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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봐주는 나무가 있다?

풍년이 들까? 흉년이 들까?

등록|2009.05.13 15:56 수정|2009.05.13 15:56
 올해 농사는 풍년일까? 아니면 흉년일까? 점치는 나무가 있습니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가을 농사가 풍년이 들지, 흉년이 들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팝나무하얀 쌀밥이 가득 달려 있는듯 보이는 이팝나무 ⓒ 윤병렬


조금 먼 옛날 힘들게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을에 추수한 식량은 바닥나고 여름 식량인 보리는 아직 익지도 않은 시기. 풀뿌리, 나무뿌리로 연명하던 시절입니다.

보릿고개가 닥쳐오는 시기는 5월 초순 입하 무렵입니다. 입하 시기에 피는 입하나무. 하얀 쌀밥이 가득 달려있는듯 보이는 이밥(쌀밥)나무. 한국, 중국 등이 원산지인 이팝나무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들입니다.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기던 시절, 나무의 새하얀 꽃이 하얀 쌀밥처럼 보여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팝나무나무 가득 꽃이 피었습니다. ⓒ 윤병렬


이팝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물푸레나무과의 나무입니다. 마을 어귀에 심어 당산목으로 귀히 여기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하는 나무입니다. 이팝나무 꽃이 동시에 나무 가득 하얗게 피어나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합니다. 이팝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인데 개화시기가 논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리므로 농사의 풍흉을 점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창녕군의 이팝나무창녕군 대지면의 이팝나무입니다. ⓒ 윤병렬


경상남도 창녕군 대지면의 이팝나무입니다. 이팝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많습니다. 잘 자라면 20m가 넘게 자랍니다.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활짝 피어나면 그 해에는 하얀 쌀밥을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쌀밥을 많이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점을 봐주는 이팝나무입니다.

이팝나무610년된 이팝나무 ⓒ 윤병렬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에 있는 이팝나무입니다. 고려 중종 때 고을 원님이 심었다고 전해 지는데 연세(?)가 무려 610살이나 됩니다. 키는 15m에 이릅니다. 연세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한쪽 가지는 떨어져 나갔습니다. 옛 고을 관아가 있던 자리입니다. 무려 610년 동안 점을 봐준 나무입니다.

정원수정원수로 심어 놓은 이팝나무 ⓒ 윤병렬


산에서 자생하는 이팝나무는 물이 많은 계곡 근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많이 심습니다.

5월에 볼 수 있는 눈꽃입니다. 멀리서 보면 나무에 눈이 하얗게 쌓인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꽃과 새이팝나무 가지에 앉은 직박구리 ⓒ 윤병렬


올해 농사는 풍년일까? 흉년일까? 쌀밥을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경제는 살아날까?   이팝나무에게 간절히 물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남 사천의 대표 인터넷 신문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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