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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쓰니 아름다운 '우리 말' (76) 일동무

[우리 말에 마음쓰기 636] '마음쓰기'와 '사려-배려-주의'

등록|2009.05.12 16:14 수정|2009.05.12 16:14
ㄱ. 마음을 써 주셔요

.. 일상적인 교류를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그들의 일상적인 욕구에 대하여 사려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  《야누스 코르착/송순재,김신애 옮김-홀로 하나님과 함께》(내일을여는책,2001) 24쪽

마음을 써 주셔요. 싫어하는 사람한테까지 마음쓰라고는 안 할 테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마음을 써 주셔요. 좋아하지는 않아도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한테 마음을 써 주신다면 더 고맙습니다. 내키지 않아도 꿋꿋하고 다부지게 살아가는 사람한테도 마음을 써 준다면 더 고맙겠습니다. 낯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우리가 날마다 비우는 밥그릇을 꼬박꼬박 채워 주느라 땀흘리는 사람들한테도, 우리가 겨울날 따뜻하게 살 수 있도록 옷을 지어 주는 사람들한테도, 방에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들한테도 마음을 써 주시면 반갑겠습니다.

 ┌ 사려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
 │
 │→ 깊이 마음을 기울이는 것
 │→ 찬찬히 마음을 기울이는 것
 │→ 하나하나 마음을 기울이는 것
 │→ 두루 마음을 기울이는 것
 └ …

좋은 사람들한테 마음을 쓰듯, 우리가 날마다 쓰는 우리 말에도 마음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좀더 살가운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좀더 쉽고 깨끗하게 쓸 수 있도록, 좀더 알맞고 넉넉하게 쓸 수 있도록, 좀더 우리 삶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우리들 생각도 알뜰히 담아낼 수 있도록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다.

마음써서 안 되는 일이 있을까요. 마음을 쓰면 한결 일이 잘 풀리고, 마음을 써도 안 되는 일이라 해도 아쉬움이 안 남지 싶은데. 마음을 쓰기 때문에 더 빈틈없이, 꼼꼼이, 알뜰히, 매끄럽게, 훌륭히 할 수 있지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마음 가득 온힘을 펼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에 부딪혀도 싱긋 웃으며 부대낄 수 있지 싶은데.

 ┌ 마음쓰기 / 마음쓰다
 ├ 마음쏟기 / 마음쏟다
 ├ 마음바치기 / 마음바치다
 ├ 마음열기 / 마음열다
 └ …

그렇지만 마음을 닫거나 마음을 안 쓴다면, 마음을 안 두거나 마음을 안 기울인다면, 제아무리 손쉬운 일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안 풀리기 일쑤이고, 잘 풀리더라도 즐거움이나 기쁨이 없기 마련입니다.

 ┌ 사려(思慮) :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깊게 생각
 └ 주의(注意) :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

마음을 기울이니 책이 잘 읽히니다. 마음을 쓰니 일손이 잘 잡힙니다. 마음을 듬뿍 담으니 반찬이 따로 없는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활짝 여니 누구하고라도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알뜰히 쓴다면, 우리가 하는 말도 언제나 알뜰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찬찬히 쓸 수 있으면 우리가 하는 말도 좀더 깊이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듬뿍 쏟을 수 있으면 우리가 하는 말도 즐거움이 듬뿍 담길 수 있어요.

ㄴ. 일동무

.. 공기업 트랜스밀레니오 S.A.의 설립과 함께 다수의 민간 운영자들을 주요 파트너로 새로 맞이하는 작업까지 끝냈다 ..  《박용남-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2006) 34쪽

"공기업 트랜스밀레니오 S.A.의 설립(設立)과 함께"는 "공기업 트랜스밀레니오 S.A.를 세우면서"로 다듬고, "다수(多數)의 민간 운영자들을"은 "민간 운영자 여럿을"로 다듬습니다. '주요(主要)'는 '큰'으로 손보고, '작업(作業)'은 '일'로 손봅니다.

 ┌ 동업자(同業者)
 │  (1) 같이 사업을 하는 사람
 │   - 나의 충실한 동업자 / 동업자와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다
 │  (2)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하는 사람
 │   - 동업자들끼리 모여 동업 조합을 조직하다
 ├ 파트너(partner)
 │  (1) 상거래나 춤, 경기, 놀이 따위에서 둘이 짝이 되는 경우의 상대편.
 │      '동료', '짝', '협조자'로 순화
 │   - 축제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다 / 그의 새 파트너는 여자로 정해졌다
 │  (2) 부부의 한쪽에서 본 다른 쪽. 배우자를 이르는 말이다
 │
 ├ 주요 파트너로
 │→ 둘도 없는 단짝으로
 │→ 좋은 일동무로
 │→ 함께 일할 좋은 사람으로
 └ …

함께 장사하는 일을 가리키는 토박이말 '얼렁장사'와 '동무장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쓰는 분은 못 보았습니다. 요즘이야 으레 한자말로 '동업자'라 하거나 영어로 '파트너'라 합니다. '얼렁장사'니 '동무장사'니 하는 낱말은 그야말로 낱말책에 죽은말로나 남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또 아무리 곱고 깨끗한 우리 토박이말이라 하든, 말에도 목숨이 있고 숨결이 있기 때문에 죽어 버리는 말이 있고 새로 태어나는 말이 있습니다. '얼렁장사'와 '동무장사'도 이런 말 가운데 하나일 테지요.

