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산이 오늘도 몸살을 앓고 있다

좋은 곳이면 어디서나 차지하고 있는 인공구조물

등록|2009.04.27 10:18 수정|2009.04.27 10:18

맑은 계곡에 차려진 술상 이런 술상들이 계곡을 따라 차려져 있었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마시는 술맛이야 좋겠지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유쾌할 턱이 없다. ⓒ 김학섭



서울 변두리 한 유명산으로 오르는 길목,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바위사이를 굽이치며 흐르는 깨끗하고 맑은 물이 한결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산은 서둘러 초록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간혹 져버린 산수유꽃 대신 철쭉꽃이 행락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4월 마지막 휴일을 즐기려는 인파로 산이 오늘도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유명산이면 어디서나 같은 풍경이지만 이 산도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었다. 산을 오르는 골짜기 입구에는 어김없이 막걸리는 파는 구조물들이 어설픈 모습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겠다고 하겠으나 어쩐지 풍치가 좋은 곳에 어김없이 이런 구조물들이 차지하고 있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중국 황산에 가본 일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 케이블카가 움직이지 못해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 갈 수밖에 없었다. 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놀라운 것은 길에 휴지조각 하나 구경할 수 없었다. 휴지가 널려 있는 우리들의 산을 생각하면 너무 깨끗한 것이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다. 휴지라도 버렸다가 발각되면 엄한 처벌이라도 받는 벌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다.

찌그러진 술상 손질을 하지 않아 한쪽이 찌그러진 술상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역시 개울가를 차지하고 있어 등산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 김학섭




그러나 지금 우리의 행락문화도 많이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중심으로 몇 몇 유명산을 둘러보았다. 산은 휴지조각 하나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도 구경할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년 행락 절기가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취객들의 고성방가도 없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산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먹는 문화만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유명산 개울을 따라 오르는 산 입구에 여전히 간이 건물안에는 막걸리를 팔고 있는 간판이 붙어 있었고 어디를 가나 술안주를 팔고 있는 곳이 있었다. 풍치가 좋은 곳에 앉아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술과 안주를 먹을 수 있다면 먹는 사람이야 기분이 좋을 테지만 보는 사람은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이상한 소방용수 마치 이삿짐을 묶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화재가 났을 때 사용할 소방용수라고 되어 있는데 목적은 좋지만 꼭 이런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런곳이 하나도 아닌 여러개가 산재해 있었다. ⓒ 김학섭



산을 오르는 동안 또 다른 구조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꼭 산에 필요한 구조물이라고 하더라도 자연 풍치를 해치는 구조물이라면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짐을 꾸려 놓은 듯한 이런 구조물은 사방에 있었다. 산불이 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수라고 적혀 있었다. 꼭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지 궁금했다.

산은 우리에게 맑은 공기만 공급해 주는 곳은 아니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곳이다. 동물이 없는 산, 나무가 없는 산, 물이 없는 산, 꽃이 없는 산이 있다면 그것도 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산을 아끼려면 산을 본래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산을 가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산에 덧칠을 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