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노수미 / 해피리포터, 사진_우리누리]
한 번에 한 사람씩 사랑 전하기
매번 걷던 길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늘 그곳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문득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 말이다.
나는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고시원에 산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고시원과 십여분 떨어진 거리에는 길음 재래시장이 있고 그곳을 따라 쭉 내려가 보면 낡은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깨진 보도블록과 칠이 벗겨진 담벼락, 여기저기 움푹 패인 시멘트 자욱들. 이 골목이 지나온 세월을 증언하는 흔적이다. 이곳에서 3년을 지내보니 시장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 모으시는 할머니의 꾸부정한 모습도, 등교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의 모습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 날은 무언가 조금 달랐다. 3년을 매일같이 지나다녔던 고시원 앞 길목, 너무나 평범해 보잘 것 없던 그 길에서 우리누리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랑의 나눔터
우리누리는 소득, 교육, 정보의 격차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전문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단체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누리가 설립하여 운영중인 센터는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두 곳이다.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과 위기에 직면한 다양한 연령의 개인 및 그 가족들을 위한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유경 사무국장은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는 개인의 치료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간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 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회복되고 육성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고 전했다.
가족상담센터에는 풍부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사, 언어치료사,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어, 가족들이 고민을 함께 의논하며 지친 마음까지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방과 후 '방임'되다시피 하는 길음지역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학습 및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에게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보충합니다. 또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발달을 돕고 심리 상담을 통해 건강한 가족으로 회복되고 육성되도록 지원하죠."
서유경 사무국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주로 빈곤 지역의 아동들을 돕기 위해 풀뿌리 운동의 형식으로 발생한 공부방이 200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바뀐 명칭"이라고 덧붙였다.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일백만 아이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전지협·회장 박경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동 빈곤율은 10%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아이들은 학원에 못 다닌다. 학교 교육이 전부다. 방과 후 우리누리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가운데엔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흔하다.
먹고 살기에 바쁜 부모들은 다른 동네처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만한 형편도, 낮에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줄 만한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학습지도 및 다양한 특기적성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키워주고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학교 수업 보충, 전문 상담가들의 아동 심리 상담, 여의도에서 서울치과를 운영하는 의사선생님의 치아검진, KT에서 후원하는 IT 교육, 알찬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 및 사회성을 향상시켜 준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근사한 바베큐 파티를 열어 아동들의 '건강증진'을 돕고 있다.
자원교사 한송희(경희대 간호학과)씨는 "아이들이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공부를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고 말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
"우리누리는 전체 사업을 후원비로 진행합니다. 정부지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언제 승인될지 모르고 운영실적과 구청지도점검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죠. 재정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유경 사무국장은 최근 우리누리가 성북구의 드림스타트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민·관이 함께 하는 사업의 경우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지만 우리누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후원비에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심리치료사 이리아씨는 "누군가 한 시간 동안 나에게만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해 준다는 마음이 상담의 시작입니다. 상담도 감기와 같아요. 감기에 처음 걸리면 너무 아프고 괴롭지만 점차 나아지면서 내성이 생기잖아요. 아이들의 마음 속에 생긴 괴로움과 아픔을 단기간에 치유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천천히 꾸준히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마음의 변화가 곧 행동의 변화로 연결되는 놀라운 일을 직접 보시게 될 것입니다"고 말한다.
박봉을 감수하고 일하는 사회복지사,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찾아와 주는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대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배워간다. 아이들의 깨끗함에 자신을 비춰보며 더러움을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교사, 자원봉사자, 아이들 모두의 '나눔'이 서로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셈이다.
