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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줄고 소득세 오르고... 영국 갑부들 '위기'

억만장자 줄고 상위 100명 중 단 3명만 재산 늘어... 정부는 고소득자 소득 세율 인상

등록|2009.04.28 10:11 수정|2009.04.28 10:12

▲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009 영국 최고 갑부 명단'을 발표했다. ⓒ 김혜미



영국 <타임즈>의 일요일 판인 <선데이 타임스>가 26일 발표한 '2009 영국 최고 갑부 명단'에 따르면 올해 명단에 부호들의 재산의 합은 2582억 7000만 파운드(약 507조 원)로 지난해 4128억 파운드(약 811조 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선데이 타임스>는 21년 전 처음 '영국 최고의 갑부 명단'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부호들의 재산이 전례가 없는 하락을 보였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억만장자의 수가 지난 1년 만에 75명에서 절반가량인 43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재산도 1550억 파운드(약 304조 원)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5년 동안 '영국 최고 갑부 명단'에 들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재산 3000만 파운드에서 지난해 8000만 파운드로 증가했지만 올해는 상위 1000명에 드는데 5500만 파운드로도 충분했다.

최고의 갑부 중 상위 100위에 든 부호들은 920억 파운드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에서 단 3명만 재산이 늘어났다.


◆최고 갑부도 경제 위기에 맥 못 춰= 기사에 따르면 5년 연속 영국 최대의 부자 자리를 지킨 인도 출신의 철강왕 라크슈미 미탈이 억만장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재산은 올해 약 170억 파운드 줄어든 108억 파운드였다.

역시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첼시 축구 클럽을 소유한 러시아 출신의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위를 차지했다. 그의 재산은 117억 파운드에서 70억 파운드로 줄어들었다.

영국 출신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웨스트민스터 공작으로 대부분 부동산인 그의 재산은 70억 파운드에서 65억 파운드가 됐다.

경기침체로 손해를 본 또 다른 부자는 버진 미디어 그룹의 리처드 브란손 회장으로 그의 재산은 지난해에 비해 15억 파운드 줄어든 12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포뮬라 1(F1) 그룹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은 올해에만 9억 3400만 파운드를 잃어 재산이 14억 6000만 파운드로 줄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 매진한 팝 스타들도 손해 막심=팝 스타로는 처음으로 기사 작위를 받은 부호 클리프 리처드 경의 개인 재산도 5000만 파운드에서 4000만 파운드로 줄어들었으며, 역시 팝 가수로 부호의 대열에 있는 톰 존스 경, 필 콜린스 그리고 엔젤버트 험퍼딩크 모두 상당한 손해를 봤다.

유명 연예인들의 재산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는 가치가 곤두박질 친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 자산들이 꼽히고 있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 경은 이 때문에 600만 파운드의 재산상 손해를 보았다. 

엘튼 존 경의 재산은 지난해 2억 380만 파운드에서 1억 750만 파운드로 떨어졌는데 그 주요한 이유는 기부를 많이 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었다.

◆불황 속 호황 누린 부자들=하지만 경제 위기라고 모두가 울상을 지은 것은 아니다.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의 전 회장인 켄 모리슨 경의 재산은 11% 증가했다. 이는 16억 파운드에 해당하는 것이다.

영국 최고의 백화점인 헤러스를 소유한 모하마드 파예드는 그의 재산에 6억 5000만 파운드 보탰다. 배당금 형식의 온라인 스포츠 베팅 전문업체인 '베트365(Bet365)'를 소유하고 있는 피터 코츠와 데니스 코츠 형제의 재산은 약 33% 늘어난 4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정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비판= 영국 정부가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부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영국의 공공부문 지출 예산이 국내 소득의 5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70년 대 노동당 정부 아래서 IMF 구제 금융을 받았던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가혹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부 장관이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은 50%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사업가들은 이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워터스톤 서점 체인의 창업자이자 노동당에 기부금을 내 왔던 팀 워터 스톤은 영국 정부의 소득세율 인상안에 대해 "악의적인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사업가들의 의욕을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영국을 떠나는 사업가들도 있다. 영국의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인 휴 오스몬드는 스위스로 가겠다고 선언했고 영국의 가장 큰 재정 고문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하그리브즈는 모로코나 조세피난처인 영국 령의 맨 섬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1년 동안 이 조사를 해온 선데이타임스의 필립 베레스포드는 영국 최대의 갑부들이 받은 손실의 규모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송고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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