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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수고가 많다!

하늘도 무심치 않다면

등록|2009.04.23 10:22 수정|2009.04.23 10:22
어제도 하루는 여전히 먼지만 폴폴 날리는 삭막한 사막과도 같은 날이었습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어제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여 생업에 전념하였습니다.

허나 현실은 소득이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온종일 일을 했으되 공(空)을 치고 말았다는 것이죠.

장사를 하는 사람이 개시(開市), 즉 마수걸이도 못 하고
아침에 풀었던 짐을 죄 다시 싸서 집으로 돌아갈 때의
그 서글픔이란 경험치 아니한 사람은 모르는 하늘을 찌르는 극심한 비애입니다!

아무튼 기운이 하나도 없이 귀가를 하니 아내는
역시도 고삭부리로 꼼짝을 못 하고 꿍꿍 앓고 있었습니다.
"약은 먹은 겨?"

눈도 못 뜬 채 겨우 고개만 끄덕이는 아내에게 더 이상을 바란다는 건 무리였습니다.
주방에 들어가 아침에 먹던 국을 손수 덥혀 대충 저녁을 한 술 떴지요.
설거지까지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서니 그제야 겨우 눈을 뜨는 아내였습니다.

"죽이라도 쑤어줄까?"
허나 여전히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 아내를 보자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없는 사람은 아프지라도 말아야 하는데...!

물끄러미 TV에 눈을 박고 있는데 서울의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빠, 퇴근하셨어요?"

딸은 일전 제가 딸을 주려고 주문한 전기밥통이
오는 주말에 도착할 것 같다며 그걸 알려주고자 전활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 잘 됐다. 그나저나 오늘도 일하느라 고생 많았지?"
"고생은요 ... 참 엄마는 안 계세요?"

"네 엄마는 오늘도 아프시단다."
"저런!... 오빠는 오늘도 알바 나갔고요?"
"응, 내일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해야 비로소 일이 모두 끝난다더구나."

딸과의 통화를 마치고 읽다 만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하지만 글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요.

대신에 생각의 공백을 메운 건 여하튼 어제도 우리 가족은
나름대로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는 사실의 발견이었습니다.

우선 비록 공을 쳤으되 저는 어제도 가장의 직분에 충실하였습니다.
아내 또한 나름대로 가정경제 내조의 차원에서 힘든 알바 일을 며칠간 하더니
그예 또 병이 도져 온종일 자리보전이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고요.

아들 역시도 자신의 대학에서 야간에 순찰을 도는
고된 알바 일을 하느라 수고가 많았고
딸은 어제도 어려운 인턴사원 일에 충실하느라 힘이 들었을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눈을 뜨니 새벽 5시가 채 안 되었습니다.
일찌감치 세수까지 마치고 이 글을 씁니다.

해가 다시 떴으니만치 오늘도 맡은 바 일에 충실하고 볼 일입니다.
오늘도 다시금 수고를 마다 않는 삶에 충실하여야겠습니다.

모두들 수고가 많은 우리 가족들!
하늘도 무심치 않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잘 살 날이 오겠지요?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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