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초짜가 70km를 달려봤습니다. ⓒ 임윤수
햇살에 익어버린 팔뚝은 욱신거리고, 사타구니에 불붙은 뻐근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토요일(5월 9일) 대전 유성에서 'Yes! 5월의 눈꽃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던 '2009 전국 자전거 타기 대행진 및 고속도로 대회'엘 참석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해 볼 거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다 보니 대통령부터 말하는 자전거시대를 뒤따라가는 꼴이 되었습니다.
▲ 지난 토요일(5월 9일) 대전 유성에서 'Yes! 5월의 눈꽃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던 ‘2009 전국 자전거 타기 대행진 및 고속도로 대회’엘 참석했습니다. ⓒ 임윤수
벼르고 벼르다 20여일 전 자전거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자전거만 사면 바로 타고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1년 동안 왕복 12Km쯤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하였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건만 막상 자전거를 사고 나니 이것저것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도 있고, 자전거도 예전 것과는 달랐습니다.
왕년의 자전거와는 다른 요즘 자전거
페달을 밟아 바퀴를 굴린다는 것은 같았지만 브레이크를 잡는 손이 달랐고 의자도 달랐습니다. 어렸을 때 타던 자전거는 왼손으로 뒷바퀴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상급생을 만나면 오른손을 들어 거수경례를 할 수 있었는데 요즘 나오는 자전거는 그와는 반대로 뒷바퀴브레이크는 오른손에, 앞바퀴브레이크는 왼손으로 잡도록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도착해 시승을 해보는 순간 몸에 밴 습관으로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아 앞바퀴에 급제동이 걸려 하마터면 곤두박질을 칠 뻔했습니다. 속도가 붙지 않은 평지여서 다행이었지 내리막길이었다면 지금쯤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 벼르고 벼르다 20여일 전 자전거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 임윤수
바로 타고 다니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브레이크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타던 자전거는 안장이 펑퍼짐하고 널찍해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는데 요즘 나오는 자전거의 안장은 사타구니를 파고들 듯이 날렵했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거라는 핑계로 거금(?)을 들여 구입했지만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브레이크, 사타구니를 압박할 것 같은 안장을 핑계대며 하루 이틀을 미루다 보니 20여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무모하지만 70Km 주행에 도전
자전거를 타기 위한 어떤 계기가 필요했는데 마침 대전-당진간 고속도로를 자전거로 주행하는 대회가 있었습니다. 대회참가를 신청하고 우레탄이 깔린 하상도로를 15Km쯤 달려봤습니다. 우레탄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평지에 가깝고, 포장이 잘 되어 있어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전거바퀴가 우레탄 바닥에 착 달라붙는 기분이었습니다.
▲ 참가자 중에는 외국인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 임윤수
생각하였던 것보다 힘도 들었지만 진짜 문제는 한 시간쯤을 탔는데도 몇 번이나 엉덩이를 들어야 할 정도로 사타구니가 얼얼하도록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소가 되려면 멍에자리를 잡아야 하듯 자전거를 타려면 먼저 사타구니에 안장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걸 늦게야 알았습니다.
대회일 아침입니다. 이제 막 자전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각양각색의 자전거도 구경하고 난장처럼 펼쳐질지도 모를 자전거용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행사장 분위기도 느껴보고, 이런 행사가 있는 곳이라면 전주곡이나 뒤풀이처럼 따르게 될 이런 풍경 저런 광경을 구경하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섭니다.
3.5Km쯤 떨어진 대회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알록달록한 복장을 한 2100여명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복장은 매우 화려했습니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육체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복장이 대부분입니다.
▲ 2000여명의 참가자들을 땡볕 아래서 30여분이나 기다리게 하였던 선두 주자들이 출발선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 임윤수
화물차에 십수 대의 자전거를 싣고 단체로 참석한 사람들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끼리, 동호인들이 함께 참석한 게 대부분 같았습니다. 자전거도 별의별 것이 다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자전거는 물론 어느 쇼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전거도 있었습니다.
오후 1시에 출발을 합니다. 멋진 헬멧, 진한 고글, 알록달록한 복장으로 한껏 멋을 낸 2000여 명의 대회참가자들이 교통통제로 확보된 대로를 마음껏 질주합니다. 신호등이나 지하터널에 막이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9km의 거리를 대행진하고 난 참가자들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진입로를 이용해 대전-당진간 고속도로로 올라갑니다.
9Km를 대행진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평생에 있어 전무후무할 수도 있는 고속도로 45Km를 질주해 보기 위해 출발선으로 모여들지만 출발이 늦어집니다.
