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 ⓒ 박준규
오일, 사일, 삼일 또 다시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무슨 축하할 날도 아닌데 매년 이날은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그나마 나 같은 장애인들한테나 의미(?) 있는 날이지 일반인들에게는 솔직히 이런 날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기념일이다. 하긴 이날 말고도 각종 기념일이 사람들 무관심 속에 스쳐 지나는 날도 많으니 할 말은 없다.
천성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말이 천성적 장애인이지 엄밀히 밝히자면 후천성 장애를 입은 것이라고 어머님은 생전 말씀해 주셨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내게 미안해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즉, 태어날 때 좀 몸집이 컸던 나는 제왕절개술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의사의 자신감으로 자연분만을 유도해 태어나다가 결국 강제로 빼내는 과정에서 신경을 건드려 장애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엔 의료사고에 대한 정보도 없었을 뿐더러 그 의사는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지나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 시골에서 어머니 혼자 힘들게 키우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은 다 지난 일이니 말해봐야 소용없고.
목소리만 좋았어도 내 삶은 바뀌었을 거야
결론은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이란 장애를 얻고 지금껏 살고 있다. 이 장애인을 구분 짓는 장애유형만 해도 여러 개가 있고 그 유형에서도 등급별로 다시 나뉜다. 장애등급은 숫자가 낮을수록 중증장애에 속한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장애유형 중에서 뇌변병 장애가 가장 지랄 같은 병이다"라고. 왜냐면 다른 장애유형은 해당하는 신체부위만 불편하지만 이 뇌병변 장애는 복합장애다. 중복장애라고도 칭한다. 이는 말 그대로 장애가 골고루(?) 있다는 뜻이다. 뇌병변 장애인들은 대부분 팔 다리, 언어 장애가 동반돼 있다. 그 증세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보통 그렇게 세 가지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전은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자신에게 갖던 불만과 원망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을 이해했기 때문.
솔직히 지금도 장애인 친구들이 많지 않다. 내 몸 자체가 중증(?)장애인이면서도 강한 어머니 덕분에 일반학교를 다녔고 친구들 역시 비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장애인 친구를 사귄 지는 불과 몇 년 안 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을 만나며 나 역시 많은 걸 배운다. 나보다 더 불편한 친구 또는 선배들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지게 사는지 그동안 내가 가졌던 불만과 원망은 행복에 겨워 투정하는 것에 불과했단 걸 깨달았다.
삶이 힘든 당신에게 바치는 글 |
"위 글을 읽은 당신은 삶에 있어 무엇이 힘이 듭니까?" 자유롭게 걷질 못하고 말을 잘 못하고 손이 떨려 남들 앞에서는 밥도 잘 못 먹고 그렇습니까? 만일 그렇다 해도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 당신보다 더 불편한 몸으로도 열심히 사는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해 본다면 당신은 금방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며칠 전 4년 넘게 인터넷카페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던 회원님들과 처음으로 정모란 걸 가졌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그렇게 다정하실 것처럼 대하시던 회원님들이 저를 직접 보시고 가벼운 인사만 한 뒤 다른 분들과만 얘기하시더군요. 물론 카페지기는 저였지만 장애인 역시 저 혼자뿐이었지요, 대략 70여 분이 모인 자리였지만 운영진 외엔 제게 쉽게 다가오지 않으시더라고요. 허나 저는 그분들을 이해합니다. 제가 속이 넓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야 제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현재 삶이 좀 힘드셔도 저 같은 사람도 당당히 살려고 한다는 걸 생각해 주시고 멋지게 가슴 펴고 기운들 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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