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풍경 ⓒ 안병기
세상 만물엔 예외 없이
한두 가지 결점은 있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하다못해 무심한 듯 내리는
저 봄비에게도
못 말리는 결점이 있다
내가 때맞춰 내리지 않으면
너희가 무슨 수로 농사지으며
너희 식솔들 입 안으로
밥 한 톨이라도 들어가게 할 수 있겠느냐는 듯
사뭇 뻐기면서
큰 시혜라도 베풀듯이 내리는
숨은 아만심(我慢心)
그것이 봄비가 지닌
유일무이한 결점이다
그 아만심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아니, 알면서도 슬쩍 눈 감아 주는 것은
아마도 반가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지
목 타는 산하를 적시면서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늦게라도 오시는 게 얼마나 어여쁜지
그저 용서하고 싶다
봄비의 뾰족한 자아를
그 아만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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