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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

등록|2009.05.07 14:32 수정|2009.05.07 14:32
소아과 시간이면 선생님들이 가장 강조하시던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였습니다. 그 만큼 소아의 질병은 성인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소아를 치료하는 것 또한 성인을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아가 자라면 성인이 되는 것이니 치료하는 게 다를 게 있을까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단 소아는 성인과 달리 자주 걸리는 질병도 다르고 (소아에게만 있는 질병도 있구요~) 또 소아 환자가 성인과 같은 질병에 걸렸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약의 종류나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소아를 치료하는 데는 성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끔씩(__;) 아주 가끔씩은 아직 초보 의사인지라~ 이 사실을 깜빡하고 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자라고 해 봐야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들뿐인 조그마한 보건지소에 할머니 손을 잡고 어린 꼬마 한 명이 왔더랬습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아닌 저는 원래 소아 환자가 오면 소아과 전문의 쌤이 있는 곳으로 보내드리고는 하였지만, 저녁 늦게 온 이 환자는 시간도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증상도 감기와 수양성 콧물 정도라 평범한 감기 환자라고 생각해서 감기약을 지어주었습니다. ( 여기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서 약도 직접 보건소에서 지어준답니다^^:)

그런데 아뿔사! 소아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용량 조절을 하지 않고 성인들에게 주었던 용량 그대로 그냥 약을 주었던 것입니다. 아직 환자 보는 것이 서툰 저로서는 갑자기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미처 그것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다행히 환자분이 가시기 전에 그 사실을 깨닫고 약을 바꾸어 줄 수는 있었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부작용이 거의 없는 감기약이라고 하더라도 적정 용량을 사용하지 않고 성인들이 복용하는 대로 -과용량을- 사용하게 된다면 특히 소아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학생 때 제가 있던 병원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소아 환자였는데 내과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성인에게 주는 용량대로 그냥 약을 주시는 바람에 폐렴으로 입원했던 환자가 뇌사에 빠졌습니다. 그때는 그런 잘못을 한 내과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제가 비슷한 잘못을 할 뻔하고 보니, 소아 환자를 볼 때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잘못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 차려야죠!!!!)  아마 소아 환자를 보면서 소아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병만 생각하고 치료하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설마 아직도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기 귀찮다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여는 병원도 없다고, 한두 번 먹는 것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어른들이 먹는 약을 그냥 주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아니면 성인들이 먹는 약을 그냥 주는 것은 안된다고 하니 임의로 약을 반으로 잘라서 준다든지 성인이 먹는 용량의 일부만 준다든지 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성인들에게 쓰는 약 중에는 소아에게 쓰지 못하는 약도 있고 (부작용이 심해서) 같은 약이라고 해도 나이에 따라서 용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에게서 직접 처방받은 용량의 약이 아니라면 소아에게는 함부로 먹여서는 안됩니다!

<요약>
1. 소아의 용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뻔했던 잘못 반성합니다!
2. 의사도 이런 잘못을 하는데 일반 분들은 소아에게 약을 줄 때는 더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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