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배즙' 보낸 '개념찬 언니들'은 누굴까?
촛불 1주년 앞두고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배달된 택배 한 박스
▲ '개념찬 언니들'이 보내준 배즙 박스에 들어있던 응원 쪽지를 오마이뉴스 사무실 현관 유리창에 붙여놓았다. ⓒ 김태경
22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택배 한 박스가 배달됐다.
"뭘까?"
열어보니 배즙이 가득 들어있었다. 여기에 '개념찬 그대들의 배후세력이 되어주마'라는 글 귀와 함께 '배/후/일/인/세/력/연/합, 개념찬 언니들'이라는 내용의 스티커가 배즙 봉지마다 붙어 있었다. 귀여운 '촛불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개념찬 언니' 캐릭터가 특히 눈에 띄었다.
맛있게 먹다 보니(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정량'을 초과해 여러 봉지를 먹워치웠다) 대체 누가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MBC 노조 사무실에도 배달됐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택배 상자 겉면에 마침 보낸 분의 주소와 휴대폰이 적혀 있었다. 연락을 해봤더니 이 서슬퍼런 시국에 겁도 없이 '촛불 지원 배후'를 자임하는 세력의 총책(?)'을 알려준다. '하토르'라는 분이었다.
하토르는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의 신인 '라'의 딸이자 역시 태양신으로 숭배받는 '호루스'의 아내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로마 신화의 비너스와 동일시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하토르'님은 여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연락된 분도 여성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개념찬 '언니'들이었다.
하토르님은 "우리는 지난해 촛불부터 모여서 활동한 팀으로, 촛불 참가 시민들에게 여름에는 우비, 겨울에는 핫팩을 나눠졌다"며 "모금했던 촛불 지원금 가운데 일부가 남아서 촛불에 열심이었던 단체들에게 힘내라고 응원 댓글과 친환경 배즙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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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르님은 자신들의 카페 이름을 한사코 밝히지 않았다. 단, 패션 카페였던 '소울드레서'와 같은 성격의 순수 친목 커뮤니티라고만 얘기했다. 이른바 운동권 성격이 전혀 없던 이 카페에서 일부 뜻이 맞는 회원들이 따로 팀을 꾸려 촛불 지원 활동을 했단다.
그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MBC·한겨레신문·경향신문·민변·지역 촛불 단체 등 50곳에 배즙을 보냈다"며 "월요일부터 배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즙 겉봉에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농장에 주문할 때 기계로 붙여달라고 한 것인가요? 아니면 일일이 직접 붙인건가요?"
"배즙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회원 약 10명 정도가 한 곳에 모여서 하나씩 붙였어요."
"배즙이 수천 봉지는 될 것 같은데 그걸 다 수작업으로 했어요?"
"우리야 노가다에는 이력이 붙어서…호호호."
<오마이뉴스>에 배달된 배즙은 언뜻 헤아려 봐도 80봉지 정도. 단순 계산하면 50곳에 보냈으니 얼추 4000봉지는 넘을 것 같다. 택배 상자 안에 스티커 큰 것으로 한 장만 넣어도 되련만, 한 봉지마다 다 붙였으니 이 정성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택배 박스에는 회원 100여 명이 보내는 응원 쪽지가 들어있었다.
촛불[명사] 1. 촛에 켠 불 2. 모이면 모일수록 힘이되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 (비버)
고맙습니다. 이 어둠 속에서 여러분의 촛불 하나하나가 저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입니다. (다렌)
재외동포도 함께 합니다. (기린과자)
어느새 다음주면 벌써 촛불 1주년이다.
▲ 촛불 배후 세력을 자부하는 '개념찬 언니들'이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보내 준 배즙.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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