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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냐? 이것들아~ 아줌마에게도 꿈은 있어!

줌마시대의 등장한 <세 바퀴>와 <태희혜교지현이> 공감 백배

등록|2009.04.27 09:30 수정|2009.04.27 09:30
불황기에는 아줌마가 대세인 모양이다. 한창 들어 '줌마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TV에서 보여주는 아줌마들의 놀라운 장악력이 그러한 예가 아닐까. 솔직히 내가 처녀였던 시절, 아줌마라면 '용감무식'의 안면몰수, 염치불구 등등의 캐릭터였다.

가령, 버스에 함께 올라타면 어떻게든지 자리를 만들어 앉고, 못 앉을 경우 슬그머니 학생 앞으로 가 자리를 양보하라며 무언의 압력을 넣기도 하는. 그뿐이냐. 목소리는 왜 그리 크고, 만났다 하면 시어머니와 남편 욕이 주렁주렁.

그런데 아줌마 되니 알겠다. 정말 할 것도 많고 자식 위해서 부끄러운 건 그야말로 'X나 갖다주라"고 해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반찬값 아끼고, 자식의 학업 문제부터 남편 회사 생활, 시댁의 대소사까지 챙겨야할 것도 많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그렇다 보니 억척스러워지기도 하고, 몰염치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게 아줌마스럽다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런데 아줌마스러움이 과연 무엇일까. 요즘 들어 방송을 보면 곰곰이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아줌마 어떤데?" "그럼 아가씨랑 아줌마랑은 다른 게 뭐야?"

▲ 아줌마들의 웃음 속에 희노애락이 담겨 있어 아줌마들을 열광케 하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 ⓒ imbc


이것들아~ 우리도 아가씨일 땐 안 그랬어~

요즘 들어 재미나게 보는 두 프로그램 <세바퀴>와 <태희혜교지현이>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아줌마들의 수다 한 판이 벌어지며 우리의 삶에 엔돌핀을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과 시트콤이라는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두 개의 프로그램 모두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에 참 비슷하다.

그런데 혹자는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가령 <태희혜교지현이>의 나오는 준수 엄마(최은경) 처럼.

"어우~ 테러블, 여기 앉아서 또 노닥거리고 있는 거야?"

솔직히 아줌마들의 수다. 어떻게 보면 참 시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세바퀴>의 경우 원색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비방송용이 될 법한 민감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의 대표주자는 이경실 여사.

그녀는 스스로 '마일리지'라 운운하며 자신의 과거사를 아무렇지 않게 개그소재로 활용할뿐더러 더 한 것도 방송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아마 아줌마가 아닌 처녀가 들으면 "어머머~ 낯뜨겁게"라고 외치며 손사래 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줌마들은 다 안다. 그 이야기가 생활 속에서 체득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임을. 왜? 우리들은 그래서 <세 바퀴>를 보면 함께 박장대소한다. 솔직히 이제까지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아줌마들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는데, <세 바퀴>는 아니다.

아이돌 가수가 그곳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아줌마들의 과도한 사랑에 희생양마저 되어버린다. 그만큼 <세 바퀴>의 주체는 아줌마다. 하지만 막무가내 방송 같아도 일정한 룰이 있다.

가령, 사회자 박미선과 이휘재, 김구라는 적절하게 수위조절을 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경실과 조혜련, 선우용녀, 김지선이 웃음을 책임진다면 양희은이 가수가 군기반장 노릇을 한다. 가령 한성주가 옷을 과도하게 입고 나올 경우 가차없이 응징한다.

"너는 그게 옷이 뭐니?"

이 한 마디에 한성주는 옷을 고쳐입는다. 이러한 일정한 룰이 맞아떨어지면서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며 그야말로 세상을 바뀌는 퀴즈의 매력이 이것이 아닐까. 또 화요비는 출연해 이야기했다. "여기 무서워요!"라고. 그래 아줌마들은 무섭다. 왜? 한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사실 아가씨들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혹은 그래도 꼭 왜 아줌마들이 무서우냐고 반문하는 아줌들도 더러 있을 듯싶다. 그럴 땐 <태희혜교지현이>의 보배 엄마 말처럼 "결혼 안 해본 처녀처럼 왜 이래?"라는 말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

▲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를 통해 이야기하는 아줌마들의 꿈과 희망 <태희혜교지현이> ⓒ imbc


가사 노동이 니들 얼마나 힘든 줄 아니?

사실 회사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오는 아줌마도, 집에서 가사 일만 하는 아줌마도 다 같은 아줌마다. <태희혜교지현이>의 극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두 여자가 있다. 바로 영철 엄마와 보배 엄마이다.

방송국 작가로 일하는 영철 엄마. 당연히 자식과 남편, 집안일을 만능으로 돌보기란 힘들다. 특히 꼭 자녀 문제를 일방적으로 부인이 해야 하는 법은 없음을 잘 보여주는 영철네. 하지만 내 자식 누가 '꼴통"이라며 머리를 쥐어박으면 분개하는 사람이 엄마이자 아줌마다.

보배 엄마와 영철 엄마가 서로 자기 자식을 비하하는 부분에서 다툼을 하는 그녀들 모습 속에서 아줌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슈퍼맘, 전업주부 등등 이런 말로 아줌마를 포장하려해도 다 같은 아줌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보배엄마의 남편 그 인간, 한상필이 술값으로 50만 원치 카드를 긁었을 때 날아오는 문자 한 통에 보배 엄마는 분개한다. 아니 보통 집안 살림 경제가 중산층 가정이라면 모든 아줌마들이 분개한다. 아니, 한상필 그 인간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다.

그에 화가 난 보배 엄마 명품가방을 떡 하니 신상으로다가 질러버린다. 하지만 그마저 시장에서 날치기를 당해 가방이 찢어져 서럽게 눈물바람으로 빵집에 달려온다. 그런데 보배 엄마 우는 이유는 명품가방이 찢어져서가 아니라 찢어져서 가방을 반품하지 못하게 돼서 우는 것이다.

이게 아줌마다. 남편이 50만 원을 엉뚱한데 써서 약이 오르지만 명품 가방 하나 떡하니 사놓고도 "내 팔자에 무슨 명품? 반품이나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줌마다. 사실상 우리의 가사노동을 환산해보면 실상 명품 가방 하나쯤은 거뜬히 사고도 남는다.

그런데 남편 생각에, 자식 생각에 마음대로 자기 거 입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면서 아끼며 아등바등 살아간다. 이뿐이 아니다. 방송에서 준수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아이들 교육을 영어몰입식 교육이 펼치지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없는 돈에 아이들 학원비 마련해보고자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넉넉하지 않고서야 아이들 두 명 기준으로 할 때 유치원비만 해도 한 달에 32만 원 가량이 나오는데 여기에 학원비까지 보내면 족히 100만 원은 넘게 든다. 그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한 것은 불 보듯 뻔한다. 그래도 내 자식만큼은 남보다 잘났으면 하는 바람에 없는 돈에 학원을 보낸다. 이런 게 아줌마다.

물론 이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투자하면서 남편과 자식에게 모든 걸 의존하는 습관. 한국의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아줌마들이 못된 남편과 못된 자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 왜 자기계발에 힘을 쏟지 못하느냐.?왜 꿈을 갖지 못하느냐? 반문한다면

"이것들아~ 니들이 어떻게 알어? 그게 우리 꿈이야? 인생의 모진 태클에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남편 위해, 자식 위해 살아가는 거! 그것도 행복인 걸 니들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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