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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월의 그림 속 같은 고당봉 올라

[금정산 다시 오르기 2] 한 할미의 불혼이 깃든 고당봉

등록|2009.05.11 14:28 수정|2009.05.11 14:28

금정산고당봉 가는 길 ⓒ 김찬순

금정산 고당봉은 전설이 깃든 금정산의 최고봉이다. 나는 그동안 수 없이 고당봉에 올랐지만 고당봉의 전설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 더구나 한 이름 없는 할미의 혼이 깃든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문 산꾼인 지인의 얘기는 암벽도 많아 위험한 금정산의 산꾼이 되려면, 고당봉에 올라 화주보살의 사당에 절을 해야 신변이 늘 안전하다는 소리에 미혹되어서, 나는 지난 일요일 금정산 최고봉, 고당봉에 가기 위해 새벽길을 떠났다.

산벗 일행과 금곡역에서 만난 시간은 정확히 9시. 사실 금곡역은 내가 사는 방향에서 보면 끝에 속하는 지역이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야 한다. 그동안 가내 행사가 많아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산벗 일행들이 새삼 오래 헤어진 가족처럼 반가웠다.

위 ⓒ 김찬순



고당봉은 그 옛날 금빛 물고기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논다는 금샘이 있는 곳과 멀지 않고, 이 고당봉에는 평생을 불심으로 살다 죽은 할미 보살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그 옛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목조건물이라 화재에 시달렸다고 한다.

금정산성 ⓒ 김찬순





금정산의암벽타기 ⓒ 김찬순



전설은 인간의 위대성을 의식하게 하는 참된 거울 ?

이 때 밀양에 살던 할미 보살이 범어사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절을 잃고 망연자실한 스님들을 위해 전국을 돌며 몸을 아끼지 않고 범어사 중건을 위해 전력을 기우리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저 높은 봉우리 아래에 고모선신(姑母善神)을 모시는 사당을 지어 고모제(姑母祭)를 지내 주면 금정산의 수호신으로 변해 범어사를 도우겠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 할미 보살의 뜻을 따라 고당봉에 사당을 지어 1년에 두 번씩 (음력 1월 15일, 5월 5일) 고당제를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범어사는 다시 중건하게 되었고 화엄의 대표적인 사찰로 자리잡고 있다.

금정산에 올라 내려다 본 전망은 으뜸 ⓒ 김찬순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의 명칭은 무려 한문으로 7가지로, 각기 표기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으나, 지금은 고당봉(姑堂峰)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을 봐도 전설 속의 할미 보살의 얘기는 민심이 반영되어 있다 하겠다.고당봉의 할미보살 사당은 고당약수터에서 고당봉으로 오르는 길로 가다 보면 왼쪽편 가파른 절벽사이에, 현재 초라하게 남아 있다.

비단띠처럼흐르는 낙동강 ⓒ 김찬순



고당봉은, 동국 해변에 의상대사와 함께 왕이 친히 금정산에 올라 7일 7야를 일심으로 독경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화엄일승인 최고의 법문을 높은 깃대에 세웠다는 의미로 금정산 제일 높은 고당봉에 기치를 꽃아 세웠다는 뜻으로 고당(高堂)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고당봉의 사당에 무녀들이 촛불을 커서 화재가 잦은 바람에 이를 미신으로 취해 제거하자, 다시 범어사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 다시 복원했다는 설도 있다.

고당봉 ⓒ 김찬순

고당봉은 호국 의지의 횃불을 당긴 곳   고당봉은 임진왜란으로 범어사가 화마를 많이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부터 금정산은 호국의 의지의 횃불을 당긴 곳이다. 고당봉의 할미 보살의 전설은 이러한 호국 의지의 횃불에서 나온 얘기로 받아 들여 진다. 고당봉에 올라와서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산꾼이며 잿빛 승복을 입은 아주머니들을 보며 염원이란 것은 신성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급하면 관세음보살 찾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잘 쓰시는 '내 절 부처는 내가 위하여야 한다.'는 말씀처럼, 금정산의 고당봉의 전설이 된 할미 보살의 마음은 자신의 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호국 불사 범어사를 지키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얘기다.   "전설은 인간이 자신의 숭고한 위대성을 의식하게 만드는 참된 거울이다."는 게오르규의 말처럼, 전설은 우리의 역사와 삶의 거울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그 어느 한 부분을 집어, 여기까지는 미신이고 여기까지는 사실이라는 것을 금을 긋어 얘기할 수 없겠다.   그렇다. 금정산 고당봉의 전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호국 불교에 대한 절실한 믿음에서 나온 얘기이다.  

산벗 만세금정산 만세 ⓒ 김찬순

덧붙이는 글 대중교통 지하철 이용시, 범어사 지하철역 하차-범어사 왕복시내버스(90번) 운행(20분 간격)
자가운전(고속도로), 부산 고속국도1번 구서IC-울산방향 7번국도-범어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코스 등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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