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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

채식주의 실천이 쉬운 미국이나 유럽이 부럽다

등록|2009.05.11 08:46 수정|2009.05.11 08:46

▲ 채식주의자 박경담 ⓒ 이완구


강화도에서 기자 교육을 받고 있는 박경담(26)씨의 아침식사 식판에는 어묵국이 담겨진 국그릇이 없다.

평소 어묵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나온 어묵국의 국물 맛이 없어서 일부러 국을 뜨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사연은 이렇다. 3년 전 경담씨와 그의 여자 친구는 우연히 동물 해방 운동의 성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동물해방>과 육식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식생활에 비판을 가한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읽은 두 책에 감명을 깊이 받은 두 사람은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채식주의를 실천하자"고 결심한다.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채식주의를 강요하지 않고, 오직 둘 만이 묵묵히 채식의 원칙을 지켜갔다.

두 사람은 미국에 있는 동물권리를 위한 세계적인 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서 모집하는 인턴과정에 지원하여 해당단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며, 미국까지 건너가 채식주의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경담씨는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펼치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별도로 기재되어 있었고, 채식주의자들을 대하는 미국인들에게서 전혀 거부감을 느낄 수 없었다"며 자신이 경험한 미국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들이 육류에 대한 욕구를 채우면서 채식을 할 수 있도록 콩으로 만든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부러움을 더했다.

한국에서 채식주의 활동은 쉽지 않다

귀국한 그가 한국에서 채식주의 원칙을 지켜 나가는데는 여러 불편함이 있었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는 교수님들과의 저녁식사 시간이 고역이었다. "교수님들이 사주시는 횟집 저녁식사를 채식주의를 이유로 마냥 거부하기가 힘들었고, 일반음식점에서 제공되는 김치들에는 젓갈이 들어있어 불편 했어요."

술자리는 더욱 힘들었다. "한국의 음주문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안주들이 채소보다는 육류가 많기 때문에 혼자 채식주의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다.

명절과 같이 친척들이 같이 모일 때 "음식을 가린다"며 어른들로부터 한마디씩 들을 때마다 채식주의를 자세히 설명드리는 것도 지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의가 아닌 외부적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채식주의 원칙이 무너진 경우도 몇 번 있다.

경담씨는 "아직도 다른 사람들처럼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채식주의 원칙을 지키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채식주의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이 없는 미국이나 유럽이 부럽다"고 말한다.

국제채식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전세계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3%인 1억 8천만 명,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도 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경담씨와 같이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다.

경담씨와 같은 채식주의자들이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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