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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김근태는 왜 전주에 안갈까

[4·29 재보선 D-4] 수도권 올인하는 민주당 '계산법'

등록|2009.04.24 21:18 수정|2009.04.24 21:18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고문이 21일 오전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홍영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4·29 재보선은 '잊혀졌던' 민주당의 옛 정치 거목들을 다시 불러왔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텃밭' 전주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수도권 승리가 절실한 민주당은 손학규 전 대표와 김근태 전 의장을 모셔왔다.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자웅을 겨뤘던 '3인방'이 모두 등장한 셈이다.

민주당의 부름을 받고 선거전에 뛰어든 손학규, 김근태 두 사람은 새벽부터 밤까지 유세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이한 점은 수도권(인천 부평을, 시흥)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등장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 텃밭(전주)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정동영 후보와의 무소속연합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전주 완산갑의 신건 후보가 이광철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데도 두 사람을 철저히 수도권에만 투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4·29 재보선, 유권자의 눈을 전주에서 돌려라

거물급 정치인 두 사람을 오로지 부평과 시흥에만 '징발'하고 있는데는 '유권자의 눈을 전주에서 떼내야 한다'는 민주당의 고민이 배어있다. 사실 정동영 후보의 등장으로 민주당은 선거 초기부터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공천 배제' 과정에서 일어난 민주당의 내전은 'MB정권 심판'이라는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흔들어 버렸다. '정동영과 정세균' 대결 구도는 지지층과 유권자의 정치혐오만 불러왔다.

만약 손학규·김근태를 전주로 내려보낸다면 언론과 유권자들의 눈은 다시 전주의 '집안싸움'에 쏠리게 된다. 그럴 경우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거물 정치인 두 사람을 부평과 시흥에만 남겨두는 이유는 여기 있다.

'결전의 날'을 4일 앞둔 민주당의 계산법은 텃밭을 잃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오직 수도권 승리에만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와 당 지도부가 전주로 내려가는 발길을 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전주에서의 패배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이 전주의 집안 싸움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 민주당은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전주에서 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홍영표 후보와 지지자들의 4.29 부평을 재선거 필승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만송


전주는 조직의 힘, 수도권은 후보단일화 '기대'

그렇다고 민주당이 전주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전북의 모든 조직을 동원해 김근식·이광철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원으로서 정동영 후보를 돕는 '해당 행위자'는 철저히 징계하겠다는 엄명도 내렸다.

상황이 이러니 정동영-신건 무소속연합 쪽에서는 "민주당이 조직동원 선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정 후보는 23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 박주선 전북선거대책 공동위원장이 '민주당 당원을 중심으로 조직선거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주시민을 철저히 무시한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24일에는 신 후보가 나서 "민주당은 이번 주말 이광철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서 1만 명 총동원령을 내려 조직동원 선거를 시험 가동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구시대적인 조직동원 선거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수도권 2곳은 손학규 김근태 한명숙 등 거물 정치인들과 당 지도부가 올인하고, 전주 선거구 2곳은 수십년간 다져온 조직으로 총력을 기울인다는 양면 전략인 셈이다.

수도권에서는 '후보단일화 카드'도 뽑아들었다. '반 이명박 세력'을 모두 묶어 한나라당을 무너뜨리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진보후보 단일화가 진행되는 울산 북구에서 김태선 후보를 사퇴시키는 묘수를 뒀다. 인천 부평을의 민주노동당(김응호) 후보와 경기 시흥의 시민후보(최준열)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후보단일화에는 정세균 대표가 매우 적극적이다. 정 대표는 24일 시흥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분열돼서는 승리할 수 없다, 제 정당 대표가 모두 만나 머리를 맞대고 (후보단일화에) 노력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이는 '김상곤 학습효과'다. 수도권의 진보진영은 힘을 모아 한나라당 세력이 강한 수도권에서 경기교육감에 당선시켰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에게 후보단일화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전을 돌파할 수 있는 비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간이다. 4·29 재보선은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와 있다. 후보단일화라는 민주당의 '회심의 카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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