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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자율화는 사교육비 폭등 정책

- 제2차 미래형교육과정 개편 토론회 내용 분석3

등록|2009.04.17 10:27 수정|2009.04.17 10:27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에 지역간 수능 성적 발표를 했습니다. 지역별로 과목별 순위가 매겨져 상위그룹만 한눈에 보기 좋게 매겨진 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학생 1명이 응시한 과목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지역 전체 성적이 딱 한 학교인 곳도 있답니다. 그래도 아랑곳 없이 눈은 자연스레 '누가 누가 잘했나' 쓱 넘겨보다 그 다음엔 어떤 학교들이?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서열화의 매력이겠지요?

수능 성적과 사교육비와 미래형교육과정

대체 어떤 지역이 점수가 높을까요? 기사들을 훑어보니 부모의 학력수준이 높고, 경제수준이 높은 지역 학생들의 점수가 높다고 합니다. 특히 외국어과목은 전문대졸 이상 학부모 비율이 다른 곳보다 높아 경제수준과 가정환경 수준 영향이 밀접하다는 것이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학교가 많은가 보니 자사고나 특목고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학교에 보내려면 초등학교때부터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결국 수능점수 순위는 부모의 사교육비 지출능력과 비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비 지출비율과도 맞아떨어지는 결과입니다.


▲ 통계청 자료를 보니 2008년 가정의 월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사교육비는 늘었다는데 참여비율은 줄어들고 사교육비 격차는 더 커졌다고 합니다. ⓒ 신은희




미래형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자율화시킨다고 합니다. 학교와 학생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다양성, 창의성? 말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SKY대학에 얼마나 보냈느냐로 평가받을 때가 많습니다.

국가가 교육과정을 풀어줘도 대다수 학교들이 대입시에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수능점수 서열 같은 데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학부모님도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위를 물려주고 싶어 허리띠 졸라매고 조금 더 나은 고등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겠지요.

당연히 앞으로 사교육비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통계표에서 보듯 돈이 없는 부모들은 아예 사교육을 포기하는 양극화 현상도 심해질 것입니다. 결국 교육과정 자율화는 사교육비 자율화이고 부모 능력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부모에게 책임 전가하고 국가는 손 털려고?

미래형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춰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화해서 학생맞춤교육을 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대학맞춤교육이 될 뿐 아니라 결국은 고등학교 교육에서 국가가 손을 떼거나 자기 책임을 벗어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아래 통계수치를 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집니다.

 정부 교육예산 비율 점차 하락 90년 22.3%→2006년 20.1%
* 91~2000년경까지는 공교육비, 사교육비가 비슷
* 2000년 이후 사교육비 급증, 2007년 사교육비(4.8%), 공교육비(2.6%)
    ...저축감소로 노인 빈곤화 초래
                                                                (2006년 교육통계)


2000년이면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던 해입니다.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육내용 30% 감축과 난이도 조절, 수준별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선택중심교육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교육내용이 너무 어려워 강남학생 교육과정이냐는 비아냥을 듣습니다.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으로 가버려 교육효과보다는 사교육비만 늘리고 선택중심교육과정은 대학입시과목 선택으로 가버렸다고 아우성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그 때부터 공교육비는 줄어들고 사교육비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예산 자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바로 수요자중심교육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부는 교육을 서비스라고 하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비용을 내라고 은연중에 강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의 결과도 수요자가 책임지니 대학졸업하고 백수가 되어도 내 못난 탓이려니 생각하고 국가는 점점 방조자가 되는 셈입니다. 외국은 대학 등록금에 집까지 대주는 곳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교육도 집어던지겠다? 물론 뒤처지는 학교는 책임지겠다는 립서비스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만.

공교육 껍데기만 남을 판

이명박 정부는 공약인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왔습니다. 자사고 전환에 관한 준비는 국무회의를 통해 3월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월에는 자사고 규칙을 통과시켰습니다(관련기사, 경축! 고교입시 부활... 평준화 해체). 미래형교육과정 개편작업으로 교육과정 자율화까지 시행되면 우리 나라 공교육제도는 이제 정말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닐까요? 이미 대입시는 대교협으로 넘겨서 입시 부담에서 벗어났고, 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청으로 넘겨놓았습니다.

그러면 국가는 무얼 할까요? 3, 6, 9학년 일제고사 관리하겠답니다. 그러고 보니 일제고사로 한 줄 세워놓으면 고등학교가 학생 고르기 쉽게 되는 것 아닌가요? 괜히 일제고사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또 학교마다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 검사하는 역할도 하겠답니다.

공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합니다. 한편에서는 소멸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얼마나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으면 그럴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그럼 미래형교육과정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훑어보니 유럽교육에서 보던 핵심역량이든지 교과군, 학년군 개편같은 새로운 내용도 나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구체적인 교육내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수능순위공개와 미래형교육과정, 어쩜 이렇게 맞아떨어질까 생각이 듭니다. 정부정책이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없이 맞춰서 진행이 되는 거겠지요? 사교육비 줄인다더니 어쩜 사교육비 늘리는 정책 일변도인지 그 일관성이 놀랍습니다. 하지만 낱말뜻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로서 참 헷갈리는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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