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등학생 어린이에게 보낸 할머니의 선물

"환갑된 손주도 내겐 어린이 라네"

등록|2009.05.05 14:46 수정|2009.05.05 14:46
시어머니는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아들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시거나 용돈을 주셨다. 철모르는 아이는 무척 좋아라 했지만 부모인 나는 변변히 해 드린 것이 없는 부모님께 오히려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자식 된 것이 뭐 그리 벼슬이라고 손자의 어린이날까지 시부모님이 챙겨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내리사랑'이라고 손자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에게는 큰 기쁨 인가보다.

올해는 아들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만 15세! 곧 청소년을 벗어나 3년 후에는 청년이 된다. 아들은 나보다 아빠보다 키가 크다. 물론 시부모님을 뛰어넘은 것은 오래전이다.
어제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가! 내일이 어린이날이잖아, 내가 민호한테 5만원 보냈으니까 걔~ 뭐 좋아하는 거 사주래이~!"
"네에~!어머니! 아휴~ 이제 어린이 아니에요. 고등학생이에요. 그리고 뭘 그리 많이 보내세요?"
"아이다, 내가 내 손주 주고 싶어 그런다이, 내 강아지 환갑 되어도 내한테는 어린이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내년부턴 그러지 마세요. 제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그래, 잘 있거래이~"

전화를 끊고 어머님의 말씀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내 강아지 환갑되어도 내겐 어린이'란 어머니의 말씀이 오래도록 귀에 울려왔다. "그래" 라고 대답했지만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어머니는 기억하시는 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실 게 뻔하다. 내게도 손주가 생기면 어머니 같은 심정이 될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와 똑같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진실입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바로 순수한 아이같은 마음으로 살면 된다는 해답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순수함을 닮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아이처럼 살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피천득<어린벗에게>중에서
  

아이들 모습 맑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5월의 아이들 ⓒ 송춘희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