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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33살, 빗속에서 운동화 젖는 줄도 모르고

곡우, 너무나 반가운 흥겨운 빗소리에 흠뻑 취하다

등록|2009.04.20 14:20 수정|2009.04.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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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33살, 빗속에서 운동화 젖는 줄도 모르고... ⓒ 이장연



지난 일요일은 간만에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해묵은 숙제 하나를 풀어냈더니 가슴속 콱 막혀있던 체증이 확 뚫린 것처럼 시원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밥맛도 좋고 잠도 잘 오더군요. 본격적인 자전거 방랑을 나서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침낭 등)을 살펴보는 통에, 새벽 2시쯤 잠이 들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깨었습니다.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인 오늘은 일기예보대로 반가운 빗님이 오려는지 잔뜩 찌푸려 있었습니다. 창문밖을 그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도서관에 자전거를 타고 갈까 아니면 우산 들고 걸어서 고개를 넘어 갈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다리 운동삼아 걷기로 작정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아침을 챙겨먹고 이것저것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 짙은 분홍빛 철쭉의 꽃잎에 빗방울이 맺혔다. ⓒ 이장연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긴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톡톡톡" 작은 노크소리가 우산 위에서 울리더니,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는 "후두두둑" 하고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갈증과 가뭄을 해소해 줄 달콤한 빗방울이 꽃잎에 떨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그 기세를 뽐내는 순간까지 빗속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다보니 30분이면 금세 넘어올 도서관 가는 길이 어느새 1시간 30분이나 걸렸습니다. 연두빛 숲 속에 떨어지는 흥겨운 빗소리에 흠뻑 취해서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몰랐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나이 서른 셋의 사내는 그렇게 철없이 비를 맞으며 좋아라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빗속의 또 다른 세계를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 반가운 비 때문에 인적이 사라진 계양산 산림욕장 ⓒ 이장연




▲ 빗길 꽃길을 정처없이 걸었다. ⓒ 이장연




▲ 우비를 챙겨입고 산을 찾은 사람도 보였다. ⓒ 이장연




▲ 달콤한 빗방울에 취한 꽃들이 바람에 춤춘다. ⓒ 이장연




▲ 빗속에서 꽃구경을 했다. ⓒ 이장연




▲ 비내리는 숲에서 다른 세계를 만났다. ⓒ 이장연




▲ 숲을 빠져나오니 샛노란 개나리 꽃잎이 빗방울에 떨어져 내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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