그런데 요사이는 한자말 '동업자'나 '사업 동반자' 같은 낱말도 그리 안 쓰는 듯합니다. 그저 영어로 '파트너'를 쓰지 않느냐 싶고, 또다른 영어를 하나둘 새롭게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세월이 좀더 흐르면 '파트너' 같은 영어 낱말도 낡았다고 느끼며 프랑스말이나 스페인말이나 이탈리아말을 새로 받아들여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르면 또다른 바깥말을 받아들일 테고요.

 ┌ 일친구
 ├ 일벗
 └ 일동무

옛말을 되살리기는 힘이 듭니다. 저처럼 우리 말 운동을 한다는 사람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옛말이 있으며, 애써 떠올렸을 뿐 아니라 즐겁게 찾아내어 신나게 쓴다 하여도 둘레에서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 쓰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싱그럽고 구수하고 풋풋하고 아름다운 토박이말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누구나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즐겨 생각해 주지 않으면 죽은말에 머물 뿐입니다. 용케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크게 뜨면서 널리 퍼진다면 모르되, 이렇게 퍼진다고 해도 한두 낱말일 뿐이지, 낱말책에서 숨죽이는 살뜰한 우리 토박이말 모두 되살아나기는 힘들어요.

 ┌ 동무장사
 ├ 함께장사
 ├ 여럿장사
 ├ 모둠장사
 └ …

그런데 옛말이란 무엇이고 새말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말을 옛말과 새말로 나누었으며, 우리가 옛말로 여기며 '죽은말'로 파묻는 낱말이란 얼마나 안 쓰기 때문에 그리 파묻어야 하는가요.

낯설기로는 낱말책에서 캐내는 낱말도 낯설고, 나라밖에서 들여오는 낱말도 낯설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사람들이 널리 익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새말이니, 나라밖에서 들여오든 우리 스스로 생각해 내거나 캐내든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옛말에서 '동무장사'를 캐낼 수 있으며, 오늘 쓰는 말에서 '함께 + 장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하는 장사"이니 말 그대로 '함께장사'입니다. 여럿이 하는 장사라는 뜻으로 '여럿장사'라 해 볼 수 있고, 여러 사람이 힘을 모두어 하는 장사라는 뜻으로 '모둠장사'라 해 보아도 제법 어울립니다.

우리 스스로 안 써서 그렇지, 또 우리 스스로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껴안지 않아서 그렇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 넉넉히 살피고 돌아보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우리 깜냥껏 얼마든지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낱말을 빚을 수 있고, 애틋한 낱말을 빚을 수 있으며, 즐겁게 여길 낱말을 빚을 수 있고, 재미나고 신나는 낱말을 빚을 수 있어요.

 ┌ 술 마시는 동무 : 술동무
 ├ 자전거 타는 동무 : 자전거동무
 ├ 공부를 함께 하는 동무 : 공부동무
 ├ 밥을 함께 먹는 동무 : 밥동무
 ├ 일을 함께 하는 동무 : 일동무
 └ …

하나씩 가다듬으면 됩니다. 한 가지씩 찾으면 됩니다. 우리가 동무로 느끼는 사람은 누구인지 가만히 헤아리면 됩니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동무를 사귀고, 내 둘레에서 동무를 살가이 마주하면 됩니다.

 ┌ 소꿉놀이 함께 하는 동무 : 소꿉동무
 ├ 함께 놀이를 즐기는 동무 : 놀이동무
 ├ 같이 책을 즐기는 동무 : 책동무
 ├ 같이 길을 걷는 동무 : 길동무
 └ …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말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누군가 깜짝 놀랄 만한 말을 지어내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마냥 넋놓고 나라밖에서 새말이 흘러들도록 내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슬기로 모두어 지내는 이 땅에서는, 이 땅에서 살 부비고 마주하는 모든 이웃과 즐겁게 나눌 말을 우리 손으로 이루어 내고 싶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이루기 어렵다면 아홉 가지를 우리 손으로 이루고, 이렇게 하기 힘들면 여덟 가지를, 또 힘들면 일곱 가지를, 너무 힘들면 여섯 가지를, 그예 벅차면 다문 한 가지라도 우리 손으로 이루고 싶습니다. 먼 길이든 가까운 길이든 한 걸음부터인 만큼, 한 낱말 두 낱말 튼튼히 다스리면서 우리 길을 우리 발걸음에 맞추어 뚜벅뚜벅 걷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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