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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별식(別食)

등록|2009.05.07 14:25 수정|2009.05.07 14:25

▲ 이팝나무 꽃 ⓒ 안병기






길가에
이팝나무 가로수마다
흰 꽃이 피었다
눈부신 밥꽃이다
마치 무채를 잔뜩 썰어 넣은
무밥 같다

어렸을 적엔
이맘때가 되면
꽁보리밥과
무밥을
번갈아 먹는 것으로 
간신히 춘궁기를 넘기곤 했다

아무 맛 없이
그저 심심하기만 할 뿐인
무밥보다는 차라리 
좀처럼 씹히지 않는
꽁보리밥이 나았다

그러나 기억이란
아무리 뼈아픈 것일지라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면  
내장 속에서 벌써
소화돼버린 지 오래인 
한 그릇의 밥이다

활짝 피어난 이팝나무 꽃을
바라보고 섰노라니
난데없이 시장기가 엄습한다  
꽁보리밥이
별식처럼  당기는
점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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