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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85)

'그녀의 몫', '그녀의 다른 작품', '그녀의 어깨' 다듬기

등록|2009.04.22 21:16 수정|2009.04.22 21:16
ㄱ. 그녀의 몫

.. 재치 있는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간호사들을 웃겨 분위기를 확 바꿔 주는 일도 늘 그녀의 몫이었다 ..  <김시자 평전, 부르지 못한 연가>(안재성, 삶이보이는창, 2006) 29쪽

 '농담(弄談)'은 '장난말'이나 '우스갯소리'로 다듬습니다.

 ┌ 늘 그녀의 몫이었다
 │
 │→ 늘 그이 몫이었다
 │→ 늘 김시자 몫이었다
 │→ 늘 김시자가 맡았다
 │→ 늘 김시자가 했다
 └ …

 "그녀의 몫"으로 적기보다는 "그이 몫"으로 적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그녀'라는 말을 굳이 써야 하지 않으니까요. "그 사람 몫"이라 해도 "자기 몫"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 글에서는 '김시자'라고 하는 분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름을 밝혀서 "김시자 몫"으로 적어도 됩니다. 그리고 "김시자가 맡았다"나 "김시자가 했다"처럼 고쳐써도 됩니다. 토씨 '-의'에서도, '그녀'에서도 우리 스스로 홀가분하게 곧추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ㄴ. 그녀의 다른 작품

.. 주자나 빈터로바는 1933년 1월 27일 브르노에서 태어났고, 1942년 4월 4일 테레진으로 이송되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  <더 이상 나비들은 보지 못했다>(프란타 바스 외/이혜리 옮김, 다빈치, 2005) 7쪽

 '이송(移送)되었다'는 '보내졌다'나 '옮겨졌다'로 고쳐씁니다.

 ┌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
 │→ 주자나 빈터로바 다른 작품으로는
 │→ 이 아이가 그린 다른 그림으로는
 │→ 이 아이는 (이러저러한) 그림도 남겼다
 └ …

 이제 막 열 살이 되는 계집아이를 가리켜 '그녀'라 하고, 이 아이가 쓴 글이나 그린 그림을 놓고 '작품'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얄궂습니다. 아이면 '아이'라 할 때가 가장 낫지 않울까 생각합니다. 굳이 작품이고 뭐고라 추켜세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글이라 하고 그림이라 하면 되지 않으랴 싶습니다.

 괜히 겉치레를 하지 말고, 구태여 겉발림에 매이지 말고, 어설픈 겉꾸밈에 빠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겉을 꾸미는 일은 나쁘지 않으나 겉에만 치우치다 보면 스스로 속이 흐물흐물해집니다. 속이 흐물흐물해지는 삶이라면 말 또한 흐물흐물해집니다. 속없이 비틀거리는 삶이라면 말뿐 아니라 생각도 비틀거리고, 우리가 어깨동무하는 뭇 이웃과 동무하고도 비틀리는 이음고리가 될 뿐입니다.

ㄷ.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곤

.. 친구가 모이를 줄 때면 새들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곤 했다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타샤 튜더/공경희 옮김, 윌북, 2006) 72쪽

 '친구(親舊)'는 '동무'로 다듬을 수 있으나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또는 동무 이름을 밝혀 주어도 되고요.

 ┌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곤
 │
 │→ 어깨에 내려앉곤
 │→ 친구 어깨에 내려앉곤
 │→ 그 아이 어깨에 내려앉곤
 └ …

 보기글 앞쪽에서 '친구'라 했다가 바로 뒤에서 '그녀'라고 적습니다. 글쎄, 뒤쪽에서는 그냥 '어깨'만 적고 "새들이 어깨에 내려앉곤"으로 해도 될 텐데. 뒤쪽에도 '친구'를 적을 수 있으나, "친구가 모이를 줄 때면 새들이 친구 어깨에 내려앉곤"이라 하기보다는 한 번은 덜어내 주면 단출할 텐데. 또는 말을 바꾸어 '그 아이'라 해 보거나.

 왜 이렇게 말을 하고 말까요. 왜 이처럼 글을 쓰고 마는가요. 우리는 우리 말이 무엇인지를 잊었을까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내버렸는가요.

 말을 잊으며 넋을 잊고, 글을 잃으며 얼을 잃습니다. 말을 버리며 삶을 버리고, 글을 내팽개치며 우리 스스로를 내팽개치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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