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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한 500억대 공장 부지, 공원으로 시민품에...

기증 6년만에 안양 삼덕공원 22일 개장식... 도심 오아시스로 각광

등록|2009.04.20 15:12 수정|2009.04.20 16:24

▲ 개장식을 앞둔 안양 삼덕공원 전경 ⓒ 최병렬


지난 2003년 7월 11일 당시 300억대(현 500억원 추정)의 공장 부지를 '안양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고싶다'고 안양시에 기증해 미담을 낳으며 전국적으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던 삼덕제지 안양공장 땅이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안양시는 "오는 22일 오후 2시 30분 기증자 전재준 회장을 비롯 이필운 안양시장, 김국진 시의장 등 시민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덕공원 개장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안양시에 따르면 삼덕공원 피크닉마당에서 시작되는 개장식 행사는 안양3동 양지사물놀이팀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경과보고, 식사 등의 기념식에 이어 금연공원 선포식, 기념식수, 전재준회장 흉상 제막, 수경시설 통수식, 공원시설 참관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삼덕공원은 안양4동 782-19번지 일원 19,376㎡ 면적에 123억원(보상비 64억5천만원, 조성비 58억7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07년 7월 18일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착공한지 1년 5개월만인 지난 1월 완공된 상태로 이날 개장식을 갖고 정식 이름을 다는 것이다.

▲ 명패를 부착한 삼덕공원 ⓒ 최병렬


시민들 휴식처로 도심속 오아시스로 이미 각광


이미 삼덕공원은 개장 넉달이 되면서 공원이 전무한 안양시 만안구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공원 개장식을 찾아간 지난 19일. 공원 곳곳에는 휴일을 맞아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을 비롯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많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어린이놀이터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과 유모차를 몰고 나온 엄마, 아빠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고 모래밭에서는 두꺼비 집 짓기와 흙장난이 한창이고, 앙증맞은 아기의 고사리 같은 손동작과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바쁘기만 하다.

시원한 물줄기가 바닥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피크닉 광장에는 자그마한 연못에 발을 담그다 빠져 온 몸을 적신 청소년들과 옷이 젖는다고 말리는 엄마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않고 펑펑 솟는 분수의 물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이 표정이 너무나 밝기만 하다.

벤치에는 무슨 얘기가 그리 즐거운지 젊은이들이 환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데이트에 푹 빠져있고, 잔디마당에서는 베드민턴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행복하기만 하고, 특히 노인들의 쉼터로 이미 자리를 잡은 곳곳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불편을 주어 미안… 안양시민에게 돌려주는 것 당연"

▲ 기증자 전재준 삼정펄프 회장 흉상 ⓒ 최병렬


"공장을 경영하면서 43년간 먼지와 소음을 내뿜어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어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안양시민들에게 돌려주는것이 당연합니다" "지금까지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가볍습니다."  -전재준 삼정펄프 회장 -

삼덕공원 조성은 1961년 안양에 인쇄용지 제조공장을 세운 전재준(현 86세) 회장이 삼덕제지 공장을 다른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공장부지를 아파트나 상가 용도로 매각하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공원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안양시에 기증함에 따라 추진할 수 있었다.

전 회장은 황해도 개성 출신으로 50년 가까이 지업상과 지류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1961년 삼덕제지를 경영해오다 회사가 커지면서 삼정펄프를 세웠으며 2005년 7월에는 성균관대에 아들 명의로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추가 기증하는 등 기부문화를 확산시켰다.

2003년 7월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양시에 무상 기증의사와 함께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줄 것을 밝혔던 전재준 회장은 2007년 기공식에서 "삼덕공원 공사가 반드시 계획대로 잘 이루어져 '전국에서 제일가는 공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안양시가 지켜주기 바란다"며 "흙냄새 나고 숲이 울창한 자연공원을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 말했다.

안양시는 지난 2008년 9월 30일 공장 부지를 안양시민에게 기증한 전재준 회장에게 안양시 명예시민증서를 수여했다. 이는 안양시의 80번째 명예시민이며 내국인으로 처음이다.

그러나 공원 조성 과정에서 '자연공원으로 조성해 달라'는 기증자의 뜻과 달리 안양시가 부족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논의도 없이 대규모 지하주차장 건립을 추진하며 기증자와 갈등이 불거지고 급기야 '땅을 돌려달라 내가 사비를 털어 직접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전국적 파장을 불러오면서 일방적인 행정 추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 삼덕공원 공원내 어린이 놀이터 ⓒ 최병렬


▲ 어린이 놀이터 ⓒ 최병렬


안양시, 시민 건강위해 금연공원으로 첫 지정

삼덕공원은 기증자의 뜻을 반영해 아름드리 소나무 등 25종 711주의 교목을 심고, 영산홍 등 12종의 관목류 59540주, 원추리 등 25종의 초화류 74530본 등 조경수를 식재했으며 수암천 복원과 연계시켜 녹지와 휴식공간을 적절이 조화시킨 자연친화적 공원이다.

공원에는 야간조명이 아름다운 바닥분수, 수암천을 연계한 소(小) 폭포와 연못이 친수공간으로 중앙광장에 자리 잡고 있어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를 맞아 청량감을 주며, 어린이놀이터, 소규모 공연도 가능한 잔디광장인 피크닉마당, 벤치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또 야생화를 관찰하며 걸을 수 있게 설계된 데크산책로와 헬스형 체육시설 등이 시민들을 반기는가 하면,  공공디자인 시범거리로 조성된 공원앞길 역시 눈을 즐겁게 하는 등 만안구 일원에서 추진중인 타 공원과 차별화된 안양시의 새로운 명소가 될 전망이다.

▲ 바닥분수 광장 ⓒ 최병렬


▲ 도심의 오아시스 연못과 수경시설 ⓒ 최병렬


안양시는 2008년 9월 첫 금연공원으로 지정해 공원 개장과 동시에 공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운영되며 또 자연형 하천으로 새롭게 변신하는 수암천 복원사업 첫 시작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돌아온 공장부지의 변신이 거둔 효과가 적지않다.

이와함께 안양시는 전 회장이 기증한 공장부지(16,008㎡)에 일부주택들이 연접해 있어 제 모양을 갖춘 공원 조성을 위해 사유지 1651㎡을 추가 매입했으며 현재 관리사무실과 홍보관 건립 공사를 추진중으로 오는 8월께 준공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출 예정이다.

특히 이곳이 기존에 삼덕제지 공장 터였음을 상징하는 높이 14m의 굴뚝과 기증자의 소중한 의미를 후세에 전하고자 기증자 전재준 회장의 흉상이 설치된 것 또한 특이하다.

▲ 삼덕공원의 야경 ⓒ 최병렬


▲ 삼덕공원의 야경 ⓒ 최병렬


안양시, 삼덕공원 조성 계기로 리턴프로젝트 추진

삼덕공원 개장을 앞두고 이필운 안양시장은 "전재준 회장의 공장부지 기부로 탄생한 삼덕공원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안양시민들에게 돌려준 어려운 결정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안양시는 앞으로 시민 누구나 쾌적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리턴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시가 추진하는 +리턴프로젝트(Return Project)란 공장이나 공공청사로 사용돼 왔던 땅을 공원 또는 문화공간 등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안양시는 안양8동 구 가축위생시험소를 만안도심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중이며, (주)유유 공장부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안양6동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매입키로 결정하는 등 삶의 질 향상과 여백이 있는 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중에 있다.

기증한 공장 부지의 삼덕공원 조성까지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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