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박이 당에서 발목잡은 게 뭐냐"
'여당분란 책임론'에 발끈... '물 건너간' 김무성 "원내대표 안할 것"
▲ 박근혜 전 대표(자료사진). ⓒ 권우성
박 전 대표는 9일(현지시각, 한국시각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친이-친박) 당의 화합책은 어떤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화합책을 말하자면 갈등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지금 당의 갈등이 뭐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무슨 화합을 해야 하느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박 전 대표의 반박은 4·29 재보선에서 친박을 표방하고 나선 무소속 정수성(경주) 후보 때문에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떨어져 5대 0 참패를 당했다는 친이 계열의 불만을 겨냥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또 박희태 대표의 '김무성(친박) 원내대표 임명 제안'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문제는 이미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 기존 답변을 되풀이했다. 앞서 그는 8일(현지시각) 미국으로 급파된 김효재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비서실장과의 면담에서도 '김무성 원내대표'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당 쇄신특별위원회를 띄우고, 원희룡(3선, 서울 양천갑) 의원을 위원장에 내정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의 쇄신책을 보니 공천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당헌당규 정신에 맞게 한다는 것, 원내 상임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 원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나와 있다"면서 "(내가) 당 대표 때 실천했던 일들인데, 새삼스럽게 그것이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안 지켜지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물 건너 간' 김무성 "원내대표 안 하련다"
11일 귀국을 앞둔 박 전 대표가 박희태 대표와 친이 계열의 '화합·쇄신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박희태 대표는 박 전 대표의 귀국과 동시에 면담을 추진중이다.
박 전 대표도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해 일단 만남은 성사되겠지만, 4·29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천 불만' 등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 해법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기 여당 원내대표로 급부상했던 '김무성 카드'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 일정에 따라 터키로 출국한 김 의원은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원래 생각대로 (원내대표를) 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출국한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이틀 전인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 의원이 사실상 원내대표 자리를 고사하면서, 원래 경선을 준비하던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의화, 안상수, 황우여 의원 등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은 11일 오후 이뤄질 박희태-박근혜 회동 결과를 지켜 본 뒤 출마선언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비협조' 속에서도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쇄신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으로 조기전대론 등 쇄신 파동에 불을 붙인 '민본21'(공동간사 김성식·주광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귀국한 뒤 따로 만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작년과 같은 전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기 전대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도 참가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가 특정 계파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 쇄신특위원장으로 내정된 원희룡 의원도 일찍부터 "조기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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