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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의 대리만족의 대상이 아닙니다"

진정 아이들을 크게 살리는 방법이 없을까요?

등록|2009.04.27 11:05 수정|2009.04.27 11:06

꽃밭풀꽃들은 제각각 다 다른 시새움으로 어우러졌을 때 더 아름답습니다. ⓒ 박종국


"얘들아, 아침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것보다 책 읽는 게 좋지 않을까?"
  "근데요 선생님, 날마다 우리 엄마와 하시는 말씀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아요?"
  "그래? 엄마도 매일처럼 읽으라고 다그치나?"
  "말도 마세요. 집에 가면 책 보라는 이야기를 달고 있어요. 아예 컴퓨터는 하지 말래요."
  "그 참 안타까운 노릇이구나. 어쩌면 좋아."
  "그래도 할 수 없지요.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그냥 책을 읽어야 해요."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많아집니다. 집에서 공부해라, 책 읽어라, 게임하지 마라, 학원 가라, 학습지 해라, 일기 쓰라, 숙제하라는 다그침뿐이랍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고3 학생들만큼이나 공부하는 데 지쳐 있습니다. 빡빡하게 짜여진 학원과외로 숨 고를 시간이 없습니다.

적어도 내 아이를 사랑한다면 보다 적게 다그치고, 거듭되는 간섭을 줄여야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에 부모의 역할이 크면 좋을 것 같지만 너무 잦으면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맡겨두어야 합니다. 꼭 필요한 때에만 도와주고, 부모가 아이들의 보조자로서 만족해야 합니다.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풀꽃 한 송이바위 틈에 핀 풀꽃 한 송이가 아름다운 이유는 차디찬 겨울 바람을 이겨낸 제 스스로의 꿋꿋함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 박종국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스스로 가려하지 못하는 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제 하고픈 일 다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심하게 잘못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을 느껴볼 수 있어야합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크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제 스스로 잘 자랍니다

사실, 아이들은 뜯어말리지 않으면 책 읽기는커녕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습니다. 오락에 심취합니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않습니다.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음악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크게 탓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취향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하지 말라고 제재를 한다고 해서 쉽게 그만두지 않습니다.

뭣한 얘기지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자신은 컴퓨터 오락에 빠져서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단정합니다. 그런 부모와 아이는 의사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생활의 중요한 일거리며, 문화요, 놀이입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부곡초 6학년 아이들지난 4월 초 부곡초 6학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밟는 길이었습니다. ⓒ 박종국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스스로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문화생활의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책 한 권을 읽는데도 어른이 직접 골라서 읽기를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답답해합니다.

그런데도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보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닦달해야 마음이 느긋해집니다. 오직 착하고 좋은 일에만 눈 뜨도록 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공부 잘하고, 능력이 특출해야 안심입니다. 아이는 칭찬받고 인정받아야 살맛이 납니다.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아이는 칭찬받고 인정받아야 살맛이 납니다

지금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로봇으로 만드는 데 바쁩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언제나 피곤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 하고픈 것이 다 다르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 이것만 하라고 권한다는 것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입니다. 문화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개의 부모들은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느 교실수업부곡초 2학년 교내 공개수업 모습, 다 다름을 인정하는 시간입니다. ⓒ 박종국


아이들은 잠자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눈 뜨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어른들 틈에서 크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입니다. 단지 어른들 위주의 문화 속에 뒤섞여 적당히 허용되는 문화만 누리라고 허락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망치는 것이요, 아이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부속물이 아닙니다.

"난 만화책이 무척 재미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만화책은 안 된대요."
  "저는요. 컴퓨터오락을 하고 있으면 신이나요. 난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될 거거든요."
  "나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매일 요리책만 봐요."
  "선생님, 저는 블로그를 멋지게 꾸미고 싶어요. 그런데 컴퓨터를 마음대로 못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런데 학원과외 땜에 시간이 없어요."

한데도 부모가 애써 아이에게 걸림돌 같은 존재가 된다면 서로 의사소통의 길만 어렵게 만듭니다. 고루한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아이는 아이의 잣대로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조금 양보하여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쌍방이 노력해야합니다. 합의의 결과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도 하나의 문화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아이에게 부모 욕심만을 내둘렸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도 무턱대도 옭아매는 공부와 책읽기를 강요하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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