▲ 정말 눈 깜짝하는 순간에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 임윤수
선두에서 달리던 100여명 참가자들 진입로를 잘못 들어서 코스로 들어서지 못하고 다시금 출발점으로 달려가고 있어 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선두에서 코스를 안내하던 차량이 착각을 했거나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시, 나뭇잎만한 그늘 한 점 없는 고속도로에서 2000여명의 주자들이 30여분이나 갈증 나는 기다림을 감내하고 나서야 그룹별 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119'
비록 개통 전이긴 하지만 자전거로 고속도로를 달려본다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게 분명합니다. 두발을 굴러 돌리는 페달로 달리는 자전거지만 쪽 곧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들은 '휙~'하고 바람을 가를 정도로 무척 빨랐습니다.
▲ 사고현장에는 역시 119입니다. 119로 신고를 하고 채 2분이 안되어 구급대가 도착했습니다. ⓒ 임윤수
대열에 맞춰 출발을 해 어느 정도 달리니 완만한 내리막길입니다. 얼얼해진 사타구니의 통증도 달랠 겸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달리는데 정말 눈 깜짝 하는 순간에 바로 앞에서 두 대의 자전거가 뒤엉키며 사람이 나뒹굽니다.
순간적으로 2차 사고를 방지해야겠다는 마음에 갓길로 나가 타고 가던 자전거에서 내려 달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위험신호를 보내며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119에 전화를 하는 순간 사고지점을 조금 지난 지점에서 다시금 3중 추돌사고가 벌어지며 주자들이 나뒹구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차분하려 했지만 당황한 목소리로 119에 구급요청을 하고 조금은 정신을 차린 부상자를 차선을 가르는 옹벽 아래쪽으로 옮겨 놓고 가지고 있던 물병을 건네 마시게 하는 중 건너 차선에서 자전거를 탄 구급대원이 도착합니다.
▲ 대회 운영자 들리 달래주지 못한 갈증을 달래 준 사람들은 사람들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제3공구를 시공하고 있는 계룡건설 현장소장(44세, 하정수)과 직원이라고 하였습니다. ⓒ 임윤수
그런 상태에서 잠시, 정말 조금의 시간이 지나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19 자동차가 도착합니다. 나중에 전화기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을 확인하니 신고시간은 오후2시 50분이었고, 소방본부에서 119가 도착하였는지를 확인을 하는 전화를 받은 건 도착한 119대원들이 긴급조치를 하는 중이었던 52분이니 신고로부터 2분여만에 조치를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긴급구조에는 역시 119였습니다.
사고현장을 떠나 다시금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신나게 달릴 것만 같은 고속도로였지만 한 번 시작된 비탈길은 그 경사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길이가 있어 한참이나 오르막으로 이어지니 힘들었습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아예 없었으니 걷지 않고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니 반환점이 나옵니다.
갈증 나는 대회운행
▲ 햇살에 익어버린 팔뚝은 통증을 느낄 만큼 욱신거리고, 사타구니에 불붙은 뻐근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제금 시작된 자전거 타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입니다. ⓒ 임윤수
반환점에서 물을 찾는 건 필자만이 아니었기에 자전거에서 내려 반환점을 지키고 있던 진행요원들에게 급수가 없느냐고 물으니 "'안전상 급수는 하지 않는다'는 걸 대회책자에 공지하였다"고 하였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대회 안내책자 어디에도 급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급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고지점에서 부상자에게 넘겨준 한 병의 물이 또 다른 아쉬움과 갈증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반환점을 돌아 조금 지나니 고속도로 한쪽에서 물병을 나누어 주고 있는 사람이 저만큼 보입니다.
예비군 훈련장 근처에서 김밥이나 음료수가 든 다라를 가져다 놓고 조심스레 물건을 팔던 아주머니를 연상시킬 정도로 길 가장자리에 물을 가져다 놓고 조심스레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갈증을 달래 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
일단 물을 한 병 받아 벌컥벌컥 마시고 어떻게 되는 분이냐고 물었습니다. 뒤이어 도착하는 사람들, 갈증이 목구멍을 넘어 가슴까지 타들어가고 있을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준 사람들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제3공구를 시공하고 있는 계룡건설 현장소장(44세, 하정수)과 직원이라고 하였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자신들이 공사하고 있는 현장을 달리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부랴부랴 물을 준비해 나누어주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물을 나누어주던 사람들의 마음은 분명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으며 그 사람들이 나누어주던 물은 감로수였습니다.
물 한 병을 더 얻으니 단비를 맞은 새싹처럼 페달을 밟는 다리에 기운이 납니다. 골인지점을 돌아 대행진을 했던 코스를 따라 다시금 대회장으로 돌아와 기록칩을 반납하니 완주 메달 하나가 손에 쥐어집니다. 조금은 무모하게 도전한 자전거로의 70Km 주행은 시뻘겋게 익은 팔뚝과 욱신거리는 사타구니 그리고 완주메달 하나로 끝을 맺었습니다.
햇살에 익어버린 팔뚝은 통증을 느낄 만큼 욱신거리고, 사타구니에 불붙은 뻐근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제금 시작된 자전거 타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얼마 전에 대전시에서는 모든 시민이 자전거로 인한 사고나 부상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전거 보험에 가입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사고부상자에게 <참가자 보험> 외로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를 지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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