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넥스'도 모자라 '걸레' 취급하나
[주장] 경제위기, 노동자들의 비극을 이용하려는 비정규직법 개악
2006년 프랑스. 200만 명 이상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우리는 크리넥스 티슈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도미니크 드 빌팽 당시 프랑스 총리가 처음 취업한 26세 미만 젊은이들에 한해서 최초 2년의 채용기간 동안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법(CPE)'을 밀어 붙이자 이에 격렬하게 저항한 것이다.
CPE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프랑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가 고용을 유연화 시키기 위해 도입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과 노동자들은 이 법이 노동자를 크리넥스 티슈처럼 한 번 쓰고 버리겠다는 의미라며 격렬한 저항했고 결국 프랑스 정부는 CPE를 포기해야 했다.
2009년 대한민국. 고용문제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상황은 반대다. 정부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기간제 고용 기간 2년 제한' 조항의 적용을 2년 더 늘어난 4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추진 이유는 현재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것에 기업이 부담을 느껴 2년이 지나기 전에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으니 이를 4년으로 늘리면 그만큼의 기간 동안에는 고용이 보장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는 조건을 붙여 4월 임시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애초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그 부담을 덜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등의 편법을 일삼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법을 오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 살짝 숫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파견법 철폐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노동자들을 '크리넥스'가 아닌 '걸레'로 보는 것이다. 크리넥스는 한 번 쓰고 버리지만,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노동자들을 쓰고, 쓰고, 또 써서 온 몸이 먼지로 범벅이 되고 찢어져 헤질 때까지 쓰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 버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래서 이러한 인식은 더 심각하고 위험하다. 크리넥스 보다는 오래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크리넥스든 걸레든 마지막 향하는 곳은 쓰레기통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더 비극적인 것은 '걸레'라도 좋으니 일 좀 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밝힌 통계청의 '2009년 3월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수 부진,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만 5000명이 감소했고 고용율은 1.2%포인트 감소한 57.9%였다.
실업자 95만 명, 그중에서도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 실업자는 37만 5천명으로 8.8%에 이른다. 환란 이후 최대 수치다. 구직 단념자도 17만 명에 이른다. 바로 한나라당과 정부당국이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비정규직 개정안은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제대로'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한 달간의 일정으로 열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4월은 이제 반 정도 남았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여당 집안싸움에 가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러다가 덜컥 '빵과 장미의 날'을 앞두고서 손도 못써보고, 제대로 사회에 나가 보기도 전에 나 역시 미래에 걸레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따름이다.
▲ 프랑스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최초고용계약법' 시행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2006년 3월 28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하고 있다. ⓒ 가디언
2009년 대한민국. 고용문제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상황은 반대다. 정부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기간제 고용 기간 2년 제한' 조항의 적용을 2년 더 늘어난 4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추진 이유는 현재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것에 기업이 부담을 느껴 2년이 지나기 전에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으니 이를 4년으로 늘리면 그만큼의 기간 동안에는 고용이 보장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는 조건을 붙여 4월 임시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애초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전국빈민연합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범국민행동(준)'이 3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 민중의 소리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그 부담을 덜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등의 편법을 일삼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법을 오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 살짝 숫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파견법 철폐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노동자들을 '크리넥스'가 아닌 '걸레'로 보는 것이다. 크리넥스는 한 번 쓰고 버리지만,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노동자들을 쓰고, 쓰고, 또 써서 온 몸이 먼지로 범벅이 되고 찢어져 헤질 때까지 쓰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 버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래서 이러한 인식은 더 심각하고 위험하다. 크리넥스 보다는 오래 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크리넥스든 걸레든 마지막 향하는 곳은 쓰레기통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더 비극적인 것은 '걸레'라도 좋으니 일 좀 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밝힌 통계청의 '2009년 3월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수 부진,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만 5000명이 감소했고 고용율은 1.2%포인트 감소한 57.9%였다.
실업자 95만 명, 그중에서도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 실업자는 37만 5천명으로 8.8%에 이른다. 환란 이후 최대 수치다. 구직 단념자도 17만 명에 이른다. 바로 한나라당과 정부당국이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비정규직 개정안은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제대로'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한 달간의 일정으로 열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4월은 이제 반 정도 남았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여당 집안싸움에 가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러다가 덜컥 '빵과 장미의 날'을 앞두고서 손도 못써보고, 제대로 사회에 나가 보기도 전에 나 역시 미래에 걸레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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