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찾은 교인들...성당과 사찰의 5년 우정
사랑과 자비 하나로… 종교의 벽 뛰어넘어 행복한 세상 만들기
▲ 청계사 성행 주지스님과 중앙성당 서북원 주임신부 ⓒ 가톨릭신문사 제공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2일 의왕 청계산에 자리한 고찰 청계사에서 스님과 신부님의 기분좋은 스캔들(?)이 발생했다. 안양시에 자리한 중앙성당 서북원 주임신부가 축하차 방문하면서 사랑과 자비가 하나로 통하는 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자리가 열린 것이다.
이날 불기2553년 석가탄신일 봉축 법요식에는 서북원 주임신부를 비롯 사목회 관계자 20여명이 함께 했다. 이는 지난해 예수성탄대축일에 청계사 성행 주지 스님과 관계자들이 축하 방문을 한데 따른 답방의 성격으로 이같은 우정은 5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나누는 기쁨 함께 하는 세상'을 주제로 내건 봉축식에서 청계사 성행 주지 스님은 봉축 법어를 발표하면서 "매년 중앙성당과 청계사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종교간 화합 차원에서 참으로 의미가 깊은 일"이라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꽃등을 내걸 듯이 우리 모두 마음의 등불을 밝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앙성당 서북원 주임신부는 축하 인사에서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삭막함이 흐르는 현대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한다"며 "부처님께 자비를 배움으로 이념과 종교, 빈부와 지역을 넘어 평안하고 사랑 넘치는 행복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부활절날 중앙성당에 걸린 청계사의 축하 현수막 ⓒ 최병렬
안양중앙성당(주임 서북원 신부)과 대한불교 조계종 청계사(주지 성행)는 지난 5년여동안 천주교 대축일인 성탄대축일과 부활절, 불교계의 부처님 오신날에 서로 번갈아 방문하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에 나서는 등 종교간 벽을 허무는 우정은 종교계에서도 화제다.
천주교계 신문인 <가톨릭신문>뿐 아니라 지난 10일자 <수원교구 소식지>도 중앙성당 서 신부와 사목회 임원들이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 오신날 청계사 봉축 법요식 참석을 전하면서 부처님의 탄생을 함께 축하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들어 가고 있다고 알렸다.
지역의 종교계를 대표하는 중앙성당과 청계사의 첫 만남은 지난 2005년 12월 안양에서 발생한 불교계 택시기사들의 모임인 운불련사태(종교와 봉사활동을 위한 택시운행일 조정 요구) 당시 중앙성당 정영식 주임신부의 운불련 단식농성장 방문이 그 계기다.
이에 청계사 성행 주지스님은 그해 성탄절에 중앙성당 정문에 청계사 명의의 성탄축하 현수막을 걸었으며 2006년 3월 27일 정영식 주임신부가 청계사를 방문해 첫 만남을 갖고 종교계의 화합과 지역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고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양 종교계 지도자의 만남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이들의 교류가 종교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 행정과 지도자의 자질문제뿐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아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다.
▲ 부활대축일에 중앙성당을 방문한 청계사 주지스님 ⓒ 최병렬
이에 지역사회에서도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일은 종교를 초월하는 것이며 천주교 사랑과 불교 자비란 것이 결국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종교가 교류함으로써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풍성하게 지역사회 어두운 곳도 밝아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스님과 신부님의 기분좋은 스캔들(?)이 많아질수록 중앙성당 교우들이 가사를 걸친 청계사 주지스님을 보고 '성행 신부님'이라 호칭하고 청계사 신도들이 로만칼라를 한 중앙성당 주임신부를 '북원 스님'이라 부르는 날도 오지 않을까. 아름다운 우정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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