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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05) 복합적

― ‘복합적 시각으로’, ‘복합적인 질곡으로’ 다듬기

등록|2009.05.12 14:16 수정|2009.05.12 14:16

ㄱ. 복합적 시각으로

.. 내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나아가 북한에 대해서 복합적 시각으로 사고하며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  《현순혜-내 조국은 세계입니다》(현암사,2006) 9쪽

 "북한에 대(對)해서"는 "북한을"로 고치고, "사고(思考)하며 인식(認識)하는"은 "생각하며 느끼는"이나 "생각하며 알아가는"으로 고쳐 봅니다.

 ┌ 복합적(複合的) : 두 가지 이상이 합쳐져 있는
 │   - 복합적 요인 / 복합적 감정 / 복합적 결과 /
 │     요즘 감기는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 복합(複合) : 두 가지 이상이 하나로 합쳐짐
 │   - 복합 기술 / 복합 영양제 / 이 사건은 여러 복합 요인으로 발생하였다
 │
 ├ 복합적 시각으로 사고하며
 │→ 여러 갈래로 생각하며
 │→ 온갖 눈길로 생각하며
 │→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생각하며
 │→ 차분히 생각하며
 │→ 두루 살피고 생각하며
 └ …

 사람들은 외눈으로 세상을 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말하기 앞서 저부터 돌아본다면, 어느 일이나 사람이나 대상이나 물건을 놓고 외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외눈질을 문득문득 느끼어 바로잡거나 고치기도 하지만, 미처 못 느끼면서 외눈박이로 치달을 때가 있습니다. 골고루 보지 못하고 한두 가지만 보기 때문입니다. 두루 살피지 못하고 몇 가지에 매이기 때문입니다.

 ┌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
 │→ 여러 가지 증상이 골고루 나타난다
 │→ 여러 가지 증상이 두루 나타난다
 │→ 여러 가지 증상이 뒤섞여 나타난다
 │→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 …

 스스로를 차분하게 다스린다면, 외눈질이 아닌 고른눈질이 될 테지만, 바쁘다는 핑계나 성가시다는 핑계나 귀찮다는 핑계 때문에 스스로 새로워지지 못하거나 거듭나지 못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만큼만 보아도 괜찮다고 여기면서 더 나아가지 못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모저모 내 깜냥껏 많이 살폈다고 생각하면서 더 뻗지를 못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깊이 못 보고 넓게 못 살피고 두루 못 받아들이는 가운데.

 ┌ 복합적 요인 → 여러 까닭
 ├ 복합적 감정 → 여러 느낌 / 온갖 느낌
 └ 복합적 결과 → 뒤엉킨 결과 / 뒤섞인 결과 / 어우러진 결과 / 모두어진 결과

 말 한 마디를 할 때이든 글 한 줄을 쓸 때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일 한 가지를 하든, 놀이 한 가지를 즐기든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건 두 사람을 만나건 똑같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음을 고이 잇되, 이 한결같음이란 열린 눈길과 너른 마음씨여야 한다고 봅니다. 열리지 않은 눈길로는 한결같아 보았자, 너른 마음씨가 못 되면서 꾸준해 보았자, 저 스스로나 이웃 모두한테나 반가울 리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다스리면서 한길을 걸어야 합니다. 외곬로 치닫지 않도록 곧게 걸어야 합니다. 꼭 종이 한 장만큼이라 할 텐데, 한쪽과 한길이 다르고 외곬과 곧음은 다릅니다.


ㄴ. 복합적인 질곡

.. 나는 새로 조국을 발견했고, 갈라선 민족과 복합적인 질곡으로 살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고은 전집 1》(청하,1988) 머리말

 '발견(發見)했고'는 '보았고'로 다듬고, '민족(民族)'은 '겨레'로 다듬으며, '직시(直視)하지'는 '바로 보지'로 다듬습니다. '질곡(桎梏)'은 '굴레'로 손질하고, "민중(民衆)의 현실(現實)"은 "사람들 삶"이나 "사람들 모습"이나 "사람들 참모습"으로 손질해 봅니다.

 ┌ 복합적인 질곡으로 살고 있는
 │
 │→ 뒤엉킨 굴레에서 살고 있는
 │→ 온갖 굴레에 허덕이는
 │→ 갖가지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 …

 우리를 꽁꽁 동여매거나 옭아매거나 묶어 가두는 굴레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 수많은 굴레를 어떻게 벗어던지느냐와 풀어헤치고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굴레를 혼자힘으로 떨쳐내기란 참 힘듭니다. 여럿이 똘똘 뭉쳐도 버겁습니다. 오래도록 뿌리내렸기에 하루이틀 사이에 걷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 말 깊숙이 또아리를 튼 얄궂은 낱말과 말투도 하루이틀 사이에 걷어낼 수 없습니다. 한두 번으로 걷어내지 못합니다. 한두 사람이 걷어내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한두 사람들 바둥거림으로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한두 번이나마 마음을 쏟으면서라도 어깨동무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터를 좀더 아름답도록 가다듬는 일에. 우리 말과 글을 한결 아름답도록 갈고닦는 일에. 우리 마음그릇을 더욱 슬기롭게 북돋우는 일에.

 이 보기글을 어떻게 고쳐쓸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새로 이 나라를 보았고, 갈라선 겨레와 갖가지 굴레에 허덕이는 사람들 삶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쯤으로 새롭게 적어 봅니다. 다른 분들은 다 다른 길대로 이 보기글을 고쳐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저마다 가장 좋은 슬기를 뽐내면서 더 나은 말길을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이 주고받는 말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우리들이 잘 쓰거나 잘못 쓰는 글이 어떠한 모양새인지를 있는 그대로 껴안으면서. 우리가 참으로 밝히거 키울 삶과 문화란 어떠해야 할까를 곰곰이 돌아보고 되씹고 헤아리면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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