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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쓴 겹말 손질 (60) 묻는 질문

[우리 말에 마음쓰기 612] ‘곧 안전과 직결되는’ 다듬기

등록|2009.04.18 12:29 수정|2009.04.18 12:29

ㄱ. 곧 안전과 직결되는

.. 그러나 산에서 자전거를 탈 때 기술은 곧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겸손하게 하나씩 단계를 밟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  《김세환-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154쪽

 '겸손(謙遜)하게'는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차분하게'로 다듬어도 좋고, 뒷말을 생각한다면 덜어내도 됩니다. '하나씩 단계를 밟아 배우겠다는 마음'이 '겸손'이거든요. "안전사고(安全事故)를 방지(防止)할"은 "사고를 막을"이나 "자기 몸을 지킬"로 고쳐씁니다.

 ┌ 직결(直結) : 사이에 다른 사물이 개입하지 아니하고 직접 연결됨
 │   - 환경 문제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 / 내륙과 직결되는 포구
 │
 ├ 기술은 곧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
 │(1)→ 기술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
 │(2)→ 기술은 곧 안전과 이어지는 문제
 │(2)→ 기술은 안전과 바로 이어지는 문제
 └ …

 "바로 이어지는"을 뜻하는 '직결'이니, 이 앞에 '곧'을 넣으면 겹치기가 됩니다. (1)처럼 '곧'을 덜거나 (2)처럼 '직결'을 '이어지는'으로 다듬어 주어야 알맞아요.

 ┌ 환경 문제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
 │→ 환경 문제는 사람이 사느냐 죽느냐와 이어진다
 │→ 환경 문제는 사람 삶과 바로 이어져 있다
 │
 ├ 내륙과 직결되는 포구
 │→ 내륙과 이어지는 포구
 │→ 내륙과 바로 닿는 포구
 └ …

 한자말 '직결'을 쓰는 일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낱말뜻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쓴다면 잘못입니다. 낱말뜻을 차근차근 헤아린다면 '바로(곧) 直 + 이을 結'로 짜여져 있음을 깨닫고, 이런 말짜임을 깨닫는다면 겹말을 쓰는 일이 없을 테지만, 말뜻 그대로 "바로 이어진다"나 "곧 이어진다"나 "곧바로 이어진다"처럼 손쉽게 풀어서 쓰지 않으랴 싶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단출하게.


ㄴ. 묻는 질문

.. 나는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  《타샤 튜더/공경희 옮김-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윌북,2006) 142쪽

 '세탁(洗濯)'은 '빨래'로 고치고, '요리(料理)'는 '밥하기'로 고치며, "하는 게 좋다"는 "할 때가 좋다"로 고칩니다. '직업(職業)'은 '하는 일'로 손질합니다.

 ┌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   - 질문 사항 / 질문을 받다 / 질문 공세를 펴다 / 질문을 던지다
 │
 ├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 직업을 묻는 말에는
 │→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 내가 하는 일을 물으면
 └ …

 "묻는 말"을 한자말로 옮기니 '질문'입니다. 이를 헤아리지 않고 "묻는 질문"이라고 적으면 어느 모로 보아도 얄딱구리합니다. 그냥 "묻는 말"이나 "묻는 이야기"라고 적으면 될 텐데요. 아니, '묻다' 한 마디만 적어도 넉넉합니다.

 ┌ 질문 사항 → 물어 볼 것 / 물을 것
 ├ 질문을 받다 → 물음을 받다
 ├ 질문 공세를 펴다 → 쉴 새 없이 물어대다 / 귀따갑게 물어대다
 └ 질문을 던지다 → 묻다

 사람들 말씀씀이를 살피면, '묻다'와 '여쭈다(여쭙다)'를 올바르게 가누는 분이 퍽 드뭅니다. 저 또한 묻다와 여쭈다를 오래도록 가누지 못하고 지낸 적이 있는데, 어르신 가운데에도 두 낱말을 옳게 가누지 못하는 분이 제법 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분이나 아버지 어머니 되어 아이들을 돌보는 분 가운데에는 두 낱말을 제대로 가누는 분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생각해 보면, 교사라는 일자리를 얻는 이들이 스스로 말과 글을 올바르게 가누도록 배우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애써 여러 책이라도 읽지 않습니다. 스스로 맡는 학과목 하나만 잘 익힐 뿐입니다. 더구나 국어교사가 아니고서는 말과 글을 알뜰히 헤아리는 일마저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혼인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고 할 때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 앞에서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아이한테 어떤 말을 가르치려 하는지 일찌감치 생각줄기를 가누는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될까요. 아이 앞에서 허튼 말을 하지 않도록, 아이가 잘못된 말에 길들거나 물들지 않도록 담금질하는 어버이는 몇이나 될까요. 아이를 맑고 착하고 튼튼하게 키우는 일 못지않게, 아이가 바르고 알맞는 말을 싱그럽고 어여쁘게 펼치도록 이끌고자 마음먹는 분은 있기나 할까 궁금합니다.

 ┌ 물음 / 묻기
 └ 묻다 / 물어대다

 '묻다'를 덜 쓰게 되면서 '질문하다'를 꾸준히 쓰는 동안, '물음'이라는 낱말 쓰임새가 줄어들고, '묻기'라는 낱말 씀씀이도 자취를 감춥니다. '질문 공세'라고 말하기는 하여도 '물어대다'라 말하는 일은 없고, "질문을 던지다"나 "물음을 던지다"처럼 엉뚱하게 뒤틀린 말을 하는 분마저 생겨납니다.

 생각이 없는 채 살아가니 생각이 담기지 않는 말이 나돕니다. 생각이 없으니 말다운 말이 없게 되고, 말다운 말이 없는 가운데 텅 빈 말, 빈 껍데기 말이 판을 칩니다. 빈 껍데기 말이 그득한 나라에서는 빈 껍데기로 덧씌우는 일이 넓게 자리잡고, 빈 껍데기로 온갖 일이 덧씌워지면서 우리 삶자락을 아름다이 가꾸려는 흐름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삶자락에는 아무런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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