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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재선거 무엇을 남겼나?

진보진영· 한나라당 모두 갈등 수습이 과제

등록|2009.04.30 17:20 수정|2009.04.30 17:40

▲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운데)와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진보신당 이상엽


'노동자 도시' 울산에 진보신당이 원내진출의 첫 깃발을 꽂았다.

4월 29일 치르진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5만4378명(투표율 46.7%)의 유효 투표 가운데 2만5346명(49.2%)를 얻어  2만1313표(41.37%)를 얻은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같은 결과는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대대적 지원, 울산에서 내리 5선을 한 정몽준(동작구 을) 최고위원의 '선거기간 울산 상주'라는 총력전에 맞서 내놓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진보진영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갈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한나라당 역시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일방적 정책추진으로 인한 당 내분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

진보정당, 단일화 과정서 파열음

울산 북구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공판을 한 달 가까이 앞둔 지난 2월 15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특히 단일화를 위한 '진보진영 원탁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포함해 모든 진보정치 세력이 원탁테이블에 모여서 단일화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3월 12일 대법원이 윤두환 의원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확정하면서 재선거가 치르졌지만, 진보진영은 이보다 한 달 앞서 선거 채비에 들어간 셈이다.

강기갑 대표의 단일화 제안 후 진보정당은 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민주노총 총투표 여부를 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격렬한 기싸움을 벌였고, 결국에는 민주노총과 현대차지부의 총투표 불참 선언까지 이어지면서, 선거일을 불과 3일 앞둔 4월 26일에야 단일화에 성공해 진보진영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파열음은 강기갑 대표가 단일화를 제안한 다음날인 2월 16일 노옥희 진보신당 울산시당위원장이 보인 반응에서 이미 예고 됐다.

노 위원장은 강 대표 제안에 "진보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중적 요구를 무시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에 의한 후보단일화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파열음은 예고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라는 것이 그 이유지만 1년전 분당 과정에서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결국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결국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북구청장과 시의원, 국회의원을 지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조승수 후보는 김창현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하지만 이후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이 단일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사퇴하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한나라당 공천 과정 잡음

▲ 울산 북구 재선거 한나라당을 공천에 반발,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수헌(왼쪽) 이광우 예비후보가 4월 10일 단일화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 박석철



한나라당은 강기갑 대표의 2월 15일 단일화 제안과 그 전후로 나타난 진보정당들의 발 빠른 움직임에 내심 불쾌해 했다. 한나라당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의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재선거는 결정됐고, 한나라당도 재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11명의 공식 신청자와 2명의 비공식 신청자 등 13명의 공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들 공천신청자들이 약하다며 전략공천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11명의 공식 신청자는 당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원칙과 과정을 무시한다며 서운함을 분출했다. 당내에서 몇 사람의 전략공천자가 거론되더니 4월 6일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확정됐다.

그러자 공천 신청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이광우 당 지도위원은 "박근혜를 도와 공천에 탈락했다"고 반발했고, 공천 신청자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김수헌 후보는 "힘 없고 줄 없는 보통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당비나 내고 당을 위한 힘든 일을 해야 한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급기야 두 사람은 4월 10일 친박 무소속 단일화를 선언하며 "원칙도 기준도 모르는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면서 한나라당에 반기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김수헌 후보는 끝까지 선거전을 치르며 진보단일화에 맞선 여권 단일화를 원하던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는 4848표로 9%대의 득표율을 얻었다. 하지만 이광우 후보는 선거를 불과 5일 앞둔 4월 24일 후보를 사퇴하면서 한나라당 지지를 선언했다. 탈당 선언과 친박무소속 단일화를 약속했던 울산시의회 기자실, 바로 그 자리에서다.

그의 한나라당 지지 선언 이유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흐리게 하는 진보세력의 짝짓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야권 단일화에 맞선 범보수진영 단일화에 기폭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에서는 끝까지 선거를 완주한 김수헌 후보에 대해 "한나라당으로부터는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지만, 그의 지지층으로부터는 소신있다는 평을 들을 것"이라고 평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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