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잘 놀고 잘 크려면 '안전'이 먼저
어린이날 하루만 말고, 사시사철 어린이 위한 행정 필요
▲ 5일 '잘 놀아야 잘 큰다'는 주제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나란히 앉은 부자의 뒷모습이 여유롭다. ⓒ 하병주
오늘은 5월 5일, 제87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사천지역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
올해 어린이날 행사의 주제는 '잘 놀아야 잘 큰다'였다. 행사를 주관한 '어린이날 공동추진위원회'는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동시에 자신과 사회와 자연과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놀아야 '잘 노는 것'이라 풀었다.
▲ 어린이날공동추진위원회는 어린이가 사회와 자연과 관계맺기를 잘 하길 바랐다. ⓒ 하병주
그래서인지 사천지역 특수교사모임에서 운영한 장애체험 프로그램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앞을 보지 못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친구, 그리고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까.'
어린이들은 점자와 수화를 배워보기도 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걷거나 휠체어에 앉아 움직여 보기도 하면서 장애가 주는 '큰 불편'을 직접 겪어봤다.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 쯤으로 몰기에는 참여 어린이가 많았고 자세도 진지했다.
▲ 점자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 하병주
오늘 행사는 삼천포고등학교와 사천공설운동장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동시에 진행됐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어린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어른들이 어린이를 향해 가하는 폭력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수양초등학교 근처 도로공사 현장에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고, 급기야 한 어린이가 못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수화를 배우고 있다. ⓒ 하병주
사천시의 '유치원 앞 주유소 허가'는 어떤가. 비록 주유소 업체의 잘못으로 잠시 공사중지 상태이긴 하지만 180여 명의 영유아들이 생활하는 공간 정문 앞에 위험물저장시설인 주유소를 허가해주고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자치단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해 사천시가 장애아보육시설예산을 반납해버린 일까지 떠올리면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장애인뿐 아니라 저소득층이나 사회적약자로 불리는 계층의 어린이들에게는 더 많은 예산이 쓰여야 한다.
▲ 이 어린이들은 휠체어 사용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 하병주
사천시가 어린이날을 맞아 잔치를 열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교사단체나 학부모단체 등 여러 단체에서 정성을 쏟고 자원봉사자들까지 마음을 보태니, 사천시의 예산지원이 더욱 빛난다.
그러나 이 좋은 행사가 '생색내기'로 트집잡히지 않으려면 평소에도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행정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더욱 안전한 교통환경, 교육환경이 아쉽다. 나아가 더욱 안전한 먹을거리가 어린이들 밥상에 올라가게 하는 일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잘 놀아야 잘 큰다는데, 잘 놀려면 먼저 마음 놓을 만큼 안전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으로 보는 '제8회 사천시 어린이 날 잔치 한마당']
▲ ⓒ 하병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