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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93) 대표적

― ‘가장 대표적인 것’, ‘대표적인 외래종’ 다듬기

등록|2009.04.17 18:33 수정|2009.04.17 18:33

ㄱ. 가장 대표적인 것

.. 이렇게 새끼를 키우려는 새들의 노력은 대단한 것으로, 자신의 피곤함을 돌보지 않습니다. 실지로 새들의 모성애는 모든 동물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  《미승우-동물의 세계》(교학사,1977) 30쪽

 "새들의 노력(努力)은 대단한 것으로"는 "새들이 바치는 땀은 대단하며"나 "새들은 대단히 애쓰고 있어서"로 다듬어 봅니다. "자신의 피곤(疲困)함을"은 "자신이 고단해도"나 "자기 몸이 힘들어도"로 손보고, '실지(實地)로'는 '참말로'로 손봅니다. "새들의 모성애(母性愛)"는 "새들이 보여주는 사랑은"으로 손질하고, '중(中)에서'는 '가운데'로 손질해 줍니다.

 ┌ 대표적(代表的) :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무엇을 대표할 만큼 전형적이거나 특징적인
 │   - 북학파의 대표적 인물 / 대표적 사례 / 대표적인 경우 /
 │     이 부분이 작가 생각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한 곳이다 /
 │     대구는 분지에 발달한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이다
 ├대표(代表)
 │  (1) 전체의 상태나 성질을 어느 하나로 잘 나타냄
 │  (2) = 대표자
 │
 ├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 가장 대표라고
 │→ 가장 손꼽힌다고
 │→ 가장 뛰어나다고
 │→ 가장 돋보인다고
 │→ 가장 잘 나타난다고
 └ …

 대표할 만한 무엇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만,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니 '전형적'이거나 '특징적'이라는 대목이 보입니다. '-적'붙이 말투라서 또다른 '-적'붙이 말투를 써서 말풀이를 해야 했을까요.

 그러면 '대표'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대표자'와 같다고도 하는 '대표'인데, '대표자'는 말 그대로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대표' 말풀이 하나에 나오듯 "잘 나타내는" 일이 '대표'입니다.

 ┌ 대표적 사례 → 대표 사례 / 잘 나타난 일 / 손꼽히는 일
 ├ 대표적인 경우 → 손꼽히는 일 / 잘 나타난 일 / 도드라진 일
 └ 대표적으로 표현한 곳 → 잘 나타낸 곳 / 잘 드러낸 곳

 때와 자리에 따라서 '대표'라는 한자말이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때와 자리를 찬찬히 살피면, 말뜻 그대로 "잘 나타나는"이나 "잘 드러난"이 알뜰살뜰 어울리기도 합니다. 잘 나타나는 일이니 '도드라지'기 마련이고, 도드라진다 하는 일이란 '눈에 뜨인다'는 일이기도 합니다.

 ┌ 북학파의 대표적 인물
 │→ 북학파에서 손꼽히는 사람
 │→ 북학파에서 내로라하는 사람
 ├ 분지에 발달한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
 │→ 분지에 자리한 손꼽히는 도시 가운데 하나
 │→ 함지땅에 생겨난 몇 안 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
 └ …

 그리고, "대표적 인물"과 "대표적 도시" 같은 자리에서는 '잘 나타나는' 모습이란, 다른 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두드러지는' 모습이기에, '손꼽히는'이나 '내로라하는'을 넣으면 한결 매끄러우면서 잘 어울립니다. "북학파를 이끄는 사람"이나 "북학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나 "북학파에서 얼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때를 맞추고 곳을 살피면서 그때 그곳에 가장 알맞춤하게 넣을 낱말을 찾아봅니다. 흐름을 보고 앞뒤를 가누면서 그때 그곳에 좀더 걸맞는 낱말이 무엇인지를 헤아립니다.


ㄴ. 대표적인 외래종

.. 파랑볼우럭, 붉은귀거북, 뉴트리아도 우리 나라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외래종이다 ..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27쪽

 "우리 나라의 생태계(生態系)를 파괴(破壞)시키고"는 "우리 나라 생태계를 무너뜨리는"이나 "우리 나라 자연 삶터를 뒤흔드는"으로 손질합니다.

 ┌ 대표적인 외래종
 │
 │→ 손꼽히는 외래종
 │→ 널리 알려진 외래종
 │→ 잘 알려진 외래종
 └ …

 우리 자연 삶터에 함부로 들어와(물고기 스스로 함부로 들어오지는 않았고, 어설픈 우리들이 함부로 들여왔지만) 어지럽히는 외래종 물고기는 그야말로 골칫거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골칫거리를 골칫거리 그대로 느끼거나 받아들이는 분은 그리 안 많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사람 삶터에 함부로 들어와(이 또한 우리 스스로 끌여들였지만) 어지럽히는 서양 물질문명 또한 여러모로 골칫거리이지만, 골칫거리라기보다 거스를 수 없는 좋은 문명이라 여겨 버릇하는 모양새와 비슷합니다. 우리한테는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로 '부엌'이지만, 새마을주택과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주방(廚房)'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제는 '키친(kitchen)'으로 탈바꿈합니다.

 삶도 삶이지만 말도 참 말입니다. 얄딱구리하게 흔들리고 안쓰럽게 뒤죽박죽이며 구슬프게 휩쓸립니다. 우리한테 즐겁고 보람되며 넉넉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푸나무를 받아들이며 말과 글을 받아들이면 될 텐데, 우리가 참말 즐거울는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더없이 보람될는지를 살피지 않습니다. 가없이 넉넉할지를 곱씹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외래종 물고기가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져' 있다 한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대꾸가 힘이 셉니다. 이런저런 잘못되고 그릇된 바깥말이 이 나라 사람들한테 '잘 알려져' 있다 한들 '그러나 안 바꿀래?' 하는 대꾸가 드셉니다. 어쩌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 지구에서 손꼽히는 바보인지 모르고, 내로라하는 얼간이인지 모르며, 둘도 없는 멍텅구리인지 모릅니다. 제 삶을 버리고 있는 바보요, 제 넋을 내차고 있는 얼간이요, 제 이웃한테 모르쇠하는 멍텅구리로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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