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재벌 부채비율 급증... 40대중 23개 200% 넘어

경제개혁연대, 연결재무재표로 재벌 부채비율 조사

등록|2009.05.07 10:54 수정|2009.05.07 10:54
최근 정부 차원의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위 40대 기업집단(공기업 포함)의 재무구조가 최근 1년새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당수 재벌들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거나, 일부 기업집단은 부채비율이 800%를 웃도는 등 심각한 부실징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부채비율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40개 기업집단 부채비율 평균 176%... 200% 넘는 곳도 23개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작년말 기준으로 국내 상위 40대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은 175.73%다. 또 이 가운데 부채비율 200%가 넘는 기업집단도 23개나 됐다. 기업 부채비율 200%는 지난 외환위기이후 통상적으로 기업 재무구조 건전성의 판단기준이 돼 왔다. 결국 국내 주요기업집단의 절반 이상이 취약한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결론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기업 부채비율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이 119.9%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다른 선진국 기업에 비해 높지 않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가 이날 발표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 분석 자료는 이같은 정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며, 개별 기업들의 부실상황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10위에서 20위권 사이의 중견재벌들의 부채비율이 지난 1년새 큰폭으로 증가했다.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가 내놓은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 계산은 단순히 계열사 단위의 개별재무제표를 그룹 수준에서 더한 것"이라며 "선진국 기업들이 연결재무제표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같은 방식의 부채비율 계산은 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에 착시현상을 일으켜서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면서 "이는 결국 기업들의 부실위험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할수 없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 10대 기업집단별 연결합산 부채비율 평균. 상위 10대그룹보다 20위권 그룹의 부채비율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경제개혁연대



삼성테스코, 지엠대우 등은 800% 이상... 20위권 재벌들 부채비율 급증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각 기업집단의 연결재무제표 뿐 아니라, 이들 연결재무제표에 들어있지 않은 나머지 계열사의 개별재무제표까지 일일히 확인하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산정했다.

이같은 조사를 통해 40개 기업집단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75.73%로, 공정위가 조사한 부채비율 109.96%보다 66%포인트 높게 나왔다. 특히 이들 40개 기업집단 가운데 14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공정위 조사보다 100%포인트 높았고, 20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 재벌도 5개나 됐다.

이들 기업은 금호아시아나, 두산, 한화, STX,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공정위에선 169.97%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부채비율이 무려 492.42%였다. 두산그룹은 204.95%와 440.67%, 한화는 159.09%와 365.96%의 부채비율을 각각 나타냈다.

STX그룹도 공정위에선 202.44%였지만, 연결기준으로 할 경우 부채비율은 480.21%로 크게 올랐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몇 년 새 건설과 유통, 금융 등에서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온 그룹들이다.

이밖에 4대그룹 가운데에선 현대자동차그룹(222.25%)과 SK그룹(205.47%) 등이 부채비율 200%를 넘었다. 재계순위 9위인 현대중공업은 503.12%이며, 정부가 매각을 추진중인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무려 880.36%다.

또 GM 본사의 파산 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 역시 연결 부채비율이 827.49%에 달한다. 이어 '홈플러스'라는 이름의 대형마트로 유통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삼성테스코의 경우는 부채비율이 무려 965.53%다. 지난해 경쟁업체인 대형마트 '홈에버'를 인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와 큰 차이... 국내 재벌 안심할 수준 아니다

김상조 교수는 "최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기업집단의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이들 기업에 대한 재무건전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회계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옥석가리기가 어렵게 되고, 다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재벌들의 재무건전성은 정부 주장만큼 안심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면서 "대다수 재벌들의 재무구조가 지난 2007년 이후 크게 악화됐고, 일부 그룹들의 경우 부실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선제적이고 발빠른 기업구조조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올바르게 보여주고,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유지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결합재무제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경제개혁연대가 7일 공개한 40개 기업집단의 연결합산 부채비율 현황 ⓒ 경제개혁연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