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84)

― ‘인간 행동의 기준’, ‘숲의 동물’, ‘2년째의 봄’ 다듬기

등록|2009.04.20 19:41 수정|2009.04.20 19:41

ㄱ. 인간 행동의 기준

.. 인간 행동의 기준은 기술적인 능력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의 성격에 근거해야 한다 ..  《웬델 베리/박경미 옮김-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2006) 24쪽

 "근거(根據)해야 한다"는 "바탕을 두어야 한다"로 다듬어 봅니다. "기술적인 능력(能力)"은 "기술 능력"이나 "기술과 힘"이나 "기술힘"으로 손봅니다.

 ┌ 인간 행동의 기준은
 │
 │→ 사람이 행동하는 잣대는
 │→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 사람은 (이러저러하게) 움직여야 한다
 └ …

 토씨 '-의'를 잇달아 두 번 안 써서 반갑다고 해야 할까요. "인간의 행동의 기준"처럼 안 적었으니까요. 요새는 워낙 '-의'를 엉뚱하게 잘못 붙이면서도 잘못 쓰는 줄 모를 뿐더러, 잘못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조금만 더 헤아린다면, 조금만 더 살핀다면 이런 얄궂은 말투로 글을 쓰지 않을 텐데. 나아가, 참으로 쉬우면서 올바른 말로 너르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펼칠 수 있을 텐데.

 좁은 생각과 얕은 마음으로 글쓰는 일은 안타깝습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메마른 말투로 이야기를 펼치는 일도 딱합니다. 보기글은 말차례를 크게 손봐서 "사람은 기술 능력이 아니라 동네와 공동체 성격에 바탕을 두고 움직여야 한다(좋다)"처럼 풀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ㄴ. 숲의 동물

.. 소년 시튼의 목적은 숲의 동물들을 죽이는 것보다 동물들을 좀더 잘 알게 되는 것이었다 ..  《이마이즈미 요시하루(글),다니구치 지로(그림)/김완 옮김-시튼 (2)》(애니북스,2007) 44쪽

 "소년(少年) 시튼의 목적(目的)은"은 "어린 시튼이 품은 생각은"이나 "어린 시튼은 ……을 바랐다"로 다듬어 줍니다. '동물(動物)'은 '짐승'으로 손보고, "죽이는 것보다"는 "죽이기보다"로 손보며, "알게 되는 것이었다"는 "알게 되는 일이었다"나 "알고 싶었다"로 손봅니다.

 ┌ 숲의 동물
 │
 │→ 숲에 있는 짐승
 │→ 숲에 깃든 짐승
 │→ 숲에서 사는 짐승
 │→ 숲속 짐승
 │→ 숲짐승
 └ …

 들에 살아 '들짐승'이고, 길에 살아 '길짐승'입니다. 날아서 '날짐승'이고, 물에 살아 '물짐승'입니다. 땅속에서 살아간다면 '땅속짐승'이고, 숲에서 살면 '숲짐승'이에요.

 보기글을 통째로 고쳐써 봅니다. "어린 시튼은 숲짐승을 죽이기보다 숲짐승을 좀더 잘 알고 싶었다"로. 또는 "어린 시튼은 숲에서 사는 짐승을 죽이기보다 숲에서 사는 짐승을 좀더 잘 알고자 했다"로.


ㄷ. 2년째의 봄

.. 하지만 지칠 것만 같은 2년째의 봄 ..  《시무라 시호코/김현정 옮김-여자의 식탁 (1)》(대원씨아이,2008) 106쪽

 '2년(二年)'은 '이태'나 '두 해'로 고쳐 줍니다.

 ┌ 2년째의 봄
 │
 │→ 2년째 봄
 │→ 이태째 맞이하는 봄
 │→ 이태째 되는 봄
 │→ 두 해째 되는 봄
 └ …

 두 해가 되었으니 "두 해째 맞이하는 봄"이고, 세 해가 되면 "세 해째 마주하는 봄"입니다. 네 해가 되면 "네 해째가 되는 봄"이고, 다섯 해가 되면 "다섯 해가 되는 봄"입니다. 여섯 해가 되면 "여섯 해째 돌아오는 봄"이고, 일곱 해가 되면 "일곱 해째 헤아리는 봄"입니다.

 한 해 두 해 쌓이는 세월에 따라서 새롭게 맞이하거나 마주합니다. 남달리 느끼거나 받아들입니다. 새삼스레 겪거나 부대낍니다. 또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치르거나 삭여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