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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은 DJ "MB 대북정책이 변하고 있다"

처음으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

등록|2009.04.23 21:15 수정|2009.04.23 21:15

▲ 김 전 대통령이 목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이주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오늘 뉴스를 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직접 나서야 남북경색 국면이 풀릴 수 있다"며 재차 정상회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14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를 24일 방문하기 위해 목포를 방문했다. 목포는 그가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업 기반을 닦은 곳이자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해온 곳이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나들이엔 부인 이희호 여사와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동행했으며, 박준영 전남지사, 박지원 의원, 주승용 의원, 김옥두 전 의원 등도 함께했다.

"지금은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3대 국란시대"

오후 6시부터는 목포의 한 호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목포 방문 환영 만찬'이 열렸다. 환영 만찬에는 박 지사를 비롯해 약 400여 명이 초청돼 김 전 대통령의 고향나들이를 축하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설 때 연주된 노래는 <그리운 금강산>. 김 전 대통령은 자리에 앉고서도 한참 동안 이 곡을 감상했다.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새장을 연 주역으로서 회한에 찬 표정이었다.

박 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이백만 도민과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의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며 "김 전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잃고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후손들이 가치 있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존경을 표했다.

박 지사는 또 "김 전 대통령은 건국 이래 최악의 국난이었던 외환위기 사태를 2년 만에 극복하고, 중산층과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4대 보험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등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큰 기여를 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이름 석 자가 대한민국의 큰 자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득 목포시장도 환영사를 하면서 "2006년 이후 다시 목포 방문을 하며 귀한 걸음 해주신 대통령님 내외분께 감사드린다"며 "김 전 대통령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조금도 흔들림없이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은 건배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새시대를 연 김 전 대통령 내외의 고향방문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불어넣어주고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것을 믿는다"고 김 전 대통령 내외의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목포와 신안, 무안에서 와준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하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생활을 하면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서민경제를 살리며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이 세 가지가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며 "지금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서민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남북관계가 위기에 빠진 3대 국란시대"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는 작정한 듯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 대통령이 찾아와 남북관계에 대해서 대화를 했는데 다섯 번이나 공감을 표하더라"고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원만히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유신사람들이 많아 이 대통령에게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이 대통령의 참모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하루속히 대화하라, 대화하려면 인정할 건 인정하라"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기다리는 것도 정책이라고 하던데 기다리면 되는 게 있나"고 되묻고 "개성에 관광객이 잡혀도 속수무책, 현대건설 직원이 잡혀 있어도 속수무책, 북한이 합의된 걸 파기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는 남북 간 대화가 단절돼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남북대화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며 재차 "이 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남북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대통령이 6·15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인정하고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합의한 것을 후임 대통령이 뒤집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고 물었다.

김 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남북문제와 관련 "하루속히 대화하라, 대화하려면 인정할 건 인정하라, 그래야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오늘 뉴스를 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조짐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오늘 정부가 개성공단 협의제안 등에 대해서 남북대화를 검토하겠다는 뉴스를 접한 후 한 말이지만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 방침을 상당히 진전시키라"고 조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목포 등 고향주민들에게 "나라 생각하면 참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우리나라가 잘되기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는 5월 중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를 지켰던 과거와 같이 이 3대 국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고향주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그것은 이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며 그렇게 또 우리가 더 잘해서 권력을 찾아오면 된다"고 역설했다.

5년 만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잠을 자게 된 김 전 대통령은 24일엔 자신의 탯자리인 하의도에서 한낮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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