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를 좋아하세요?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의 세번째 작품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황금가지
어느 시골 마을에서 남자가 살해당했다. 때마침 그가 하숙하던 곳에 있는, 9살 꼬마 아이가 데리고 있던 앵무새도 사라졌다. 그 앵무새는 이상한 숫자들을 말할 줄 아는 기이한 동물이었다. 단순한 사건 같지만,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경찰들은 어느 노인을 찾아간다.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다.
'셜록 홈즈'라는 이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가. 추리소설의 역사에서 언제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그 이름, 그 이름을 탄생시킨 코난 도일이 그 이름이 버거워 작품 속에서 죽는 것으로 설정하자 수많은 유럽인들이 들고 일어나 결국에는 다시 살려야 했을 정도로 살아 받았던 그 이름, 그것은 단지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니다. 추리소설에 관한 낭만이며 꿈이고 또한 감동이다.
그 이름을 잊지 못해 그가 태어난 지 1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책들이 있었다. 코난 도일에게 바치는 헌정작들을 모은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작년까지 국내에 <셜롬 홈즈 마지막 날들>과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이 소개됐는데 최근에 세 번째 이야기가 출간됐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마이클 셰이본이 쓴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황금가지 펴냄)이 바로 그것이다.
89살의 노인이 된 셜록 홈즈였지만 그는 경감들이 찾아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용의자로 체포된 남자가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추리해내고 사라진 앵무새가 평범치 않다는 것, 또한 앵무새를 데리고 다니던 꼬마 아이가 나치를 피해 도망 다녀야 했던 이유가 결코 심상치 않다는 것도 추론해낸다. 벌을 키우던 셜록 홈즈는 집을 나선다. 영웅이 되기 위한 이유는 아니다. 꼬마에게 앵무새를 찾아주기 위해서였다.
홈즈는 사건을 해결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셜롬 홈즈 최후의 해결책>의 즐거움은 그런 '추리'적인 기법에 있지 않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셜롬 홈즈 시리즈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셜롬 홈즈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미 그것은 신화적인 것이다. 지금 나오는 소설들이 그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다. 그저 헌정의 의미로 과거의 화려했던 모험을 떠올리는 계기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는 셜록 홈즈를 만나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과거의 어느 시절들을 추억하면서, 노구의 몸을 이끌고 있는 그 남자를 만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예컨대 전성기 때 활동하던 런던의 그 거리를 다시 찾아간 노년의 셜록 홈즈, 과거와 다르게 노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너그러워진 그 남자를 만나 다시금 '셜록 홈즈'라는 이름에 설레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의 참맛인 것이다. 반갑게도 마이클 셰이본은 소설 속에서 '과거의 것'들을 자주 언급한다. 덕분에 그 옛날의 추억을 자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도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가? 지금도 그 이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가?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에서 추억을 꺼내보자. 추리적인 것이 싱겁다고 투덜거리게 될지 모르지만, 이미 그 자체로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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