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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날씨에도 꽃 피고 아이들은 자라고

[철따라 새로 쓰는 우리 마을 절기 이야기8] 입하

등록|2009.05.01 11:10 수정|2009.05.01 11:11
들쭉날쭉 하는 날씨에 춘분 지난 늦봄이 맞는가 싶습니다. 다음 주가 입하인데 비가 한 번 내리면 기온이 뚝 떨어져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난감한 날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상청 누리집에 들어가 평년값(1961년~1990년)과 4월의 기온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지난 30년간의 평년값 기온 분포1961년부터 1990년까지 기온의 평년값이다. 최저기온을 보면 4월의 기온 분포는 일정하게 오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기상청




2009년 4월의 최저기온 변화올 4월의 최저기온을 보면 2도에서 13도까지 들쭉날쭉이다. 지난 30년간의 기온 분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기상청




평년값을 보면 4월 초부터 최저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분포가 일정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올해 4월의 최저 기온은 2도에서 13도까지 올랐다가 다시 5도까지 떨어지는 등 오락 가락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제(29일)의 평균 기온은 15.6도로 평년값 14.6도보다 1도 정도 높은데도 최저 기온은 8.6도로 평년값 9.5도보다 낮았습니다. 몸으로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이렇게 수치로 확인하니 기후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온 분포를 보이고 또 생활상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진달래가 지는 모습진달래가 질 때는 이렇게 꽃잎이 통째로 뚝 떨어집니다. 동백꽃만 뚝뚝 붉은 꽃을 떨구는 것은 아닙니다. ⓒ 한희정

우리만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마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예년처럼 봄은 왔고, 진달래 피었다지니 철쭉이 피고, 감나무 새순이 올라오고, 대추나무 느림보도 겨우 새 잎 한 두 개 피우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온 숲이 푸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면의 변화가 궁금해집니다. 폐름기의 대재앙으로 생명체의 80%가 멸종하게 되고, 백악기의 대재앙으로 그 시대를 주름잡던 공룡이 멸종했던 것처럼 어떤 변화가 오고 있는지, 우주의 역사를 보면 찰나를 살고 있는 우리가 예측하기는 어렵겠지요.

단풍나무꽃 세례를 받은 자동차단풍나무 아래 주차해놓은 자동차 덮개 위로 꽃비가 내렸다. 단풍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고 곤충들도 바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 한희정




이런 저런 우려 속에서도 만화방창이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 마을은 날마다 봄꽃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꽃과 봄철 나무의 맥박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꽃을 통꽃과 갈래꽃, 겹꽃과 홑꽃으로 나누어 보았지요. 통꽃으로 피는 꽃은 꽃이 질 때도 통째로 뚝 떨어집니다. 꽃잎이 하나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걸 처음 알았을 때는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진달래, 개나리 꽃나무 아래 꽃이 쏟아져 있었습니다. 철쭉도 통꽃, 2주 전에 개나리 진달래가 졌고, 이제 만발했던 철쭉꽃이 질 때가 되었습니다.

홑꽃과 겹꽃흰꽃은 홑꽃이고 분홍꽃은 겹꽃이다. 겹꽃은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겼다. 생식에 필요한 암술이 꽃잎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조경용꽃의 비애라고 할까? 역자연하는 인간의 무모함일까? ⓒ 한희정




숲으로 들어가기 전 마을을 산책하며 철쭉을 찾았습니다. 철쭉은 겹꽃이 아닌 홑꽃인데 마을 정원에 있는 철쭉은 겹철쭉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보기 좋게 하려고 조경용으로 '개량(개량인지 변종인지)'했기 때문이지요. 불행하게도 겹철쭉꽃은 암술을 꽃잎으로 변형시킨 것이라 꽃술이 없었습니다. 있어도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미약해 보였습니다. 단지 인간 눈에 보기 좋게 하려고 자연을 이렇게 거스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곱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홑꽃이 훨씬 더 예뻐 보이는데요.

꽃목걸이 만드는 아이들철쭉 나무 아래 앉아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실에 꿰고 있다. ⓒ 한희정




숲으로 들어가니 철쭉은 모두 홑꽃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분홍 꽃들이 철쭉 나무 아래 뚝뚝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꽃을 주워 실에 꿰어 꽃목걸이를 만들어봅니다. 꽃을 따서 만드는 것보다 땅에 떨어진 꽃을 주워서 만드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철쭉 꽃받침에는 끈적끈적한 진액이 묻어 있기도 하고, 꽃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꽃받침과 수술 암술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떨어진 꽃은 꽃잎만 떨어져 있으니 그대로 주워 꿰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만들었어요.철쭉을 실에 꿰어 보여주는 아이들 ⓒ 한희정




이렇게 만든 목걸이를 손에 두르니 팔찌가 됩니다. 5학년이나 된 큰 녀석들인데도 집에 가져가서 엄마한테 드리겠다니, 엄마 머리에 묶어 주겠다니 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덩치가 커도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연이, 보기 좋게 만든다고 인위적으로 홑꽃을 겹꽃으로 만든 철쭉이 아니라, 오락가락 종 잡을 수 없는 날씨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자연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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