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전시의장 사퇴서 '부결'로 새 의장 선거 '무산'

시민단체 "대시민 사기극... 의원 전원 사퇴하라"

등록|2009.04.28 18:00 수정|2009.04.28 18:00

▲ 대전시의회 ⓒ 심규상



김남욱 대전시의장의 사퇴의사 표명에 따라 28일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려던 대전시의회가 '사퇴서 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암초를 만나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대전시의회는 28일 오전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지난해 후반기 의장단 선거과정의 부정으로 1년여 동안 파행을 거듭해 온 '대전시의회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표명한 김남욱 의장의 '사임의 건'을 처리한 후 신임 의장선거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대전시의회는 그 동안 문제의 불씨가 됐던 이른바 '교황선출식 의장선출제도'를 후보 등록 후 정견발표, 비밀투표에 의한 의장선출의 방식으로 개선하고 후보등록을 받았다.

심준홍 의원과 이상태 의원이 의장 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치열한 물밑 선거운동을 벌여 온 이들은 이날 본회의를 통해 새로운 의장이 선출되고 1년여 만에 의회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임시회가 개회하자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민주당 소속 양승근 의원이 '김남욱 의장의 사퇴서' 처리를 무기명 비밀투표로 승인하자고 제안한 것.

양 의원은 "김남욱 의장은 지난해 7월 19명의 대전시의원 전원이 참석해 정상적으로 선출한 의장으로서, 그의 사퇴는 의회화합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의장 합의 추대를 전제로 결심한 것"이라며 "현재처럼 두 명의 후보가 자신들만의 입장을 내세우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의장사퇴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 의원의 제안은 정식안건으로 채택되어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여졌고, 결국 김남욱 의장을 제외한 18명의 의원 중 찬성 9표, 반대 7표, 무효 2표로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다. 이로써 대전시의회는 새로운 의장 선출은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이미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사퇴의사를 표명한 김남욱 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의장선거에 출마했던 심준홍 의원과 이상태 의원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 의원은 "허탈하다, 울화통이 터지려고 한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득표활동을 해 왔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앞으로 누굴 믿고 의정활동을 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이 의원도 "상상도 못했던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시민단체 "대전시의회, 의원 전원 사퇴하라!" 

▲ 지난 2008년 7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대전시의회 규탄 촛불문화제. ⓒ 심규상



의회정상화를 촉구해 온 시민단체들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며 의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결국 대전시의회 의장 사퇴는 150만 대전 시민을 기만하는 정치 쇼로 끝났다"며 "1년 가까이 계속된 시의회 파행에 대해 책임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난 김남욱 의장이 오늘 사퇴서 부결로 결국 의장자리를 유지하게 되는 코미디가 연출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문제는 오늘 투표결과가 보여주듯 시의회의 장기파행으로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류, 비주류 간 갈등과 반목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오늘 임시회 사퇴건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퇴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이러한 대전시의회의 '갈짓자' 행보는 대전시의회에 대한 불신을 넘어 풀뿌리 민주주의 무용론을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각히 우려된다"면서 "1년 가까이 장기파행을 겪은 대전시의회가 의장사퇴와 재선출을 통해 실추된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는 오늘 대전시의회가 보여준 대시민사기극은 150만 대전시민이 19명의 대전시의원들에 위임한 주민대표성을 짓밟는 행위로 규정한다"면서 "이는 결국 19명 시의원을 선출한 대전시민들의 고귀한 명예를 한순간에 실추시킨 행위로 이는 시민의 손에 심판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욱 "뒤통수 맞았다"... 사전밀약설 '부인'

한편, 이번 사퇴서 부결로 계속해서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 김남욱 의장은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사전 밀약설을 부인했다.

회의장에 불참한 김 의장은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투표결과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이번 주가 지나가기 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전에 어느 누구와도 (사퇴서 부결안) 그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만일 그런 이야기를 미리 나눴다면 주류나 비주류 의원들에게 노출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