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바람으로 뛰쳐 나오고, 문짝 넘어지고...
2일 이른 아침, 경북 안동서 3.8규모 지진 발생
▲ 지진으로 넘어진 문짝2일 오전 7시 58분께 경북 안동시 일대에 3.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가 안동시청 북북동쪽 6km 지점인 와룡면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동시청 부근 율세동 3층 가정집 벽에 세워둔 문짝이 지진의 충격으로 넘어지고 시민들이 놀라 도로로 뛰쳐 나오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 권우성
"우루르~ 쾅! 우루르~ 쾅!"
2일 오전 7시 58분께 안동시 일대에서 발생한 3.8규모의 지진은 이전에 미세한 떨림정도만 줬던 지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이 떨리고, 키보드를 잡은 손가락이 좌우로 흔들리며 심장박동이 순식간에 급상승했다.
1초에서 2초 정도?
▲ 안동시청 부근 안동의료원에 입원중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직원 수십명이 지진 진동에 놀라서 유리창 주변에 모여 건물밖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 권우성
짧지만 큰 충격파가 지나간 뒤 식구들은 모두 놀란 토끼눈으로 사태파악에 나섰다. 3층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가니 이미 여러명의 이웃들이 속옷 바람으로 건물 옥상에 올라와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유리창을 열고 밖을 살펴보기도 했다.
다행히 무너진 건물은 없었고, 뒷산도 든든하게 서 있었다.
맞은편 안동의료원에서는 휠체어를 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수십명이 유리창에 나와서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뉴스 틀어봐."
혹시 속보로 나오지 않을까 뉴스를 켰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정신을 차린 뒤 주위를 살펴보니 집 현관에 세워둔 문짝이 지진충격에 쓰러졌고, 화분이 문짝에 맞아 넘어지면서 흙이 계단에 쏟아지는 피해(?)가 발생한 정도였다. 하지만 벽에 비스듬하게 세워뒀던 문짝이 반대편으로 쓰러질 정도의 흔들림이었다면 상당한 규모의 지진일 것으로 보였다.
5분이 채 안되어서 안동시내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해왔다. 여동생은 "잠을 자던 중 유리창이 '와르르' 소리를 내면서 흔들리며 '쾅 쾅'하는 소리도 났다"며, "유치원에서 대비요령을 배웠던 초등학생 딸은 진동을 느끼자마자 거실 나무탁자 아래로 아빠와 함께 날쎄게 몸을 피했다"고 전해왔다. 또 이웃에 사는 여동생의 시어머니는 "우리 동네 할머니들 전부다 잠옷 바람으로 도로로 뛰쳐나왔다"며 이번 지진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생생하게 전해줬다.
다행히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연휴를 맞아 1일 저녁에 부모님이 계신 안동 고향집에 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난데없는 지진 소동에 놀란 가슴이 아직도 두근거립니다. 몇년전 서울 당산동에 살 때 느꼈던 지진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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