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벽화'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미당 서정주 기념관을 바라보고 있는 고창의 돋음볕 마을에서 시작되더니, 유행처럼 전국 곳곳을 화폭으로 만들며 다양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아름다운 벽화가 밋밋하거나 삭막할 수 있는 마을의 분위기를 일신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니 좋은 일이기도 하다.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가 우암산 아래에 있는 수동의 수암골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정착지로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낙후된 곳이다. 옛날의 골목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이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청주시내의 전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수암골의 담벼락에 청주의 예술단체들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최근에는 한류스타 소지섭을 앞세운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영지(한지민)와 초인(소지섭)이 살림을 차린 허름한 동네, 특히 소지섭이 벽화골목에서 한지민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했던 촬영지로 관심을 모았다.
수암골은 옛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만 찾던 곳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이곳이 촬영지로 알려지자 일반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수암골의 변화되지 않은 골목길은 우리 기억 속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라 찾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청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우암초등학교 정문에서 송신탑이 서 있는 우암산 방향으로 가면 담장에서 수암골의 이정표를 만난다.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 중기 때 문신인 이봉상, 남연년, 홍림의 위패를 모신 사당 표충사가 있다.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가 청주로 침입하자 충청도 병마절도사였던 이봉상은 남연년, 홍림 등과 끝까지 싸우다가 순절하였다.
수암골은 표충사 뒤편의 언덕 위에 있다. 수암골에 들어서면 목간판과 삼충상회가 맞이한다. 큰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입구의 뒤편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다.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병아리와 파란색의 양철대문, 곳곳의 특징을 적어놓은 지도, 대문에 가지를 걸친 노송, 예쁜 발레리나와 금방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피아노건반, 소품을 닮은 작은 그림들, 여름의 시원한 바캉스 풍경, 노란 해바라기 위를 나는 나비와 잠자리가 좁은 골목길 가득하다.
수암골은 낙후된 지역이라 대부분의 주민이 연세가 많은 어른들이다. 그래서 가까운 우암초등학교를 지날 때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좁고, 누추하고, 부서지고, 방치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외롭고 쓸쓸한 골목길이지만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벽화들이 있어 즐겁다.
어떤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수암골에서는 작고 좁은 것들도 한없이 크고 넓어 보인다. 어떤 것이든 때가 되면 사라져야 한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이치와 손가락질 받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사라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줄에 매달려 펄럭이는 빨래에서도 의미를 찾아본다.
우암산의 3.1공원, 세계 기록유산인 직지의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사적 제212호 상당산성, 청주를 상징하는 가로수길, 대통령 별장 청남대 등 수암골에서 가까운 곳에 볼거리들이 많다.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가 우암산 아래에 있는 수동의 수암골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정착지로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낙후된 곳이다. 옛날의 골목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이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청주시내의 전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 수암골 안내판 ⓒ 변종만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수암골의 담벼락에 청주의 예술단체들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최근에는 한류스타 소지섭을 앞세운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영지(한지민)와 초인(소지섭)이 살림을 차린 허름한 동네, 특히 소지섭이 벽화골목에서 한지민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했던 촬영지로 관심을 모았다.
수암골은 옛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만 찾던 곳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이곳이 촬영지로 알려지자 일반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수암골의 변화되지 않은 골목길은 우리 기억 속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라 찾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청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우암초등학교 정문에서 송신탑이 서 있는 우암산 방향으로 가면 담장에서 수암골의 이정표를 만난다.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 중기 때 문신인 이봉상, 남연년, 홍림의 위패를 모신 사당 표충사가 있다.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가 청주로 침입하자 충청도 병마절도사였던 이봉상은 남연년, 홍림 등과 끝까지 싸우다가 순절하였다.
수암골은 표충사 뒤편의 언덕 위에 있다. 수암골에 들어서면 목간판과 삼충상회가 맞이한다. 큰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입구의 뒤편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다.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병아리와 파란색의 양철대문, 곳곳의 특징을 적어놓은 지도, 대문에 가지를 걸친 노송, 예쁜 발레리나와 금방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피아노건반, 소품을 닮은 작은 그림들, 여름의 시원한 바캉스 풍경, 노란 해바라기 위를 나는 나비와 잠자리가 좁은 골목길 가득하다.
▲ 빨래 뒤편으로 보이는 우암산의 송신탑 ⓒ 변종만
수암골은 낙후된 지역이라 대부분의 주민이 연세가 많은 어른들이다. 그래서 가까운 우암초등학교를 지날 때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좁고, 누추하고, 부서지고, 방치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외롭고 쓸쓸한 골목길이지만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벽화들이 있어 즐겁다.
어떤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수암골에서는 작고 좁은 것들도 한없이 크고 넓어 보인다. 어떤 것이든 때가 되면 사라져야 한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이치와 손가락질 받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사라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줄에 매달려 펄럭이는 빨래에서도 의미를 찾아본다.
우암산의 3.1공원, 세계 기록유산인 직지의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사적 제212호 상당산성, 청주를 상징하는 가로수길, 대통령 별장 청남대 등 수암골에서 가까운 곳에 볼거리들이 많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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