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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감초 연기, 시청자를 배꼽잡게 하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57]

등록|2009.05.12 16:01 수정|2009.05.12 16:01
드라마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은 스태프, 극의 감초역할을 하는 조연, 지나가는 행인과 같은 단역 등 이들이 없다면 드라마는 완성될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간혹 드라마에서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그들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이도 더러 있을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어 훨씬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는 그들.

조연이라고 해서 그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요즘 조연이라는 이름아래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내조의 여왕>의 지화자 역을 하는 정수영을 필두로 <시티홀>의 민주화 역의 추상미, <솔약국집 아들들>의 브루터스 리의 조진웅이 그러하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조연으로 드라마의 활력소 역할을 하며 세 명 모두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누구보다 열정이 대단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노력 덕분에 드라마는 빛이 나고 주연이 빛나며, 시청자는 행복해진다.

▲ 신기 없는 무녀로 천지애 친구로 등장하는 지화자. ⓒ imbc


태봉씨~ 저 지화자에요!

그중 유독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녀는 정수영이다. 그녀는 <내조의 여왕>에서 천지애(김남주) 친구로 등장하는 이른바 신기 없는 무녀로 등장한다.

"엘자야~"

자신의 분신 같은 인형의 이름 엘자를 부르며 음흉한 눈빛과 촌스러울 정도의 볼 터치와, 8,90년대 프린트플라워 스커트를 입는 지화자! 비록 주연이 아니지만 지화자는 드라마에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그녀의 코믹스러운 말투가 더해져 지화자라는 캐릭터가 완성되는데, 그녀는 작은 역할이지만 이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엘자 인형을 만들기 위해 직접 천을 떼 꼬박 10시간이 걸려 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가 인형을 만든 이유는 팀버튼의 '유령신부'를 모티브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했고, 그 분위기를 좀더 내기 위해서 인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시종일관 큰 눈을 반쯤 뜨고, 좀 더 음침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는 등 지화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오는 것은 1분도 채 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정수영은 자신의 역할을 위해서 캐릭터 설정부터 말투, 의상, 메이크업 등 많은 것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환상의 커플>에 강자를 금세 잊을 수 있었고 어느새 덜떨어진 강자가 아닌 푼수끼 다분한 지화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천지애와 다른 출연진과 더불어 지화자 어록이 탄생되어 이미 네티즌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어록은 이렇다.

"태봉씨~ 어쩐지 오늘 따라 동쪽이 땡기더라!" "저랑 취미가 같네요. 애로 좋죠!" 등 매회 그녀가 내뱉는 말들은 웃음폭탄을 유발하며, 천지애와 허태준과의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요즘 <시티홀>에서 지적인 분위기로 변신을 시도해 그녀가 지화자 맞나 할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극중 정부미는 신미래(김선아)와 둘도 없는 단짝으로 그녀의 사랑과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이다.

물론 <시티홀>에서도 그녀는 신미래의 친구로 등장한다. 하지만 극중에서 그녀는 코믹보다는 자신의 할 말을 다하는 주장이 뚜렷한 여성으로 분했다. 물론 여기에 신미래를 구박하기도 하고 때론 감싸주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그녀의 연기는 신미래, 조국(차승원)이 코믹한 연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극의 분위기를 조절하고 있다.

우리는 평강회, 내조의 여왕들!

▲ 극중에서 평강회 세 명의 내조 여왕은 소소한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 imbc

이와 함께 <내조의 여왕>에서 내조의 여왕을 꿈꾸는 평강회 사모님들의 소소한 웃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평강회는 극중에서 사내 부인들의 사조직으로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남편들의 승진을 위해 이사 사모님(나영희)을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이다.

