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전지하철 '평가 1등 못하면 사직' 서약서 파문

해당 역장에게 시정권고 조치... "계약직 약점 이용해 영업 강요"

등록|2009.04.23 14:48 수정|2009.04.23 16:07

▲ 대전 지하철 도시철도 공사 홈페이지, 최근 일부 역에서 '사직 서약서' 파문이 있었다. ⓒ 곽진성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 일부 역에서 지하철 직원(계약직)들에 대한 '사직 서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유아무개씨가 지난 16일 대전 지하철 도시철도공사 고객의 소리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유아무개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에는 "이것은 완전히 횡포고 노예 계약서입니다. 얼마나 구린데가 있으면 다른 곳에 알리지 말라고 서약을 받고, 알리면 언제든지 해직을 시킨다는 1년 계약직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입니다(중략)"라는 내용과 함께 서약서 파일이 첨부되어 있다.

첨부된 서약서에는 '전용카드(1일   개 이상), 광고유치(1년    개 이상)을 달성하겠습니다. 목표 달성시 그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겠습니다... (중략)... 00, 00역 근무조, 근무방식(통상, 시차, 조근무), 직급 등을 변경해도 의의가 없습니다. 00, 00역이 22개 역사의 평가부분에서 1등을 하여야 합니다. 위의 내용을 시청, 시의회, 공사, 언론 등에 일체 발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자필(내가 위의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자진하여 사직하겠습니다.)'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취재 결과 3월 중순, 대전 00역과 00역 직원들에게 문제의 서약서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두 역을 통합 운영하는 역장 아무개씨가 입장을 밝혔다.

"(서약서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수를 인정한다. 다만 잘해보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거고 최선을 다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문제가 불거진 사유서는 사직 등의 표현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그 후에 스스로 표현을 바꾸었다. 이번 일로 인해 시정 권고를 받았고 많이 반성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고쳐 나가겠다."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확인한 결과 문제의 사유서는 사실로 확인됐다. 각 역은 물론 공사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케 한 사례로 판단되어 공사는 해당역장에 시정권고 조치했다. 이를 즉시 폐기 및 시정하여 직원들이 안전과 친절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를 했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본연의 업무인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실적에 몰두해서 벌어진 일이며 단기 계약을 맺는 계약직 직원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영업을 강요하는 '사직 서약'을 받은 행위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