하면 그렇게 배부르게 드시고 간 손님들의 의리 즉, 입소문이 또한 만만치 않더군요.

한 사람의 손님이 백 명의 손님을 더 모셔다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예요. 그러니 우선은 쥐꼬리만큼 남기더라도 나중을 생각해보면 그게 결코 쥐꼬리가 아니라니까요."

개업 6개월 만에 빚갚게 해준 고마운 가게

▲ 뿔새우와 부채새우. 싱싱함에 바다를 통채로 삼키는 듯 그맛이 황홀하다. ⓒ 김정혜


작은 구멍가게든 대기업이든 홍보에 있어 고객들의 입소문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사형제 횟집'의 4형제들은 아주 탁월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탁월한 경영전략에 더불어 정직과 친절을 겸비하니 이 또한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지니 당연히 금상첨화일 수밖에 없음에 대해 막내 만식씨의 표현이 또한 걸작이다.

"'사형제 횟집'은 밤이면 도깨비시장이 됩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와 여기저기서 리필을 부르짖는 소리에 정말 아수라장이 되죠. 이윤이 많이 남든 적게 남든 어쨌거나 장사 집에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해야 장사할 맛이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단, 손님 한 분 없이 아주 조용할 때가 있어요. 바로 재료가 떨어질 때지요. 우리 횟집에서는 자연산 활어만 쓰는데 활어가 떨어지면 손님을 아예 받지 않아요. 그게 '사형제 횟집'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 대한 예의이니까요."

이런 탁월한 영업전략 탓에 사형제는 개업 6개월 만에 가게를 차리느라 진 빚을 말끔히 청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사형제 횟집 체인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제주도는 물론이거니와 전국 체인망을 갖는 게 이들 4형제의 목표라고 한다. 이 목표를 위해 이들 4형제는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막내인 총무로부터 지급받는다.

그런데 아무리 큰 목표를 향해 4형제가 똘똘 뭉쳐 한길을 가더라도 함께 일하는 것이 늘 좋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아 형제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일장일단(一長一短)이 뭐냐는 질문에 막내 만식씨는 이렇게 말했다.

▲ 4형제 횟집의 손님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왕이다. ⓒ 김정혜

"일장일단요? 그런 거 몰라요. 다만 든든하다는 것은 있어요. 우리 4형제가 뭉치면 세상 어떤 일이라도 못할 것이 없다는 그런 든든함은 늘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늘 함께 붙어 있다보니 내가 형인 듯 형이 나인 듯 그렇게 익숙해지더라고요.

밤 11시에 장사를 마치면 하루 장사의 결산을 보고나서 더러 소주를 한잔씩 해요. 그럴 때면 형 아우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기도 하고 또 그 고민에 대해 함께 답을 찾아주려 서로 애쓰고…. 형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형들을 거센 세상의 바람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의 꿈을 이룰 때까지 우리 4형제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서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형제, 이 세상 그 어떤 말보다도 정겨운 말이라는 것을 이들 4형제를 만나고 나서 새삼 느꼈다. 밤이면 도깨비시장이 된다는 '사형제 횟집'. 그리고 그곳의 푸짐한 먹을거리들. 또 손님을 왕으로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4형제들.

이들 4형제의 큰 꿈이 부디 이루어져 굳이 제주도에 가지 않더라도 전국 어디에서나 '사형제 횟집'의 일품 고등어 회를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