하지만 내조보다 드라마에서 소소한 웃음을 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지화자가 극중에서 큰 웃음을 준다면 평강회 내조 여왕을 꿈꾸는 그녀들은 소소한 웃음을 주며 이사 사모님, 천지애, 양봉순을 상대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사실 그녀들의 역할이 초반까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천지애와 같은 처지로 이사 사모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부를 떠는 역할 정도로 끝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작가의 슬기로운 지혜 덕분에 매회 등장해 엉뚱하면서도 주책 맞은 아내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양과장 부인 이슬(황효은)이다. 통통한 몸매와 수덕한 얼굴과 달리 여우 중의 여우로 아부를 제일 잘하는 그녀이다. 또한 천지애가 사장 부인 은소현(선우선)과 친하다는 사실을 알자 천지애 쪽으로 붙는 '박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그녀의 절친처럼 보이는 김과장 부인 정란(이매리)은 다분한 푼수기질을 보이지만 나름의 언변력을 무기로 남편의 승진을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녀의 놀라운 언변력은 푼수기질 때문에 금세 아부가 들통이 나거나 논리에 맞지 않은 주장으로 밝혀지며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며 웃음을 주고 있다. 여기에 얌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하대리 부인(최예진)은 이들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남편이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녀의 패션 스타일도 간부급 스타일로 바뀌며 엉뚱한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웃게 하고 있다.

특히 이 세 명의 평강회 여성들은 극중에서 갈등을 일으킬 만한 소문을 천지애, 이사 사모님, 양봉순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이들이 없다면 소문이 퍼지지 않을뿐더러 서로간의 갈등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역에 불과한 캐릭터들이지만 <내조의 여왕>에서는 빠지면 안 되는 캐릭터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속물근성으로 시의원이 된 민주화는 극중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 SBS


한국판 힐러리를 꿈꾸는 민주화!

연기파 배우로 이미 입증받은 추상미가 결혼 후 코믹연기로 변신해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바로 <시티홀>의 민주화로 분해 시의원으로 등장한다. 사실 <시티홀>에서의 그녀가 변신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민주화는 시의원으로서 야망을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장사는 잘 되세요?"라며 가식적인 말투를 내뱉고, 벤뎅이 아가씨 대회에서 예산을 뒤로 챙기는 수완가로서의 면모를 지닌 당찬 여인이다.

하지만 야심만큼 머리가 따라주지 않는 민주화는 가끔 친구 신미래와 정부미로부터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가식으로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하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헛똑똑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더욱이 그녀는 극중에서 부부관계도 원만치 않다. 남편 이정도(이영철)과 극명한 가치관을 드러내며 사사건건 대립을 하고 있다.

이런 녹록치 않은 연기를 추상미는 특유의 연기력으로 커버하며 신미래와 조국과의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껏 그녀는 강인한 여성, 똑 부러진 현대여성 등으로 등장해 이지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느새 속물근성이 다분한 시의원으로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주화로 이전의 역할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변신을 꾀했다.

▲ "오우~ 노오!"를 외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고 있는 브루터스 리 ⓒ KBS


오우~ 노오~ 브루터스 리가 나가신다!

마지막으로 <솔약국집 아들들>의 '오우~ 노우!"를 외쳐대는 브르터스 리가 시청자를 웃게 만들고 있다. 특히 브루터스 리는 웃음 뿐만 아니라 잔잔한 감동까지 책임지고 있어 감초역할로서 금상첨화이다.

본인은 '부르스 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솔약국 큰 어른 송시열(변희봉)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하여 '브루터스 리'가 돼버린 그는 철이 없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매회 '오우 ~ 노오!" "오 마이 갓니스!"를 외치고 다닌다.

그래서 자신의 부인 혜림(최지나)의 속을 썩인다. 하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애정 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역할을 과장된 코믹연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조진웅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역할 자체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로 과장된 영어식 표현은 자칫 시청자들에게 비호감을 살 수 있는 그러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오버하면서 완급조절을 하는 조진웅은 비호감이 아닌 호감캐릭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는 한글을 배우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 대신 맞다가 글을 배울 시기를 놓쳤다는 사연을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마냥 웃기는 존재가 아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솔약국집과 사돈 관계를 맺으며 좀 더 비중있는 역할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주인공은 드라마를 이끄는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 또한 드라마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상 그들이 없다면 주인공의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할 것이며, 드라마의 감동과 웃음 또한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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