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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 옥상마당에 피어난 꽃

[인천 골목길 이야기 41] 앞으로 우리 식구 살아갈 골목집을 찾아

등록|2009.05.06 15:36 수정|2009.05.06 15:36
 새 살림집을 얻으려고 두 달쯤 온갖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인천 옛 도심지인 중ㆍ동구는 오래된 살림집이 많아, 제법 적은 돈으로 퍽 괜찮은 살림집을 얻으며 지낼 수 있곤 합니다. 오래된 동네요 오래된 집이기에 이러하기도 할 텐데, 오래도록 사람 손때를 탄 집은 갓 지은 아파트나 빌라와 견주어 조금도 남우세스럽지 않습니다. 더 춥거나 더 덥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 골목집에서 살아가는 분들 스스로 만지고 손질하고 가꾸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가꾸어 놓지 않았으면, 여느 골목집뿐 아니라 빌라나 아파트도 그리 살 만하지 못합니다. 우리한테는 아파트이냐 단독주택이냐 기와집이냐 하는 나눔이 아니라, 사람이 살 만하도록 사랑을 쏟았느냐 아니냐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식구들 새로 살 곳은 무엇보다 볕이 잘 들며 시원하기를 바랍니다. 좀더 적은 돈으로 지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몇 만 원 더 치러야 한달지라도, 시끄러운 차소리에서 홀가분하며, 도시에서도 싱그러운 바람과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꿈도 크고 바라기도 많이 바란다 할 테지만, 이와 같은 집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골목마실을 하면서 이와 같은 집을 곧잘 만나곤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골목을 누비면서, 또 옆지기 어머님하고 골목길을 거닐면서, 또 아기를 업은 옆지기와 나란히 골목집을 둘러보면서, 우리 식구들한테 마땅한 집을 알아보는 동안, 2층 옥상마당과 3층 옥상마당에서 골목길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보던 골목과 옥상마당에서 보는 골목은 아주 딴 세상이구나 하고 느끼면서, 풀빛 머금은 이 다른 느낌 때문에 골목길이 언제나 푸르면서 해맑을 수 있다고 새삼 깨닫습니다.

▲ 햇볕이 앞뒤로 드는 골목집을 둘러보면서,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이 집 느낌을 고스란히 받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아파트 느낌을 받고, 골목집에서 사는 사람은 골목집 느낌을 받습니다. ⓒ 최종규


▲ 길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삶자락을, 2층 마당에 올라와서 새삼 느낍니다. 이 집에서 살면 앞마당에서 이웃집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최종규


▲ 1층에 사는 집임자 할배는 세를 놓는 2층 앞마당에 꽃그릇 가지런히 벌여 놓고 온갖 푸성귀를 기릅니다. 찻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는 저 앞집도 2층에서 꽃그릇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 최종규


▲ 아파트에도 베란다가 있어 꽃그릇을 가지런히 늘여놓기는 하는데, 아파트 꽃그릇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만 구경하는 꽃그릇이요, 햇볕와 비바람을 곧바로 맞을 수 없는 꽃그릇입니다. ⓒ 최종규


▲ 2층이나 3층 마당뿐 아니라 길가에도 꽃그릇은 담벼락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곤 합니다. 길손 어느 누구도 해코지를 않고 따 가지 않습니다. ⓒ 최종규


▲ 1층 마당이라면 더없이 좋지만, 1층이 아닌 2층 마당이라 하여도 빨래를 널고 꽃그릇을 놓고, 또는 걸상을 내다 놓고 해바라기를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 최종규


▲ 옥상마당에 꽃그릇이 아닌 텃밭을 일구는 분도 제법 많습니다. 영차영차 흙을 이고 지고 날라와 돌로 막아 놓은 옥상텃밭입니다. ⓒ 최종규


▲ 빌라 건물도 옥상에 꽃그릇을 마련해 놓기는 하지만, 여러 집이 많이 어울리다 보니 여느 골목집처럼 재미있거나 싱그럽지는 않습니다. 아파트 또한 이러한 대목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 최종규


▲ 우리 식구들 살기로 한 골목집입니다. 집임자 할매 할배는 동네사람이 들어와 살기를 바라면서 문간에만 ‘2층 임대’ 팻말을 달아 놓았습니다. 집 안팎이 온통 꽃잔치인 골목집 가운데 한 곳입니다. ⓒ 최종규


▲ 고작 2층일 뿐이지만, 이 2층에서 둘러보는 골목길은 사뭇 다릅니다. 헐리어 빈터만 남은 데에도 아기자기 텃밭을 일구는 골목사람 손길을 느낄 수 있는 호젓한 골목 안쪽 집입니다. ⓒ 최종규


▲ 골목집 구경을 마치고 골목길에 발을 디딥니다. 두 발로 살몃살몃 거니는 골목골목마다 싱그럽고 해맑은 꽃을 만나며 자꾸자꾸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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