우리누리의 누리집 메인화면에는 마더 테레사의 '한 번에 한 사람' 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우리누리가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 주는 시이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고,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밖에 껴안을 수 없지만, 그 한 사람이 열 사람이 되고 열 사람이 또 열 사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마더 테레사 효과'가온누리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누리]
◇ 주소 : 136-100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670-5, 사회복지법인 우리누리
◇ 대표전화 : 02-775-1004
◇ 누리집 : http://www.woorinuri.org/
한 번에 한 사람씩 사랑 전하기
나는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고시원에 산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고시원과 십여분 떨어진 거리에는 길음 재래시장이 있고 그곳을 따라 쭉 내려가 보면 낡은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깨진 보도블록과 칠이 벗겨진 담벼락, 여기저기 움푹 패인 시멘트 자욱들. 이 골목이 지나온 세월을 증언하는 흔적이다. 이곳에서 3년을 지내보니 시장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 모으시는 할머니의 꾸부정한 모습도, 등교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의 모습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 날은 무언가 조금 달랐다. 3년을 매일같이 지나다녔던 고시원 앞 길목, 너무나 평범해 보잘 것 없던 그 길에서 우리누리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한국-호주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해피시니어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랑의 나눔터
우리누리는 소득, 교육, 정보의 격차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전문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단체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누리가 설립하여 운영중인 센터는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두 곳이다.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과 위기에 직면한 다양한 연령의 개인 및 그 가족들을 위한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유경 사무국장은 "우리누리 아동가족상담센터는 개인의 치료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간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 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회복되고 육성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고 전했다.
가족상담센터에는 풍부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사, 언어치료사,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어, 가족들이 고민을 함께 의논하며 지친 마음까지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방과 후 '방임'되다시피 하는 길음지역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학습 및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에게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보충합니다. 또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발달을 돕고 심리 상담을 통해 건강한 가족으로 회복되고 육성되도록 지원하죠."
서유경 사무국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주로 빈곤 지역의 아동들을 돕기 위해 풀뿌리 운동의 형식으로 발생한 공부방이 200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바뀐 명칭"이라고 덧붙였다.
▲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한국-호주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해피시니어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일백만 아이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전지협·회장 박경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동 빈곤율은 10%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아이들은 학원에 못 다닌다. 학교 교육이 전부다. 방과 후 우리누리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가운데엔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흔하다.
먹고 살기에 바쁜 부모들은 다른 동네처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만한 형편도, 낮에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줄 만한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학습지도 및 다양한 특기적성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키워주고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학교 수업 보충, 전문 상담가들의 아동 심리 상담, 여의도에서 서울치과를 운영하는 의사선생님의 치아검진, KT에서 후원하는 IT 교육, 알찬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 및 사회성을 향상시켜 준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근사한 바베큐 파티를 열어 아동들의 '건강증진'을 돕고 있다.
자원교사 한송희(경희대 간호학과)씨는 "아이들이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공부를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고 말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
"우리누리는 전체 사업을 후원비로 진행합니다. 정부지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언제 승인될지 모르고 운영실적과 구청지도점검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죠. 재정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유경 사무국장은 최근 우리누리가 성북구의 드림스타트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민·관이 함께 하는 사업의 경우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지만 우리누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후원비에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심리치료사 이리아씨는 "누군가 한 시간 동안 나에게만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해 준다는 마음이 상담의 시작입니다. 상담도 감기와 같아요. 감기에 처음 걸리면 너무 아프고 괴롭지만 점차 나아지면서 내성이 생기잖아요. 아이들의 마음 속에 생긴 괴로움과 아픔을 단기간에 치유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천천히 꾸준히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마음의 변화가 곧 행동의 변화로 연결되는 놀라운 일을 직접 보시게 될 것입니다"고 말한다.
▲ 누리집 첫 화면에 띄워진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 우리누리가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 준다. ⓒ 해피시니어
박봉을 감수하고 일하는 사회복지사,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찾아와 주는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대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배워간다. 아이들의 깨끗함에 자신을 비춰보며 더러움을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교사, 자원봉사자, 아이들 모두의 '나눔'이 서로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셈이다.
우리누리의 누리집 메인화면에는 마더 테레사의 '한 번에 한 사람' 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우리누리가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 주는 시이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고,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밖에 껴안을 수 없지만, 그 한 사람이 열 사람이 되고 열 사람이 또 열 사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마더 테레사 효과'가온누리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누리]
◇ 주소 : 136-100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670-5, 사회복지법인 우리누리
◇ 대표전화 : 02-775-1004
◇ 누리집 : http://www.woorinuri.org/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행복발전소(www.makehappy.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피리포터'는 전국의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을 직접 방문취재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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