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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61) 자업자득

[우리 말에 마음쓰기 611] ‘자업자득의 결과’, ‘자업자득이요’ 다듬기

등록|2009.04.16 10:06 수정|2009.04.16 10:06
ㄱ. 자업자득의 결과

.. 대개의 가마에서 시도하는 다기가 초라한 것은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야나기 무네요시/김순희 옮김-다도와 일본의 미》(소화,1996) 103쪽

"대개(大槪)의 가마에서"는 "가마에서 흔히"나 "가마마다 두루"로 다듬고, '시도(試圖)하는'은 '구우려는'이나 '꾀하는'으로 다듬습니다. "자업자득의 결과(結果)라고"는 "자업자득이라고"로 손질합니다.

 ┌ 자업자득(自業自得) :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기가 받음
 │   - 애초에 잘못은 자기에게 있었으니 자업자득이지요
 │
 ├ 자업자득의 결과
 │→ 자기가 잘못한 결과
 │→ 자기가 잘못했기 때문
 │→ 제 발등 찍기
 │→ 누워서 침 뱉기
 └ …

좋은 뜻에서 쓰이는 '자업자득'이 아닙니다. 언제나 얄궂은 일에만 쓰이는 '자업자득'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잘못한 대가"라든지 "제 꾀에 제가 빠지기"로 풀어내어도 잘 어울립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글흐름을 찬찬히 살피면서 뒷말과 이으면, "자기가 잘못했기 때문"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있는 만큼만 누리거나 즐길 생각이 아니라 제 밥그릇을 크게 키우려다가 잘못된 일을 가리키는 만큼, "누워서 침 뱉기" 같은 상말로 고쳐 보아도 썩 어울립니다.

 ┌ 잘못은 자기에게 있었으니 자업자득이지요
 │
 │→ 잘못은 자기한테 있었으니 잘되었지요
 │→ 잘못은 자기한테 있었으니 쌤통이지요
 │→ 잘못은 자기한테 있었으니 벌 받았지요
 │→ 잘못은 자기한테 있었으니 마땅한 노릇이지요
 └ …

문득, '쌤통' 같은 말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이 잘못된 일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일을 가리키는 '쌤통'이라 좀 짓궂다는 느낌이 들지만, 자리에 따라 알맞게 넣을 수 있습니다. "벌 받았지요"나 "하늘이 벌을 내렸지요"로 고쳐써도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이 올바르게 말하지 않는 만큼 우리 말은 저절로 나빠질 테고, 우리들이 올바르게 말하는 만큼 우리 말은 차츰차츰 좋아지리라 봅니다. 우리들이 우리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고픈 마음이라면, 이 마음이 땀방울과 손길과 몸짓으로 이어지면서 차츰차츰 우리 삶터가 나아질 테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밥그릇에만 매달리면서 둘레 삶터 가꾸기에 소홀하면 우리 삶터는 저절로 나빠질밖에 없습니다.

가꾸는 손이 있어야 합니다. 보듬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넋이 있어야 합니다. 땀흘리는 몸뚱이가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벌어들이니까요. 한결같이 스스로 끌어들이니까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스스로 불러들이니까요.

ㄴ. 자업자득이요

.. 우리가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 사용한 것이 자연을 망친 후에 다시 우리에게로 되돌아온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자업자득이요, 공평한 세상의 이치이다 ..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97쪽

"일상생활(一常生活)의 편리(便利)함을 위(爲)해"는 "좀더 손쉽게 살고 싶어"나 "좀더 손을 덜 쓰며 살고 싶어"로 다듬어 봅니다. "사용(使用)한 것이"는 '써서'로 손보고, '후(後)'는 '뒤'나 '다음'으로 손보며, '우리에게로'는 '우리한테'로 손봅니다. "되돌아온 것이니"는 "되돌아왔으니"로 손질하고, '원망(怨望)할'은 '미워할'이나 '탓할'이나 '나무랄'로 손질하며, "공평(公平)한 세상의 이치(理致)이다"는 "고른 세상 일이다"나 "올바른 세상 흐름이다"로 손질해 줍니다.

 ┌ 자업자득이요
 │
 │→ 스스로 부른 일이요
 │→ 우리 잘못이요
 │→ 우리 탓이요
 │→ 내 잘못이요
 │→ 내 탓이요
 └ …

우리네 자연은 우리가 아름답게 지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엉망으로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우리네 마을은 우리가 오순도순 북돋우기도 하지만, 우리가 엉터리로 망치기도 합니다. 우리네 마음밭은 우리가 고이 추스르기도 하지만, 우리가 엉망진창으로 흐트리기도 합니다.

잘못된 정책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뽑았습니다. 씁쓸한 법률을 밀어붙이는 국회의원 또한 우리 손으로 뽑았습니다. 이들은 총칼을 앞세워 스스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는 정치꾼은 우리한테 돈다발을 안겨 줄 듯 부풀렸으니, 이런 눈속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이런 꼬드김에 넘어간 우리들 탓은 더할 나위 없이 큽니다.

 ┌ 우리가 망친 자연이요
 ├ 우리 손으로 망친 자연이요
 ├ 우리 스스로 망친 자연이요
 └ …

자연 삶터를 아름답게 지키자면, 우리 마을을 오순도순 북돋우자면, 우리 마음밭을 고이 추스르자면, 먼저 우리 스스로 똑똑해야 하고 슬기로워야 하며 올바라야 합니다. 어설픈 꼬드김에 넘어가서 안 되고, 얕은 셈속에 빠져들어도 안 되며,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매무새를 버려야 합니다. 어깨동무하는 마음이어야 하고, 함께 웃고 우는 몸가짐이어야 하며, 온 사랑을 기꺼이 나누는 삶이어야 합니다.

이럴 때 삶터며 마을이며 마음밭이며, 그리고 말과 글이며 저절로 지킬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가꿀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살갑게 북돋울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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