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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왕십리에 봄을 가져다 주고 싶다"

대학생들, 왕십리뉴타운 철거지역에 희망의 꽃 그리다

등록|2009.04.25 19:57 수정|2009.04.25 19:57
왕십리프로젝트 '뒷담화'

ⓒ 박종무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휘몰아치던 25일, 뉴타운 재개발로 철거가 진행중인 왕십리 재개발1구역에서 십여명의 대학생들이 부서진 벽들 사이로 남아있는 벽들에 예쁜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

회색빛 벽에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그려진다.

이들 팀을 맡고 있는 김민경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소속 아트 레이다의 현장미술팀 김민경팀장 ⓒ 박종무





- 어디에 소속된 학생들인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소속 아트 레이다의 현장미술팀 회원들이다. 용산철거민 참사를 겪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팀이 만들어졌다. 현재 회원은 이십여명으로 계속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

- 철거지역에서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용산철거지역에 작업을 하러 처음 갔을 때 창고로 사용하는 사무실 정리를 도와달라고 하여 정리를 하다 보니 벽에 해골 그림을 비롯하여 보기 안 좋은 글씨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지우는데 경찰들이 '그곳에 낙서를 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어 그곳에 한시간 정도 억류된 후 용산경찰서로 연행되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느라고 잡혀있었다. 그것 때문에 한 때 아고라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청소를 해도 잡아간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철거가 예정된 지역에서 그림작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그림하는 사람이 자기 그림이 얼마 있지 않아서 없어질 거라는 것을 알면서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 재개발 지역에서 우리가 그린 그림이 이 마을 주민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하는데 이곳 주민들이 반겨주시고 같이 그림도 그리시고 해서 즐겁다."

벽화작업중인 학생들

ⓒ 박종무



- 왕십리 재개발구역에는 무엇을 그리려 하는가?
"이곳 왕십리의 그림의 주제는 '봄'이다. 지금이 봄이지만 왕십리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왕십리에 봄을 가져다 주고 싶다."


봄의 문턱을 한참 넘은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의 손등을 차갑게 스쳐 지나간다. 창문은 모두 깨지고 벽들은 짐승의 아픈 상처마냥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왕십리 재개발구역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봄이 다가오지 않는 왕십리 재개발구역에 저 학생들의 정성이 씨앗이 되어 봄의 꽃이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 세입자들도 사람이고 그들도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세입자들이 배제된 개발주의 뉴타운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 박종무



▲ 세입자들이 나간 상가들. 전면이 뜯기고 노란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비가 내리는 왕십리는 뉴타운 정책으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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