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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밥’이 무엇이기에?

목포시내 도로변 이팝나무 꽃 활짝

등록|2009.05.09 13:16 수정|2009.05.09 13:16

▲ 이팝나무 꽃. ⓒ 이돈삼


옛날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에 마음씨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 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평소 잡곡밥만 짓던 그녀는 집안의 큰 제사를 맞아 쌀밥을 짓게 되었다. 모처럼 쌀밥을 짓게 된 며느리는 혹시 밥을 잘못 지어 야단을 맞을까봐 밥이 다 될 때쯤 뜸이 들었는지 보려고 주걱으로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 보았다.

공교롭게도 그 때 부엌으로 들어오던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쌀밥을 몰래 며느리가 먼저 퍼 먹는다"고 야단을 쳤다. 변명도 못하고 당한 며느리는 너무 억울해 그 길로 집을 나가 뒷산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동네 사람들이 이 며느리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 그 며느리의 무덤에서는 '이밥'을 닮은 작은 흰 꽃이 많이 핀 나무가 돋아났다. '이밥'은 쌀밥의 경상도 사투리. 북한에서는 지금도 쌀밥을 '이밥'이라 한단다. 사람들은 이밥에 맺힌 한으로 죽은 며느리의 넋이 변해서 핀 꽃이라 해서 이 꽃나무의 이름을 '이밥나무'라 했다. 나중에 그 발음이 변해서 '이팝나무'가 됐다는 것이다.

▲ 활짝 핀 이팝나무 꽃. 목포시내 도로변 풍경이다. ⓒ 이돈삼


▲ 진분홍 철쭉과 새하얀 이팝나무 꽃이 대비를 이룬다. 목포시내 풍경이다. ⓒ 이돈삼


조선시대 쌀밥은 서민들이 감히 먹을 수 없는 귀한 밥이었다. 왕족이나 양반네들이 먹는 밥일 뿐. 하여 이씨(李氏)들의 밥, 즉 '이(李)밥'이라 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이밥'은 벼슬을 해야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는 얘기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이밥나무의 꽃이 만발했다. 하얗게 핀 꽃이 쌀밥 한 그릇 못 먹고 늘 배고프면서 온갖 억울함을 참아온 며느리의 마음씨처럼 곱고 예쁘다. 눈이 내렸나 싶을 정도로 나무 위에 새하얀 꽃이 수북하다. 그 꽃이 얼마나 수북한지 나무 이파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 이팝나무 꽃. ⓒ 이돈삼


▲ 이팝나무 꽃이 활짝 핀 목포시내 거리 풍경. ⓒ 이돈삼


전설을 떠올리니 진짜 나무 위에 새하얀 쌀밥이 내려앉은 것 같다. 그것도 고봉으로 담겨진 쌀밥이….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져 나온 꽃잎도 하나하나가 모두 밥알처럼 생겼다. '쌀나무'라는 별칭을 지닌 것도 꽃의 이런 모양새에서 나온 듯하다. 이 꽃이 만개하면 풍년이 들고, 듬성듬성 피면 한발과 흉년이 든다는 말도 전해져 내려온다.

나무의 암수도 구별된다. 향기가 없고 열매도 맺지 않는 것은 수나무. 암나무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꽃이 지고 나면 보랏빛 까만 열매가 열린다.

시내 가로수가 특성 없이 획일화되고 있는 이때, 이팝나무가 줄지어 선 도로변이 눈길을 끈다.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 풍경이다. 이팝나무 꽃이 활짝 핀 거리까지도 환해져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준다. 일상에 지친 몸도 붙잡아준다. 서해안고속국도와 1번국도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목포의 거리 풍경이다.

▲ 이팝나무 꽃. ⓒ 이돈삼


▲ 목포시내 거리. 요즘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 이돈삼


▲ 이팝나무 꽃 활짝 핀 거리. 목포시내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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