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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형' 전두환, '순응형' 노태우... 노무현은?

검찰소환 세 전직 대통령의 모습, 어떻게 다른가

등록|2009.04.30 14:56 수정|2009.04.30 20:38

▲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문재인 변호사(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용욱 비서관,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이에 앞서 14년 전인 1995년 겨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소환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12·12와 5·17)과 맞물려 있었고,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업으로부터 받은 '검은 돈' 때문에 소환됐다. 다만 후자는 받은 돈의 성격이나 액수 등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벌 총수 등으로부터 수천억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사례였다. 특히 재임기간 중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퇴임 이후 은닉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준 사람은 재벌 총수가 아닌 사실상 공개적인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아닌 부인과 조카사위가 돈을 받았다는 점도 두 전직 대통령과 다르다. 그 액수도 600만 달러(60억원) 정도다.

'순응형' 노태우-'저항형' 전두환... 노무현은?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순응형'이었다. 그는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비자금 조성' 혐의를 시인하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나흘 뒤인 1995년 11월 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다가 "한 말씀만 해달라"는 요구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바로 청사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지만 그는 17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말할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등 불성실한 답변으로 검찰의 속을 태웠다.

'순응형'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의 주역답게 '저항형'이었다. 그는 검찰이 1995년 12월 2일 소환을 통보하자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의 태도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의 '골목성명'으로 맞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지만, 다음날 조카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검찰수사관들에게 압송됐다. 그는 자신이 수감된 안양교도소에서 첫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하다가 겪은 '굴욕'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를 통보받기 전까지 검찰과 '전투'를 벌였다.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검찰이 겨냥하고 있는 혐의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해온 것. 다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장기화되자 노 전 대통령측에서 "빨리 소환조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 의해 의혹이 부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30일 서울로 출발하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18분께 대검 청사에 도착한 뒤 "면목없는 일이다, 다음에 얘기하자"는 짧은 답변만 남긴 채 청사 11층에 마련된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

"사실만은 지키고 싶었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여개에 이르는 검찰의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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