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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낙지, 된장에 빠지다

낙지 넣어 끓인 된장연포탕...속풀이에 최고

등록|2009.04.23 09:58 수정|2009.04.23 09:58

▲ 된장을 풀어 끓여내는 연포탕. 속풀이에 그만이다. ⓒ 이돈삼



간밤, 술을 거나하게 걸친 지인이 찾아와 해장을 하고 싶단다. 속을 푸는데 좋은 음식으로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복어와 생태가 먼저 꼽힌다. 콩나물, 선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특별한 해장을 해주고 싶다. 무안으로 향한다. 전라남도 무안은 세발낙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다. 재료는 단연 낙지. 주당들에게 최고의 안주가 산낙지라면, 연포탕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해장 메뉴는 연포탕이다. 그렇다고 여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는 탕은 아니다. 이름하여 '된장연포탕'이다. 재료는 싱싱하게 살아 있는 무안 뻘낙지다. 식당은 무안읍내에 자리하고 있다.

▲ 입에 군침 돌게 만드는 묵은김치. ⓒ 이돈삼



▲ 무안특산물 양파로 담근 양파김치. ⓒ 이돈삼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방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다. 연포탕 2인분을 주문해 놓고 잠시 기다린다. 묵은 김치와 양파김치, 새우무침, 젓갈 등 몇 가지 찬거리가 먼저 상에 오른다. 그리고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 하나 놓인다.

상 위에서 끓여내는 연포탕이다. 겉보기에도 맑은 물에 끓이는 일반 연포탕이 아니다. 깨끗한 물에 된장을 풀었다. 거기에다 무와 양파, 팽이버섯 그리고 청양고추를 썰어 넣었다. 그 위에 낙지 3마리가 꿈틀거린다.

밑반찬에 젓가락이 몇 번 오가는 사이 탕이 끓기 시작한다. 낙지도 어느새 숨을 죽였다. 집게로 낙지를 집어 올려 먹기 편하도록 가위로 몇 토막을 낸다.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 된장을 풀어 끓인 연포탕. 속풀이에 그만이다. ⓒ 이돈삼



개인 찬기에 국물을 조금 덜어 맛을 본다. 국물 맛이 담백하면서 시원하다. 된장 맛도 느껴진다. 그러나 된장국하고는 다른 맛이다. 청양고추가 얼큰한 맛을 내줘 속을 개운하게 풀어준다.

낙지 맛도 부드럽다. 그냥 먹어도 좋고, 입맛에 따라 초장 같은 것에 찍어 먹어도 좋다. 언제 속앓이를 했냐는 듯, 금세 해장이 끝난다. 밥도 방금 한 것처럼 입안에 훈김이 돈다.

된장연포탕을 처음 접한 이는 "연포탕이 해장에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연신 "맛있다", "개운하다"는 말을 해댄다. 기회가 되면 자리를 옮길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낙지요리에 술을 마시고, 연포탕으로 속도 풀고 싶다고 말한다.

조그마한 산낙지 한 마리를 나무젓가락에 둘둘 감아 통째로 입에 넣고 소주 한잔 붓고 싶어진다. 애주가가 아닌데도 술 한 잔이 당기는, 봄날 오후다.

▲ 연포탕에는 된장 외에도 무와 양파, 팽이버섯이 들어가 있다. 청양고추도 송송 썰어 넣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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